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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정선, 진경산수의 시대를 연 화가 김홍도, 서민들의 삶을 아우른 풍속화를 그린 천재 신윤복, 낭만적인 풍류를 섬세하게 나타낸 화가 신사임당, 현명한 어머니이자 뛰어난 여성 화가의 상징 장승업, 조선 근대의 마지막 천재 화가 안견, 황홀한 꿈의 세계를 표현한 화가 최북,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삶을 산 화가 윤두서, 조선 후기 예술사를 연 화가 김정희, 역경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은 서화가 김득신, 해학적이고 서정적인 풍속화를 남긴 화가 조선의 민화, 서민들의 정서를 익살스럽고 소박하게 나타낸 민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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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화가를 통해 얻는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
조선 시대 후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아픔으로 나라가 진통을 앓은 시기였다. 하지만 역사상 가장 화려한 문화를 만들어 낸 시기이기도 하다 건축, 도자기, 불교·민속 미술 등 여러 분야가 고루 발전했지만 우리 민족의 문화적인 색채가 도드라진 분야는 회화이다. 또한 문인과 화원뿐만 아니라 좀 더 폭넓은 계층이 문화·예술계에 참여하면서 새롭고 활기찬 기운이 가득했다. 중인 계층들은 회화를 비롯하여 여러 문화 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갔고 조선 후기 미술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우리 문화에서 조선 후기 미술이 가장 크게 기여한 점은 국제적 감각에 뒤지지 않으면서도 조선적인 미술 양식을 만들어 냈다는 데 있다. 다양한 화풍들이 공존하는 가운데 각각의 분야에서 조선 사람의 정서와 미감에 맞는 새로운 형식이 탄생했다. 이런 발전의 결과는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자 하는 조선 후기 화가들의 창조적인 의지에서 시작되었다. 국제적인 회화 조류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는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에 옛것에 집착하지 않는 새롭고 신선한 회화 양식을 창조할 수 있었다. 《조선의 화가》는 조선시대 화가들의 전반적인 삶과 당시의 문화를 읽어 가는 내용이지만 그림들에 상세한 설명을 더해 대중들도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과 배경도 소개하고 있어 즐거운 명화 감상을 가능하게 했다. 이 책을 통해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화가들의 정신이 담긴 그림을 보는 즐거움은 물론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삶에 대한 애정을 가진 조선 화가들 화가와 화가의 그림에는 인간적인 얘기가 들어 있어 우리에게 뜻깊은 울림을 준다. 네덜란드에 귀를 잘라낸 고흐가 있다면 조선에는 최북이 있다. 그리고 싶지 않으면 누가 뭐라 해도 절대 그리지 않았다는 최북은 세도가가 그림을 그려 달라고 조르자 남에게 구속당할지언정 눈을 찌르겠다고 하며 눈을 멀게 했다고 한다. 괴팍한 성격이지만 예술 세계에 타협이라는 선택지를 들이지 않았던 올곧음을 엿보게 한다. 또한 개인에게는 비극이었던 일이 문화사적으로 보면 축복인 아이러니한 경우가 많다. 김정희는 유배 생활 동안 겪은 외로움과 고통을 견디기 위해 예술에 몰두했고 추사체를 만들었다. 또한 유배 생활 중 지위와 권력을 잃고 초라해진 자신을 잊지 않고 찾아 준 제자의 인품을 칭찬하며 세한도를 그렸다. 정선의 인왕제색도는 정선이 평생 친구인 이병연을 위해 그린 그림이다. 이병연이 병들어 죽음이 가까워진 것을 안 정선은 그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통해 우정을 표현하고 친구가 낫기를 바라는 마음을 인왕재색도라는 예술을 통해 완성시킨 것이다. 이렇게 그림에는 화가들의 따뜻한 마음과 인간에 대한 애정이 들어 있다. 또한 그들의 뼈아픈 고통 끝에 탄생한 작품들은 우리를 겸허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림에 얽힌 이야기들은 조선의 회화 문화와 독자와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든다. 그들 한 명 한 명이 조선의 미술사인 만큼 조선의 회화 문화를 보다 가까이 통찰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