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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제1부 양심이란 무엇인가? : 양심의 권위에 대한 두 철학적 접근과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심 개념 1.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 이행자의 불만 2. 양심에 대한 상식적 이해 3. 양심의 권위와 양심의 가책 4. 양심의 권위에 대한 주지주의적 견해 5. 주지주의에 대한 도전 6. 양심의 권위에 대한 주의주의의 부상 7.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심 개념 보론 - 막간의 언어철학 제2부 그럼 군대 다녀온 나는 비양심적이란 말이냐? :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의 적절성과 개념 공학 8. 신운환의 두 가지 논점 9. 개념과 개념 공학 10. 샐리 해슬랭어의 개념 이론 11.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심관 12. [양심] 개념에 대한 개념 공학적 분석 13. 왜 병역 이행자의 불만을 무시해도 좋은가? 맺음말: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화한 사법부의 결정은 옳았는가? 미주 참고 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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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양심이란 무엇인가?’, ‘윤리적 혹은 법적인 관점에서 양심은 어떤 중요성을 지니는가?’와 같은 질문들은 우리 시대의 철학자나 법학자에게 오래된 숙제와 같다. 더욱이 엄격한 징병제가 시행되고 있는 분단국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의 문제가 사회적 쟁점이 될 때 이 질문들은 단순히 학자들의 사변적 질문에 머물지 않는다. 그에 대한 답변은 사회 구성원들의 삶에 직접적이고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학계가 이 오래된 숙제에 대하여 그 긴급성과 중대성에 비추어 합당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 p.23~24 명예 살인을 실행하는 이 요르단인의 모습은 성스러운 신의 목소리가 알려주는 자신의 도덕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종교인의 모습 그대로이다. 이를테면 종교적 이론가의 입장에서는 이 요르단인의 살인이 양심에 따른 행위라는 주장을 부인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양심은 매우 오도된 양심이 아닐 수 없다. 단지 외도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여동생을 살해하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비인간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이는 양심적 판단이 언제나 올바른 것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오류의 가능성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 p.54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즘에 대한 확고한 신념하에서 유대인을 감금하고 살해하는 한 나치 장교를 상상해보자. 오스카 쉰들러라는 이름의 사업가가 그에게 접근하여 유대인을 풀어주면 큰 뇌물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그 제안에 대하여 나치 장교는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일까? 뇌물을 받아야 하는가 아니면 뇌물을 거절해야 하는가? --- p.85 이에 따라 비록 현재 대다수의 일반인이 사회적 통념이나 도덕관념에 부합하는 내용을 갖는 양심의 명시적 개념을 사용하지만 그것은 인간의 심리와 행위를 포착하기에 최적화된 개념이 아니며, 인간의 심리와 행위를 포착하기에 최적화된 [양심] 개념을 얻기 위해서는 개념 공학적 분석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러한 개념 공학적 분석을 통해서 획득된 양심 개념, 즉 양심의 목표 개념이 바로 헌재 결정문의 [양심] 개념이며 이를 대한민국 사법부의 입장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 제2부의 핵심적 논지이다. --- p.118 이처럼 동성결혼 합법화를 둘러싼 논쟁 역시 모두가 동의하는 어떤 [결혼] 개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동성 간의 결혼을 합법화하는 것이 옳은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결혼] 개념의 내용을 어떻게 확정해야 할지를 놓고 벌어지는, ‘결혼’이라는 말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의미해야 할지를 놓고 벌어지는 용어 전쟁인 것이다. --- p.138 ‘양심적’이라는 용어를 두고 벌어진 용어 전쟁은 2018년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화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판단이 옳았는지에 대한 논쟁과는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 p.1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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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연구에서 법이론적 논의까지,
양심 개념에 대한 융합적 연구의 초석을 쌓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화한 결정은 다름 아니라 양심적 병역거부가 여타의 병역거부와 달리 헌법에서 보호해야 마땅한 종류의 ‘양심에서 말미암는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이때 제시된 양심 개념은 과연 무엇일까? 지은이는 그동안 양심에 관한 철학적 연구가 있어왔지만 개별 철학자들의 양심 개념을 소개하는 데 그쳤으며, 양심적 병역거부나 양심의 자유와 같은 법이론적 주제로 나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음을 지적한다. 따라서 이 책은 토마스 아퀴나스나 이마누엘 칸트, 애덤 스미스, 지크문트 프로이트, 버나드 윌리엄스, 마이클 샌델 등 다양한 사상가의 양심관을 검토할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사법 체계에 대한 법학적 이해와 양심에 관한 철학적 통찰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양심 개념을 심도 있게 성찰하는 학술적 작업을 시도한다. 그 과정에서 최근 일군의 철학자들이 새롭게 개척하고 있는 개념 공학이라는 철학 분야의 분석을 적용하고 개념 공학의 관점에서 일상적 양심 개념과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심 개념 사이의 관계를 규명하면서 병역 이행자의 불만에 대한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개념 공학이라는 새로운 철학 분야를 통해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심 개념을 규명하다 초여름 한반도가 장마전선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음에도 비가 오지 않을 때 기상청은 ‘마른장마’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날씨를 설명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러한 기상청의 설명에 대해 장마가 어떻게 마를 수 있느냐고, 비가 오지 않는 장마가 어떻게 가능하냐고 항의하면서 기상청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다. 지은이는 이러한 불만이 사법부에 대한 병역 이행자의 불만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사법부에 대한 불만이 일상적 양심 개념과 법적 양심 개념 사이의 충돌에서 연유한다면, 기상청에 대한 불만은 일상적 장마 개념과 기상학적 장마 개념 사이의 충돌에서 연유하기 때문이다. 기상학적 장마 개념은 장마에 대한 기상학자들의 개념 공학적 분석의 결과물이다. 여기서 개념 공학적 분석이란 어떤 개념에 대한 현존하는 일상적 개념의 분석이 아니라 우리가 당위적으로 고안하고 사용해야 마땅한 개념 분석을 의미한다. 우리가 기상학적 장마 개념이 개념 공학적 작업의 결과로 획득된 목표 개념이라는 것을 충분히 숙지할 때 기상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큰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을 두고도 동일한 논점이 성립한다. ‘X가 양심적이다’는 적어도 그 일상적인 용법에서는 ‘X가 도덕적으로 올바르다’거나 혹은 ‘X가 윤리적으로 타당하다’라는 함의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대한민국 사법부가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채택한 법적 양심 개념은 인간의 도덕 심리에 대한 통합적이며 체계적인 이해를 성취하기 위해 개념 공학적으로 고안된 양심의 목표 개념이다. 이 책은 헌법재판소의 개념 공학적 분석, 그리고 그 분석이 산출하는 양심에 대한 목표 개념이 사법부의 양심관에 상당히 자연스럽고 유용한 설명을 제공한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이처럼 양심 개념에 대한 개념 공학적 분석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로부터 파생되는 오해를 불식해나가면서 이 책은 일상적 양심 개념과 법적 양심 개념이 무엇인지, 그 둘의 관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양심적 병역거부의 합법성을 판단하는 맥락 ― 사법부의 관점 ― 에서 왜 법적 양심 개념이 일상적 양심 개념에 우선하는지 등에 대한 상세한 해명을 제시한다. 그러나 지은이는 병역 이행자의 불만을 단순히 법적 양심 개념에 대한 일반인들의 무지의 소치로만 치부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병역 이행자의 불만을 긍정하거나 지지하는 이들, 또는 그것에 공감하는 이들의 문제의식을 최대한 공유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입장을 이론화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불만에 대해 양심적 병역거부와 병역 이행이 얼마든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는, 양립 가능한 두 사태라는 답변을 도출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병역거부가 양심적이라고 해서 그로부터 다른 사람의 병역 이행이 비도덕적이라거나 부당하다는 결론이 따라 나오지는 않으며, 그뿐 아니라 병역 이행자들의 병역 이행이 양심적일 가능성이 부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합법화한 사법부의 결정은 옳았는가? 책의 말미에서 지은이는 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을 간략히 언급한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이 책은 제1부와 제2부로 구성된다. 제1부 1장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한 대한민국 사법부의 입장을 간략히 소개한 뒤 이러한 입장을 올바로 분석하고 평가하기 위해서는 양심 개념에 대한 적절한 이해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2장과 3장에서는 그러한 이해를 얻기 위하여 양심 개념에 담겨 있는 다양한 함의와 논점을 명료하게 정리하고, 상식적 양심 개념하에 양심이 우리의 내심에서 모종의 도덕적 권위를 누린다는 것을 확인한다. 4장과 5장 그리고 6장에서는 양심이 우리의 내심에서 지니는 이러한 권위에 대한 철학자들의 사유를 추적하면서 양심의 권위에 대한 주지주의, 그리고 주지주의에 대한 상대주의자의 도전, 뒤이어 주지주의의 대안으로 등장한 주의주의를 차례로 논의한다. 7장에서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양심관을 검토하고 이를 양심의 권위에 대한 주의주의적 접근으로 분류한 뒤 그러한 주의주의적 접근이 직면한 중요한 이론적 도전을 조명한다. 제2부에서는 병역 이행자의 불만을 정면으로 다룬다. 양심 개념에 대한 제1부의 논의를 기반으로 병역 이행자의 불만에 대한 가장 합리적이고 타당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제2부의 목적이다. 제2부의 상당 부분은 상식적인 양심 개념과 법적 양심 개념 사이의 상관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집중한다. 8장에서는 병역 이행자의 불만을 가장 상세하게 논의한 신운환의 논점을 면밀히 검토한다. 9장과 10장에서 최근 일군의 철학자들에 의해서 새롭게 개척되는 철학 분야인 개념 공학을 소개하고, 그러한 개념 공학의 기조를 가장 명료하게 담고 있는 샐리 해슬랭어의 개념 이론의 관점에서 양심 개념을 둘러싼 최근의 논란에 접근한다. 11장과 12장에서는 양심 개념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분석이 해슬랭어의 개념 공학적 분석으로 분류되어야 한다는 점을 논구하고, 13장에서는 병역 이행자의 불만이 상식적인 양심 개념에서는 타당하지만 헌법재판소의 법적 양심 개념에서는 부당하다는 사실을 논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