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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서 이어진 마을
봄의 기별, 경칩 _ 18 사라지고 없는 것들 _ 25 찔레꽃머리 _ 32 영산홍 _ 39 부들은 부들부들 _ 45 죽음은 영영 말해질 수 없는 것일지라도 _ 51 그리움의 출처 _ 60 선유담을 둘러보다 _ 68 산불이 휩쓸고 가다 _ 76 봉숭아 물들이기 _ 86 숲은 숨일지니 _ 93 은행나무 이야기 _ 99 도둑눈이 내리면 _ 106 숲의 선물 움트는 봄 _ 124 장끼와 까투리 _ 132 진달래꽃을 따러 _ 138 생강나무 꽃차를 만들다 _ 144 참나무 그늘에 돋은 천마 _ 151 버섯 철이 왔지만 _ 158 야생화를 만나는 기쁨 _ 165 수타사 터를 다녀오며 _ 172 파랑새를 보았네 _ 178 금꿩의다리 꽃을 만난 날 _ 186 꽃 진 자리마다 벌들이 잉잉 _ 192 싸리나무 물드는 동안 _ 200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_ 207 상수리는 도토리 _ 215 노루궁뎅이버섯이라고 발음하는 순간 _ 224 흰꼬리수리의 방문 _ 232 더불어 살아가려면 고양이와 발발이 _ 258 멧돼지와 고라니 _ 265 애완, 반려, 가축 _ 271 원앙 한 쌍 _ 278 동지 무렵 마을 풍경 _ 284 다시 노루를 보다 _ 292 운봉산을 오르내리며 _ 298 오디는 오달지다 _ 308 숲을 알 수 있는 날이 올까 _ 315 죄 없는 동물들의 수난 _ 321 조롱이 날다 _ 327 지구에 사는 인간의 예의 불볕더위가 빚어낸 풍경 _ 356 새삼과 칡덩굴 _ 366 부엉과 우엉 _ 372 ‘최후의 날 저장고’의 침수 _ 379 작가의 말 _ 4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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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끊임없이 새로운 전염병들이 생기는 것일까. 어쩌면 그 답은 숲에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해마다 기온이 올라가고 빙하가 녹아내리고 태풍이 몰아치고 해수면이 올라가는 밑바탕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숲을 짓깔아뭉개는 데 있을 것이었다. 한번 부리를 딴 숲을 다시 되돌리는 일은 까마득할 뿐만 아니라 멀리 세계의 허파라는 아마존 밀림까지 갈 것 없이 우리 마을 숲정이만 둘러보아도 마치 기계총이 생긴 것처럼 숲정이가 얼룩덜룩했다. 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면 그 여파는 마침내 우리들, 내게 들이닥칠 것이었다. 숲은 숨일지니. 그런 와중에도 양양 낙산사 경내엔 흰색 백매가 꽃을 피웠더라.
--- p.98, 「숲은 숨일지니」 중에서 문득 주먹을 쥐었다 펴고서는 바람결을 만졌다. 물결은 그대로인 채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은 없었다. 어름사니 허공 잡이를 하듯 잠시 앉았다 일어섰다. 떠난 뒤에야 이별한 후에야 비로소 뒤를 돌아보는 인간은 그러므로 영영 어리석은지도 모를 일이었다. --- p.150, 「생강나무 꽃차를 만들다」 중에서 오래된 나무들이 사라지면 그 나무가 품었을 이야기와 동식물들 또한 사라지는 것일 터였다. 마을에 저녁 빛에 빛나는 고묵은 나무 한 그루쯤 있으면 그 아니 넉넉하고 아름답지 않을 수 있겠는가. --- p.221, 「상수리는 도토리」 중에서 인간의 시간은 켜켜이 쌓아올려도 자연의 시간에 댈 수 없을 테지만 그렇다고 인간의 시간이 하찮은 것은 또 아닐 것이다. 자연의 시간 속에 인간의 시간이 스며들었고 인간의 시간 속에는 또 자연의 시간이 섞여들어 서로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일 것이었다. --- p.304, 「운봉산을 오르내리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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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산책자의 깊고 맑은 산문 정신”
숲과 그곳에 깃든 생명의 숨을 담아 써내려간 숲 산책자의 신작 에세이다. 전작 에세이 『숲의 인문학』 (글항아리, 2013)으로 보여준 숲과 인간의 삶에 대한 사색과 문장의 깊이가 지난 세월만큼이나 한층 묵직해졌다. 개인의 미시적 일상을 다룬 에세이가 유행하는 요즘 크고 넓은 세계를 깊고도 멀리 바라본 에세이는 참 오랜만이다. 독자들에게 숲과 마을의 풍경과 소리를 결코 사변적이거나 관념적인 아닌, 생생한 현장을 느낌을 전하는 까닭은 몸으로 써내려간 때문이리라. 작가가 매일 오가는 숲은 이상적인 자연으로 절대화된 존재가 아니다. 누군가에게 숲은 착취와 약탈의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작가에겐 무엇보다 나물을 캐고 버섯을 채취하며 꽃차를 준비하는 노동의 현장이면서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사색의 시간을 부여하는 고마운 장소이다.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작가는 숲을 우리 삶과 떼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존재로 인식한다. “자연 속에 인간이 터를 잡은 이상 인간과 자연은 완벽하게 분리될 수 없다.” 계량되지 않는 수많은 것을 숲에서 얻는 인간들의 무심함이 안타깝고, 배은망덕에 분노도 하지만 작가의 생각은 섣불리 치우치지 않고 문장으로 날을 세우지도 않는다. 그저 담담하게 야생화와 마주친 기쁨과 흰꼬리수리와 만난 환희와 태양광발전소 난개발의 살풍경을 기록하는 것으로 독자의 공감을 이끈다. 숲과 인간의 관계가 어떻게 무너져가고 있는지 또 화해의 길은 무엇인지 날선 구호가 아닌 자신의 성찰로 수렴하는 그 묵직함에 독자들은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초유의 코로나19 시대를 힘겹게 지나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맛깔 나는 우리말이 살아있는 작가의 올곧은 산문정신은 청량한 숲의 숨소리를 들려주는 한편, 우리들 삶의 양식을 돌아보게 하는 죽비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