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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의 말
도입-잃어버린 작품의 미술관 도난 전쟁 사고 성상파괴와 반달리즘 신의 손길 일시적인 작품 소유자가 파괴한 작품 매몰과 발굴 사라졌거나 존재하지 않았거나 결론-사라짐은 재발견에 대한 바람의 다른 표현일 뿐 주석 색인 그림 출처 |
Noah Cha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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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얼마나 많은 예술가의 걸작을 잃어버렸는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오늘날 로히어르의 작품으로는 〈십자가에서 내리심〉이 가장 유명하지만, 그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정의의 순환〉이 대표작이었다. 유명한 컬렉션에 포함된 〈십자가에서 내리심〉은 수많은 관람객, 사상가, 예술가의 방문을 받았으며 수 세기에 걸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어떤 다른, 더 탁월한 무엇이 예술가들을 그렇게 순례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가 위대한 예술가들과 연관 짓는 작품들이 반드시 그들의 가장 위대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창작물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잊기 쉽다. 종종 그것들은 역사의 우연 속에서 살아남은 것일 뿐이다.
--- p.19 예전에는 미술품 도난이 은밀하고 주의 깊게 이루어졌다. 경비원과 자물쇠가 유일한 방어 수단이었고 인간의 경계심이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이것들은 모두 너무 쉽게 뚫렸다. 게인즈버러의 작품을 훔칠 때만 해도 도둑들은 들키지 않고 감쪽같이 일을 처리하려고 애썼지만, 20세기 중반에 경보 시스템이 잘 갖춰지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대중에게 공개되어 보안이 취약한 갤러리에 강도들이 침입해서 재빨리 미술품을 훔쳐가는 쪽으로 바뀌었다. 1960년 무렵부터 경매에서 미술품이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낙찰되면서 범죄 조직들이 이런 기습적인 방식으로 미술품을 노리게 되었다. 예술 범죄는 비교적 무해하고 종종 이념적인 범죄에서 국제적으로 심각한 골칫거리로 바뀌었다. --- p.31 알카사르 화재 때 궁정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창밖으로 미술품들을 던졌다. 그들이 구한 미술품과 구하지 못한 미술품의 목록이 알려져 있다. 그들 자신의 이름은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역사가들은 화이트홀의 화재와 여기서 소실된 유명한 작품들을 기록했지만, 화재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들의 이름은 대부분 잊혔다. --- p.101 새로운 세력이 자신과 다른 믿음의 체계와 문화를 지닌 지역을 지배하게 되면 과거 비잔틴 제국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성상파괴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 오스만의 정복자들은 하기야 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로 개조했는데, 이 사원에서 귀중한 모자이크의 많은 부분이 파괴되지 않고 숨겨졌다. 드넓은 벽과 돔과 천장을 회반죽으로 덮었다. 오스만 사람들이 우상숭배라고 여겼던 모자이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과정을 통해 보호되었다. --- p.129 무엇보다 도난은 희망을 준다. 도둑들도 훔친 물건을 보존해야만 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미술품이 파괴되는 위험성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납치 범죄와는 달리 몸값을 지불하지 않으면 범인은 미술품을 파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미술품이 되돌아온대도 범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술품은 파괴하면 가치가 없어지니까, 이건 마치 돈가방을 불태우는 것처럼 아무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 행위라는 것이다. 파손이나 파괴보다는 도난이 낫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작품이 남았으면 어쨌든 되찾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p.325 이 책에서는 잃어버린 미술품을 다루었다. 그런데 ‘잃어버린 예술가’도 있다. 조르조네가 32세에, 라파엘로가 37세에 죽지 않았다면 어떤 그림을 더 그렸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벨라스케스가 궁정인으로 일하느라 바빠서 그림을 그리는 데 아주 적은 시간밖에 내지 못했던 것도 안타까운 노릇이다. 블라디미르 타틀린 같은 탁월한 예술가가 1934년에 스탈린이 추상미술을 공격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자 정물화만 그렸는데, 그때 그렇게 자신을 한정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 p.3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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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은 늘 그 자리에 있지 않았다
미술관은 차분하고 잘 정리되고 연출된 공간이다. 그런 미술관에서 미술품을 바라보는 행위는 삶에 여유와 위로를 가져다준다. 그러나 미술관과 미술품이 겪어왔던 온갖 위험은 그리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루브르의 [모나리자]는 도난당해서 두 해 동안 사라졌고, 돌아온 뒤에는 돌을 맞기도 했다. 바티칸에서는 정신병 환자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에 망치를 휘둘렀고, 예르미타시 미술관에서는 렘브란트의 [다나에]에 산을 뿌렸고,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에서는 레핀의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이 금속 봉에 찢겼다. 공격당하고 파손당한 미술품은 수리라도 할 수 있지만 아예 사라져서 이제는 볼 수 없는 미술품도 많다. 드레스덴의 미술관에 있던 사실주의 화가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과 임멘도르프 성에 있던 클림트의 회화는 제2차 세계대전의 폭격과 방화 속에 사라졌다. 그나마 이 작품들은 사진이라도 남아 있다. 더 먼 옛날에 존재했던 미술품과 건축물, 예를 들어 고대 세계의 7대 불가사의는 대부분 이제는 존재하지 않고 애초에 어떻게 생겼는지도 분명히 알 수 없다. 당연하게 여겼다고 해서 당연했던 것은 아니다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는 미술품과 문화재가 파괴되고 사라진 이유를 나열하는 한편으로, 미술품을 구하고 되찾고 되살리기 위해 노력한 이들도 조명한다. 알카사르 궁전의 화재 때 불타 없어질 뻔한 벨라스케스의 [라스 메니나스]를 누군가 과감하게 액자에서 잘라내어 창밖으로 던진 사례나, 오늘날 도난 미술품을 되찾기 위해 수사관들이 펼치는 끈질긴 수사, 아르노강의 범람 때 피해를 입은 피렌체의 미술품을 복원하기 위해 갖가지 궁리를 했던 전문가들이 소개된다. 저자의 말대로 미술품과 문화재를 잃어버린 과정과 맥락을 살펴보는 것은 앞으로 벌어질 파괴와 손실을 막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미술품이 제작되고 보존되는 과정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채로운지를 실감하게 만든다. 사라지고 잃어버린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예술품이 ‘지금 여기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담긴 중의적 의미에 놀라게 된다. 새로이 제작된 작품에 덮여서 숨겨졌거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또는 여타 이유로 예술가 자신이 파기했거나, 퍼포먼스나 설치미술처럼 애초부터 일시적으로만 존재하는 작품도 있다. 현대미술에는 아예 작품을 없애는 행위 자체가 작품인 기묘한 작품도 엄연히 존재한다. 사라진 미술품과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 당연한 것처럼 주어진 세계가 실은 더 크고 복잡한 세계의 일부라는 걸 상기하게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가 창궐하는 이 시기에 다른 지역과 나라를 여행하면서 미술품과 문화재를 감상하던 행위가 이제는 동경과 염원의 대상이 되었다. 이 책은 예술을 경험하고 느끼는 행위가 갖는 의의를, 우리가 예술과 관계 맺는 방식을 새로운 관점에서 생각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