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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_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의 고백 4
1 무너진 자리에 머문다는 것 상사의 친구를 집에 데려다주는 새벽 16 나는 요즘 가족이랑 지내 24 나쁘지 않다 28 30만 원짜리 에디터 29 아무리 느린 영화여도 2배속 하지 않는 33 당신은 내가 연기하는 걸 본 적 있다 36 불편하지 않았다고 40 무표정의 솔직함 44 앓는 이유 45 제기에서 방배로, 방배에서 제기로 47 나 대신 거미 54 하루, 두 개의 마감 58 오늘은 나에게 잘했다 말하고 싶어 65 돼지의 탄생 66 오이 같은 사람 72 아랫배를 품고 넘는 천 개의 고원 75 소심인의 명대사 82 나한테 제일 쉬운 사람 88 나의 영화배우 데뷔 현장 90 일기보다 소설 95 인간 디톡스 96 손인사 101 들키지 말지 그랬어 102 얼굴의 계절변경선 104 엄마, 김밥 사 왔어 108 나의 장례식 114 2 여전히 어려운 게 많은 어른 시간만 때워도 결과가 있다면 122 나도 모르는 나의 문제들 125 자이로드롭 128 시를 되찾을 수 있을까 129 시작은 책상 정리부터 134 눈은 뾰족하지만 삶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137 메로나 144 분리되지 못한 채 분리되어 있는 147 신동엽 신동엽 신동엽 151 처음에게 미안해 158 걱정을 재는 기계 162 한자와 부동산을 잘 모르는 어른 164 행복만땅 하트하트 168 밀어도 금세 자라는 잔털처럼 172 110kg짜리 아버지 176 결국 너의 부모처럼 될 거라는 말 182 마음, 나침반 185 어려운 행복 말고 쉬운 행복 186 방귀는 영원해 187 ‘사랑하는 마누라’가 있는 곳 192 설명이 필요없는 순간 198 학을 접습니다 199 유기농 등의 맛 201 감정이 이룬 말들 207 첫사랑을 묻는다면, 장만옥입니다 209 이제는 약속해 소중히 간직해 213 에필로그_ 토종 순대만큼의 온기 2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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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이였을 때, 성수대교가 무너지는 일이 있었다. 튼튼한 다리가 무너질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나는 내 삶이 이런 식으로 무너질 거라고 예상한 적이 없다. 그래서 넌 왜 이렇게 무너졌냐고 묻는다면, 대답할 말이 없다.
--- p.21 누군가의 속도가 느리다고 보챌 수 없고, 빠르다고 붙잡을 수도 없다. 그저 바라볼 뿐이다. 그 사람의 속도와 리듬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예의다. --- p.34-35 무대 위에서 연출가의 요구사항을 따르듯, 사회생활을 하면서 상사부터 친구까지 다양한 주변인들의 요구를 따라 연기를 한다. 그게 나쁜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요구를 무시한 채 하고 싶은 대로 모든 것을 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죄인이 되거나, 미치거나, 죽은 듯이 살거나. 나는 죄인, 광인, 유령 대신 연기자를 택하겠다. --- p.38 나 때문에 누군가 아플 수 있다는 건 무시무시한 일이다. 나를 아프게 했던 수많은 이들은 왜 그걸 몰랐을까. --- p.56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살 좀 쪘네” 하면, 그날 식사를 포기하고 무릎이 아플 때까지 운동을 한다. 마음을 헤아리지 않는 이들은 늘 내게 살에 대한 안부를 묻는다. 살이 마음보다 먼저 보이는 건 슬픈 일이다. --- p.70-71 아버지를 견뎌 냈으니 웬만한 사람은 견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견디는 것은 근육처럼 견고해지는 개념이 아니었다. --- p.78 어차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이므로, 마음속에서 조금씩 흘려 보내다 보면 사라지지 않을까. 과거에 흘려 보낸 고민들은 하늘에 가득한 미세먼지 사이 어딘가에 있을 거다. 내가 별이 될 수는 없어도, 하늘 위로 던진 내 고민은 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 p.143 어떤 말은 뱉기까지 반드시 채워야 하는 감정의 양이 정해진 듯하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공허한 말이 된다. 편지에 글자를 채우는 건 몇 분 만에 뚝딱해 낼 수 있지만, 감정을 채우려면 꽤 긴 시간이 걸린다. --- p.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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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 않았던
진짜 마음에 대한 이야기 살다 보면, 깊은 밤이 길게 이어지는 것 같은 때가 있다. 잘해 보려 한 건데 일도 관계도 끝이 좋지 않고, 남들은 뭔가 차근차근 이루며 사는 듯한데 나는 제자리걸음인 것 같아 외롭고 우울한 날들 말이다. 억울한 마음이 들다가도 결국 다 내 잘못인 것만 같아 자책하고, 그래도 나만은 내 편이 되어 주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 다시 나를 달래고 위로하는 매우 불안정한 시절. 저자의 지난 한 해가 그랬다. 그리고 이 책에 담긴 글들은 대부분 그때 쓰였다. 상처만 남은 퇴사, 불안정한 프리랜서 생활, 아버지 집에 얹혀사는 세입자. 한 번도 상상해 보지 않았던 모습으로 30대의 한 해를 지나면서, 저자는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상처와 미움과 콤플렉스를 솔직하게 꺼내 놓는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그의 고백들을 읽으며 내게 상처와 미움을 남긴 일들을 떠올렸고, 나의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을 생각했다. 술 취한 상사의 친구를 집에 데려다준 적은 없지만 자리의 높낮이 때문에 부당한 일을 웃으며 했던 적이 나 역시 있고, 동일한 현장은 아니지만 “내가 나를 지키는 게 다수에게 나쁜 짓을 하는 것 같은 상황”(p.93)에 떠밀려 본 경험 또한 있다. 뚱뚱하다는 놀림 때문은 아니지만 외모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혀 괴로웠던 날들, 대상이 아버지가 아니었을 뿐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가족의 모습에 이불 속에서 울었던 날들이 내게도 있다. 이 다르고 닮은 경험들이 서로 만난다는 건, 퍽 놀랍고 다정한 사건이다. 저자가 저자 자신과 나를 응원하는 동안 나는 저자와 나 자신을 응원하고 격려하게 만든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아프고 부끄러운 이야기가 때로 그 어떤 희망적인 말보다 위로가 되기도 하는 건, 사는 게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확인과 그 힘든 일을 우리가 함께 하고 있다는 동지애적 교감 때문일 것이다.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하찮고 초라하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게, 끝까지 숨기고 싶으면서도 누군가는 알아봐 주었으면 한다는 거다. 알다가도 모를 마음은 이뿐만이 아니다. 사람 만나는 게 싫은데 좋고, 속물이 되고 싶지 않은데 있어 보이고는 싶고, ‘불가능하다’고 선언한 것들을 자꾸 떠올린다. 저자가 묘사한 이 이상한 마음을 너무 잘 알겠어서 글을 읽는 내내 여러 번 탄식했다. 편집자로서 솔직한 고백을 덧붙이자면, 이 책이 위에서 언급한 위로의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그런 것 다 필요 없을 만큼 재미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에 기록된 고백을 ‘재미있다’로 설명하는 게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사실이다. 이 책이,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 살아가는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위로가 되고, 솔직함의 용기를 더해 주고, 더불어 독서의 재미를 일깨워 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