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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말
아픈 몸과 말의 기록
홍수영
허클베리북스 2020.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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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의 말
프롤로그

1부 몸의 고백
빈 교실
잊지 않는 연습
날마다 다른 몸
탱고
내가 느끼는 나
바닥을 믿는다
지속
다른 일상
우리
잔인한 존중
가볍지 않은 경증
배려 속 편견
공감
이 지경이라서
차이
건네받은 시간
제가 들리세요?

2부 몸의 침묵
다음 주에 또 볼까요?
바라봄 사진관에서
새길
기도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너에게 돌려줘야 할 발걸음
당신이 필요하다는 말
쉬운 표현
감사합니다
들음 안에서
느린 받아쓰기
이름
침묵
말과 말 사이
선포

사랑
세부를 보는 일
영혼을 위한 일
눈물


3부 몸의 기도
기도시 (1~44)

에필로그

저자 소개 1

바디 에세이스트. 기다리고, 듣고, 느리게 대답하는 사람. 약을 복용하면 근육의 수축과 떨림이 경감되는 ‘경증’의 근육병 환자로 살고 있다. 근육을 쥐어짜는 통증과 휴지기가 반복적으로 오기 때문에 몸 상태가 급작스럽게 바뀌며, 하루에도 몇 번씩 다른 몸과 만난다. 사랑을 주장하는 곳에 있는 배제, 다양성을 외치는 곳에 있는 선긋기를 마주하는 순간들을 적는다. 『몸과 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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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98g | 127*188*20mm
ISBN13
9791190933049

책 속으로

14살 가을, 디스토니아(근육긴장이상증) 진단을 받았다. 처음에는 목이 툭툭 하고 틱처럼 돌아가는 정도였으나 하루가 다르게 증상은 심각해졌다. 가까운 병원들을 헤집고 다니며 검사란 검사를 다 받아도 진단명이 나오지 않았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돌아가는 목 때문에 머리카락을 손가락 사이에 집어넣고 고개를 고정시켜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 p.25

나는 하루마다 다른 몸이 된다. 어제 능히 할 수 있었던 일을 오늘도 거뜬히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 남들과 똑같은 시간 속에 흘러가고 싶다. 연습이 가능하고 익숙함을 아는 몸으로 하루라도 살아보고 싶다.
--- p.43~44

장애의 모델을 위기 극복형으로 보는 사회의 경우 장애인을 향한 존중을 갖고 있기는 하나 건강한 사람들의 능력치에도 개인차가 있는 것처럼 장애인 역시 무조건적으로 극복하려는 의지만으로 능력 바깥의 일을 해낼 수 없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그들은 몸이 아픈 장애인은 용납하지만 의지가 약한 장애인은 용납하지 않는다.
--- p.63

서로에게 무관해지지 않으려는 마음.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을까. 상대방의 아픔을 다 이해할 수 없을지언정 그 아픔에 무심해지지 않겠다는 다짐. 그보다 더 이 사회에 절실한 게 있을까. 지금도 여러 공공시설에서 매서운 편견과 만나면서도 부당하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는 수많은 희귀질환자들이 살아가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통증과 씨름하는. 그들 앞에서 익명이 되지 말아야 할 우리 사회를 생각한다.
--- p.71~72

얼굴 하나, 표정 하나를 갖고 싶어서 헤맸던 시간들. 경련이 웃음으로 변하고, 그 어떤 웃음도 내 것이 아니었던 시간들.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떠나갔다. 나를 스치듯이 보고 스치듯이 사랑하려 했던 사람들. 그런 내게도 정말 뛸 듯이 기쁜 순간이 찾아오는데, 누군가가 헤어짐의 인사 뒤에 어색한 악수 대신 이 말을 건네줄 때다. “수영 씨, 우리 내일 만날래요?”, “다음 주에 또 볼까요?”
--- p.126

질병이 나를 찾아온 뒤로 작디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체감하는 삶을 살아왔다. 한순간이 얼마나 낭비될 수 없이 무거운지, 내가 건네는 한마디가 다른 이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깨닫는 삶의 연속이었다는 거다.
--- p.182

나는 이번 책을 통해서 세상에는 이름 붙여졌거나 이름 붙여지지 않은 수많은 질병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만들어낸 장애의 상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섣부른 오해에서 비롯된 언어적 폭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

--- p.322

출판사 리뷰

아픈 몸을 열등한 몸으로 만드는 사회에서 기도로 하는 말

저기 지하철 노약자석에 멀쩡해 보이는 20대 여자가 앉아 있다. 고개를 한쪽에 기댄 채, 해사한 얼굴을 하고. 이 책의 저자 바디에세이스트 홍수영이다.
14살 가을, 저자에게 근육병이 찾아왔다. 의지대로 몸을 움직이기 힘들어졌다. 목이 자꾸 곱아져 앞을 응시하는 일조차 어려웠다. 저자의 몸은 하루에도 수십 번 상태가 달라진다. 어떤 시간에 저자의 병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제법 다부지고 씩씩하게 보인다. 그러다가도 곧 몸의 리듬이 사라진다.
근육병은 근육의 불수의적 경련과 기억력 저하 그리고 발성 장애를 가져왔다. 생각을 뚜렷하게 말로 정리해서 다른 사람과 대화 나누는 일을 어렵게 만들었다. 저자에게 대화는 높이뛰기보다 어렵다. 저자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보이지 않는 병증을 가진 몸을 향해 파고드는 판단과 의심, 경증과 중증을 나누며 끊임없이 아픈 몸을 위축시키는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 말이 어눌하다는 이유로 받았던 크고 작은 차별들 속에서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오랜 침묵의 시간 동안 저자가 가장 많이 한 일은 역설적이게도 말하기였다. 이는 목의 떨림과 안면 근육을 사용해서 ‘몸으로’ 하는 말하기와는 다르다. 저자는 ‘기도로’ 말을 한다. 서로가 애써 무관해지려는 세상에서, 너의 기도가 나의 기도가 되지 않는 이곳에서 저자는 하나님과의 대화를 시도한다. 그녀에게 기도는 무언가를 구하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과 대화하는 일이다. 저자는 하나님과 자신의 아픈 몸을 두고 이야기하며, 우리 사회가 ‘함께 겪는’ 방식으로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길 기도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세상에는 이름 붙여졌거나 이름 붙여지지 않은 수많은 질병이 존재한다는 것과 사회의 지배적 이미지와 장애의 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성찰의 노력이 없는 한 아픈 몸을 향한 섣부른 판단과 언어적 폭력은 계속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픈 몸들이 우리의 도처에서 억압을 견디며 연대의 마음들을 기다리고 있음을 묘파한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아픔들 앞에서도 익명이 되지 말 것을 촉구하는 호소의 책이자, 가장 내밀한 고통은 결국 우리 모두의 고통임을 깨닫게 해주는 성찰의 책이다.

추천평

몸은 병, 특히 불치의 병을 통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몸에서 몸으로 이어지는 관계들에서 빚어지는 오인과 오해는 정확하게 다가와, 그런 만큼 정곡을 찌른다. 나를 이탈하는 몸, 감정은 말할 것도 없고 사유조차 그 앞에서 절름거리게 만드는 몸, 함몰된 시간과 공간을 드러내어 당혹하게 하는 몸, 그렇게 몸이 나의 존재를 벗어나 과잉될 때 신성의 세계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손안에 뚜렷이 주어짐을 그녀는 글을 통해 보여준다. - 조광제 (철학아카데미 대표)
몸이 만들어내는 한계 상황은 몸과 마음을 넘어 관계의 망에도 상처를 내 침묵의 공간을 만든다. 홍수영 작가는 그곳에서 울려 나오는 모든 소리와 생각들에게 말을 건넨다. 이 소리들은 어떤 때는 파편이 되고, 어떤 때는 강이 되고 들이 된다. 그 소리가 말이 될 때 그 말은 길이 된다. 그가 쏟아내는 고백과 이야기와 시는 고통의 종말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고통과 동행해야 하는 인간의 막막한 한계 상황에 등불이 되어, 읽는 이의 어두운 길에 한 발짝 앞으로 디딜 수 있는 공간을 비춰준다. - 박희규 (이화여자대학교 기독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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