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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서문
서문 제1장: 실험의 배경 16 일차적 비만과 이차적 비만 C. G. 융의 연상검사 연상검사와 비만 콤플렉스와 성격적 특성 결론 제2장: 신체와 정신 신체의 대사 비만에 대한 최근 연구의 관점 스트레스와 비만 두려움과 분노의 병리적 영향 비만에 대한 임상적 접근 정신과 몸에 관한 융의 개념 제3장: 세 가지 사례 연구 마거리트 앤 캐더린 제4장: 여성성의 상실 부성 콤플렉스 모성 콤플렉스 음식, 성, 종교 콤플렉스 결론 제5장: 여성적인 것의 재발견 디오니소스 숭배의 신비 춤 여성적인 것과 기독교 주석 참고문헌 찾아보기 용어 해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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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비만증, 폭식증, 거식증 등 섭식장애가 매우 심각한 질병 가운데 하나로 출현한 지 오래 되었지만, 그것들은 치료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질병들에 속한다. 그 질병들이 몸과 관계된 것이지만, 원인은 몸에 있지 않고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많은 여성들은 몸이 날씬해지면 좀 더 그럴 듯해지고, 멋진 남성들로부터 선망의 눈길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환상 속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다이어트를 하고, 밥을 굶다가 영양실조에 걸리며, 심지어 죽기까지 하지만 수만 명의 소녀들은 오늘도 다이어트를 하고 거식증 때문에 고통 받으면서 노심초사한다. 그녀들은 지금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고, 체중이라는 괴물과 싸우면서 몸무게에 온 신경을 쓰며 파괴의 늪으로 달려가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마리온 우드만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융 학파 정신분석가로 활동하면서 이 책 이외에도 『여성의 완벽주의와 치료』, 『의식과 여성성』, 『처녀와 임신』 등 주로 여성의 개성화와 여성의 정신적 발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저술하였는데, 현대 사회에서 여성들을 괴롭히는 섭식장애는 19세기 성욕을 억압해서 생긴 여러 가지 형태의 신경증들이나 20세기 초반 히스테리아 등으로 나타났던 질병이 20세기 중후반에 모습을 바꿔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고 진단한다. 섭식장애는 모든 정신질환이 언제나 그렇듯이 여성들이 그녀의 자아가 그녀들 속에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외부에서 그녀들에게 요구하는 것들만 쫓아가다가 현대 사회의 외향적인 문화적 패턴을 따라서 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여성들은 지금 그녀들이 되지 못하고, 날씬한 몸이라는 덫에 걸려버렸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남성이나 여성들 모두 외모를 중시하고, 학벌이나 겉치레를 중시하는 것은 가히 병적인 현상이다. 더구나 현대 사회에서 매스컴과 인터넷, SNS의 발달로 사람들은 차분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생각과 품성을 가꾸기보다는 그들에게 주어지는 자극들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려고 하고, 겉으로 드러난 것들만 가지고 판단하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젊은이들이 그런 풍조를 따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런 도도한 물결 앞에서 자기의 생각을 확립하지 못하고, 거기에 사로잡히면 문제는심각해진다. 그래서 섭식장애에 걸린 여성들은 폭식하면서 그녀들의 몸을 괴물처럼 만들고, 거식증에 걸린 여성들은 먹은 것들을 다 토하면서 고통을 당한다. 우드만은 섭식장애의 치료에서 명심할 것은 두 가지라고 강조한다. 먼저 섭식장애에 걸린 여성들의 문제는 그녀들이 여성성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그녀들은 대부분 어머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그녀의 여성성을 거부하고, 여성적인 것이 가진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녀들은 여성원리를 거부하고, 여성적인 삶을 살지 않는다. 그녀들은 무엇인가를 품고, 거두고, 자라게 하기보다는 과제중심적이고, 성취중심적이며, 감정적인 것보다 지적인 것들을 추구하면서 그녀 자신의 본질적인 여성성과 멀어진다. 그래서 그런 여성들에게는 여성적인 따스함이 없고, 수용적이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잘 맺지 못한다. 따라서 그녀들에게 몸이 반란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몸(body)은 영(spirit)과 달리 여성에게 속한 것인데, 그녀들이 몸을 무시하고, 홀대하니까 몸이 반발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드만은 섭식장애의 치료를 위해서는 그녀들이 먼저 여성원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섭식장애에 걸린 여성들은 그녀 자신이 되어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여성들은 날씬한 몸매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 특히 남성들의 사랑을 받으려고 하는데, 그것은 그녀 자신이 되어서 다른 남성들 섭식장애의 치료와 분석심리학과 관계를 맺으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남성들이나 사회가 만든 틀 안에 자신들을 넣어서 선택 받으려는 것이다. 그녀 자신은 없이 그저 그럴듯한 여성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드만은 “한 여성이 ‘남자의 여자’에 머무는데 만족하는 한, 그녀는 여성으로서의 개인이 되지 못한다. 그녀는 비어있고, 단지 ... 남성의 투사를 받으려는 그릇”이 되고 만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그녀들은 그녀가 날씬한 몸매를 만들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려는 욕망의 밑바닥에는 그녀 자신이 그렇게 아름다운 인간, 즉 그녀 자신으로 된 인격체를 바라는 욕망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서 겉모습만 날씬해지려고 하지 말고, 그녀 속에 그녀 자신을 채워서 그녀 자신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더 아름다운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모든 신경을 몸무게에 쏟지 않게 되고, 스트레스만 받으면 단 음식과 곡물과 유제품(乳製品)을 찾지 않고, 삶의 더 근본적인 의미를 찾으면서 살게 될 것이다. 그것을 잘 말해주는 것이 데메테르-페르세포네 신화이다. 이 신화에서페르세포네는 어머니 데메테르의 곁을 떠나 수선화(나르시서스의 꽃)를 꺾다가 지하계의 신이며 작은 아버지인 하데스에게 납치되어 지하세계에 떨어졌다. 그녀는 거기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고 슬퍼하는데, 어머니 데메테르는 잃어버린 딸을 찾다가 식음을 전폐해서 지상에서는 곡식들이 하나도 자라지 않았다. 그러다가 제우스의 주선으로 지하세계에 가서 딸을 데려오는데 페르세포네는 하데스가 준 석류를 먹어서 일 년 가운데 2/3은 지상에서 살지만, 1/3은 다시 지하계에 내려가서 살아야 하게 되었다.우리는 이 신화에서 섭식장애의 증상과 치료법이 모두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성들은 시간이 되면 어머니를 떠나서 스스로 하나의 여성과 어머니가 되어야 하는데, 보통 사춘기 무렵이 되면 어머니를 거부하고 아버지를 동경하다가 남성원리에게 겁탈당하면 사회적으로는 유능하게 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섭식장애나 우울증이나 정신-신체적 역자 질병으로 고통을 받지만, 결국 어머니의 도움(모성원리, 여성원리)으로 새롭게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신화에서는 페르세포네에 대한 하데스의 납치와 데메테르의 지하행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이 신화에서 재미있는 것은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서 나올 때 하데스가 준 석류를 먹어서 일 년의 1/3은 지하계에서 여왕으로 살고, 2/3는 지상에서 사는 것이다. 페르세포네는 그 전에 하데스에게 납치당할 때 그녀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무의식적으로 남성원리를 취해서 사느라고 어둠 속에서 고통당했지만, 이제는 그녀 스스로 하데스가 준 여성의 열매 석류를 먹어서 지하세계의 여왕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데메테르와 페르세포네는 어머니와 딸이 아니라 사실은 여성의 두 면을 나타낼 것이다. 여성들이 어머니로부터 태어나서 스스로어머니가 되는 발달 과정을 그리는 신화인 것이다. 그때 여성은 처음에는 남성성의 공격을 받지만 결국에는 스스로 지하세계, 즉 모든 것을 잉태하게 하고, 어둠 속에서 발아를 기다리며, 새로운 창조를 모색하는 아픔을 품고 싹트게 하는 그릇으로 재탄생하면서 임무를 완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결국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동식물을 먹이는 어머니가 될뿐만 아니라 어둠속에서 잉태되고, 드디어 열매를 맺는 모든 창조성과영감(靈感)의 근원으로 된다. 이것이 섭식장애 증상에 담긴 진정한 의미이다. 2020. 11.20. 月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