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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했어.
지구 온난화 때문에 더 이상 봄과 가을은 찾아오지 않는다고 말이야. 창밖은 온통 눈 덮인 회색 도시일 뿐이니 꽃과 같은 건 기다리지 말래. 그래서일까. 이 세상에는 봄바람도, 기다림도 존재하질 않지. --- p.4 편지 속에는 단 두 문장뿐이었어. '너의 스무살 생일을 축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딸아, 더만큼은 너답게 살아라, 수선화답게.' 고요하던 나의 하루에 파동이 일어난 기분이었어. 스무 살은 꽃이 피는 나이라고 말씀하시던 당신의 목소리가 떠올랐거든. --- p.10 무작정 그 발걸음을 따라 걸었어. 쌓인 눈들이 내 발에 밟혀 서걱-하고 소리가 났어. 어느새 우린 숲에 도착해있었어. 한 번도 본 적없는 눈 쌓인 그 곳을 나비는 고고히 걸어갔어. 그 길 끝에 밝은 빛 하나가 걸려있었지. --- p.18 "그저 믿을 뿐이죠." 그의 한 마디에 가슴이 전에 없이 살랑이는 듯 했어. 오랫동안 손님을 기다려왔다는 듯 먼지 쌓인 낡은 책들부터, 꽃은 없지만 언제든 피어날 수 있을 것만 같은 화분들까지…… 푸른 잎이 무성한, 나무 냄새가 가득한 그 곳을 한참동안 바라보았어. --- p.30 아이들의 화살 속에도 향기는 늘 당당하고 자유로웠어. 향기는 내게 함꼐 있자며 손을 뻗어주었지. 그러나 나는 밤하늘로 올라가기엔 겁이 났어. 나는 별만큼 반짝이지도, 용감하지도 않은 아이였으니까. 그저 향기의 손을 올려다볼 뿐이었어. --- p.48 그는 내게 연필 한 자루를 건넸어. "첫 줄은 시작해보세요. 인생의 어느 순간이든, 그 곳에 멈춰 서서 잠시 쉬어보아요." 쉰다는 것,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일이었지. 그런데 왜일까?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차오르는 듯 했어. 나는, 첫 문장을 적어 내려갔어. --- p.56 나는 주저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었어. 그리곤 커튼을 잡아보았지. 부드러운 커튼의 면 사이로 작은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어. 어렴풋한 온기를 향해 손을 뻗자 날개를 펄럭이며 멀어지는 나비가 보였지. 녀석이 날아간 곳의 세계는 온통, 봄이었어. --- p.1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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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상에 꽃이 없다면 어떨까요?
세월이 흐르며 사라진 것들을 생각해보세요. 수선의 이야기로, 지난 날 소중했던 것들을 생각해보세요. 참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입니다. 세상은 바쁘게 흘러가고 있고 코로나 등 다양한 이슈가 생기면서 우리의 삶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누구나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를 쓰지 않던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계절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4계절을 지내는 우리에게 2계절만 있다면 어떨까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봄과 가을은 점점 짧아지고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좋았던 삶을 기대하면서도 현재 삶에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이런 삶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면 결국 잊히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의 소중한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문장 하나하나를 느껴보세요. 이 책의 각 문단은 다섯 행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읽는 이들이 글의 아름다움과 통일성을 한 폭의 그림처럼 시각적으로 감상할 수 있기 바랐기 때문입니다. 각 문장은 문단 하나하나가 독립적인 작품으로 느낄 수 있게끔 작은 기승전결들을 담았습니다. 한 문장씩 읽을 때마다 봄 냄새와 꽃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그림 속 색은 회색으로 ‘회색도시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고 남들한테는 냉정한 시선을 보내면서 살아가지만 결국 모두 겨울 같은 삶은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어두운 분위기에서 점점 밝아지는 것으로 세상의 따듯한 부분을 생각하고 이를 전달하는 ‘수선화’의 길을 모두가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