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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아래로 깊이
김정란
생각의나무 199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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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문화, 삶을 담는 그릇
문화관광부 유감
이문열… 이인화… 박정희…
감상적 애국주의의 한계
굴비에 대한 단상
기업과 문화
<람세스>의 매혹
문화정책, 전문가들에게
왜 독서풍토가 조성되지 않는가
황금 송아지 앞의 노예들
창조적 비트를 기다리며
삶의 형식으로서의 문화
폭력과 성스러움
신화의 몰락을 경계하자
신화 관련 서적들
영혼이라는 다리를 복구하기 위하여
시의 운명

2. 우리사회, 어디가 어떻게 아픈가
소녀들을 위하여
여성 육체의 이미지
다시 우울하고 슬픈 결론
여자 귀신들의 의미
난 몰라요
자연을 쓰다듬는 여자의 손
껍데기들의 유혹
환멸의 직시
IMF, 내적 성찰의 계기
박노해와 황석영을 석방하라
지역감정과 군사문화
학부제 개편안 이대로 좋은가
성 문제, 검열로 해결 안 된다
성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현대사회와 정보
'아가 동산'의 비극
개성이라는 환상
아벨의 피값
조화 속의 개성
순수의 게릴라 전선

3. 살며, 사랑하며
내 천사들, 혼자서 크는……
봄, 조금 사는 삶
엄마의 양탄자
아버지의 '피양'
조금 살기
조용히 살 권리
생의 철학을 실천하는 학교
서울의 불행
비평 정신의 실종
돌아가신 아버지께
빨리 지는 꽃들
봄, 또 한 사람이 가곡
아무것도 아닌 것들에 대한 사랑
젊은 그대에게
왕녀 마르고
책의 천사

4. 나비를 위한 변명
위기의 시대와 시
당신의 어깨
죽음, 타자의 말, 미지
뒤라스적 절규
나의 시는 나의 시 바깥에 있다
나비를 위한 변명

저자 소개

저자 : 김정란
1953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한국외대 불어과를 졸업했다. 1976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하였고, 신화적 상징의 언어와 형이상학적 사유가 어우러진 독특한 시들을 발표함으로써 문단의 지속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프랑스 그르노블 3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상지대학교 인문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 창작뿐만 아니라 시사 평론 및 문화 비평 분야에서도 현실의 엄혹한 리얼리티에 바탕을 둔 전보적 성철의 언어로 우리 시대 우상들의 가면을 여지 없이 벗겨내어, 독자들의 정신을 한껏 뒤흔드는 뛰어난 글들을 내놓고 있다.

주요 시집으로 『다시 시작하는 나비』『매혹, 혹은 겹침』『그 여자, 입구에서 가만히 뒤돌아보네』등이 있으며, 『람세스』등의 번역서를 냈다.

품목정보

발행일
1998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50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045084

책 속으로

현대사회의 여러 가지 특징들 중에서 단연 두드러지는 특징은 '문화의 범람'이다. 이 현상에 대한 분석은 분석자의 입장에 따라 각기 다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류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며, 그 '다름'의 양상을 '문화적 범람'이 일정 부분 설명해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시대나 전시대와 달랐다. 인류는 항상 전시대라는 우라노스를 살해하고 제우스의 자리를 차지하며 삶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지금 인류가 맞닥뜨리고 있는 변화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르다. 전시대의 변화는 어떤 방식으로든 그 전시대와의 연속성 위에 놓여 있었다. 그것이 전시대와의 단절이었다 하더라도 그 단절은 연속적 단절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밀려오는 변화 안에서 연속성의 징후를 찾아내는 것은 대단히 힘들다.

무언가, 인류가 인류의 이름으로 샇아올렸던 토대의 밑부분에 보수가 불가능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방향에서 그 균열을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인류의 멸망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인류의 전혀 다른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하는지, 그 결론을 내리를 것은 지금으로선 무의미한 일이다. 어쨌든 망하든 흥하든, 훨씬 뒷날의 일일 테니까 말이다.

--- p.69

그러므로 젊은 그대여, 그대의 팔팔하고 예쁜 육체를 너무 믿지 말라. 그건 가장 배은망덕한 것이다. 그건 아주 빨리 그대를 저버린다. 그대는 생각보다 빨리 늙는다. 그리고 그때 그대에게는 늙은 육체와 텅빈 정신만이 남는다. 지금 그대가 투자하지 않는다면, 결론은 보나마나 빤하다.

지금 시간이 천천히 흘러갈 때, 그때 승부를 내라. 길은 단 하나는 아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결말에 이르는 태도는 단 하나이다. 그것은 '성실'이다. 빤하고 진부한 얘기라고? 그러나 진리는 언제나 진부함 속에 있다. 문제는, 그 진부함에 뉘앙스를 부여하는 솜씨이다. 문제는 디테일의 변주이다. 도망쳐 봐야, 인간은 꼼짝없이 인간인 것이다.

--- p.245

추천평

세상을 읽는 대중적인 글엔 여러 종류가 잇다. 대중의 지적 허영심을 충족시켜주는 글이 있는가 하면 현실 세계의 본질과 실질에 충실한 글이 있다. 대중이 '힘의 논리'에 순응하는 것에 심리적 면죄부를 주는 글이 있는가 하면 대중의 양심을 자극하면서 가치 판단을 내릴 것을 요구하는 글이 있다. 글스는 사람의 세속적 처세술의 도구로 이용되는 글이 있는가 하면 세상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구도에서 글쓰는 사람의 영혼이 통째로 실려진 글이 있다.

상호 대비된 세 가지 유형 분류에서 전자의 글은 후자의 글에 비해 높은 시장 경쟁력을 갖는다. '지적 허영심'과 '힘의 논리'와 '세속적 처세술'은 세상을 무난하게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되는 것이기에 대중은 그런 글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그 위장된 평화의 위선과 기만은 결코 영원할 수 없지만, 그걸 고발하는 목소리는 이미 역사의 상혼으로 길들여진 대중의 미학적 패러다임에 침투하기 어렵다.

시인 김정란의 글이 갖는 매력과 마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인의 위대함'이란 진부한 표현은 김정란에 이르러 비로소 그 '말 값'을 찾는다. 그는 후자의 글을 쓰면서도 전자의 글이 갖고 있는 온갖 세려노딘 장치들을 너무도 우아하게 격파해버린다. 살을 에는 듯한 통렬한 언어가 오히려 거칠지 않을 때에 제 맛이 살아나고 그래서 그것이 아픔과 불편함을 넘어 기쁨과 유쾌함이 될 수 있다는
--- 강준만 (전북대 교수)
리뷰 총점 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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