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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회
코쿤룸 집구석 환경 조사서 아름다운 나의 도시 기억의 제단(祭壇) 조용한 시장(市場) 클리타임네스트라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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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익, 학습된 휘파람 소리가 섞여 들어와 머리를 쿵쿵 두드렸다. 최변이 모르는 게 있다. 내가 언제인가부터 그의 휘파람 소리에도 침을 흘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말이다. 한 날, 나는 다짐했었다. 가끔은 나를 속이기도 하는 저 소리에 침 흘리지 말자고. 그러자 정말로 휘익, 소리를 듣고도 더 이상 침이 고이지 않았다.
---「안락사회」중에서 동화책에 이런 내용이 있어. 한 소년이 누에고치 속에서 나방이 나오려고 애쓰는 걸 보았대. 소년은 그 모습이 너무 딱하더래. 그래서 칼로 구멍을 찢어 주었지. 그랬더니 밖으로 나온 나방이 얼마 못 가 죽어 버렸대. 나방은 누에고치에서 빠져나오려는 과정을 겪어야만 죽지에 힘이 생겨 날 수 있게 되는 거야. ---「코쿤룸」중에서 집구석이 문제야. 이놈의 집구석……. 집구석이란 단어에선 애증의 냄새가 난다. 가정과 집구석 중에, 가족과 어울리는 단어는 단연 집구석이다. ---「집구석 환경 조사서」중에서 나는 여섯 살이었다. 엄마는 은밀한 목소리로 이런 처세를 알려 주었다. “잘 들어 둬. 고스톱 치다가 바닥에 먹을 게 없잖냐. 그러니까 맨땅에 헤딩해야 할 상황에 처하거든, ‘비, 풍, 초, 똥, 팔, 삼’ 일단 요 순서대로 버리는 거야. 이게 다 욕심 부리자면 끝도 없는 패거든. 쥐고 있다가 쓰리고에 피박 쓰고 쌍코피까지 터지면 아주 끝장이야, 끝장.” ---「아름다운 나의 도시」중에서 나는 머리맡에 둔 수첩을 펼치고 닥치는 대로 썼다. 견디기 위해서. 나를 따라다니는, 나를 괴롭히는, 가끔씩 내 머릿속에서 타오르는 불씨. 나는 머릿속에 들어찬 무수한 ‘너’를 증오하며 오직 잊기 위해 글을 썼다. 문장 안에 ‘너’를 가두고 닫아 버렸다. …… 나는 ‘너’를 오랫동안 죽을 때까지 종이 위에 박제시켜 놓을 수 있다고 믿었다. ---「기억의 제단(祭壇)」중에서 자판을 두드리는 손가락에 속도가 붙었다. 부조리를 향한 삿대질, 충만해진 정의감, 뭔가 확 엎어 버리고 싶은 혁명의 에너지가 손가락에서 자판을 타고 인터넷 세상으로 건너갔다. 욕 좀 하는 키보드 워리어로 게시판을 실컷 누빈 사내는 조금씩 감정이 누그러져 오는 것을 느꼈다. 변한 건 없어도 어쨌든 좀 살 것 같았고, 일단은 그걸로 족했다. ---「조용한 시장(市場)」중에서 그동안 나는, 이렇게 미끈한 상태로 젊음을 누리다 스물아홉엔 미련 없이 삶을 버릴 작정이었다. 솔직히 지금도 나는 너무 일찍 세상을 알아 버린 포만감 때문에 남은 생이 좀 지루하다. ---「클리타임네스트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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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안녕하신지요. 당신이 안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한사람 작가가 내놓은 일곱 편의 이야기는 한 편 한 편이 색다르다. 비슷한 감수성으로 채워진 작품이라기보다는 작가의 주된 감수성이 무엇일까 의심될 정도로 문체와 느낌이 각기 다르다. 냉철하고 담백한가 싶으면 여리고 섬세하다. 그런가 하면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며 한편으로 시니컬하고 집요하다. 다양한 작품들을 차례로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의 마지막 장에 가 닿는다. 흡인력이 놀랍다. 작가의 글쟁이적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고 다양하고 깊다. 작가가 내놓은 작품집의 제목 『일곱 편의 이야기, 일곱 번의 안부』는 이 소설 전체를 꿰뚫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다. 우리가 비교적 안녕한 줄 알았으나 그렇지 못하고 있었음을 자각하게 하고, 우리가 꽤나 안녕하지 못한 줄 알았으나 그런대로 안녕함을 알게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걸 인식하게 되기까지 독자는 여러 번 통증을 느껴야 하고 아파야 하며 한편 위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함께 살고 있는 이웃’임을 새삼 상기하게 된다. 혼자가 아님을 알고 안도하게 된다. 작가가 묻는 ‘안부’는 그런 것이다. “당신, 안녕하신지요.” 그 작은 인사를 건네기 위해 이 소설들이 탄생된 것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작가는, “당신이 안녕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바람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건네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말 그간 써 온 소설을 책으로 엮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조금만 더…….’ 내려놓으며, 제 소설 속에서만 살았던 인물들을 이제야 세상 밖으로 내보냅니다. 독자분들의 ‘안녕’을 위해 탄생된 그들이기에, 나가서 제 몫을 해 주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소설 속 인물도, 독자도. 그러니까 ‘당신’도. 때로 힘겨워질지라도, 속 깊은 곳에서 어떤 힘 같은 것이 빛처럼 드러났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1월, 한사람. 수상작 심사평 중에서 「안락사회」 개를 주인공으로 인간 사회를 그린 작품으로 생명과 인간성 등에 대해 짧고 서투르지만 고민하는 작가의 문제의식이 돋보였다. - 정호웅(평론가) - 공지영(소설가) 「클리타임네스트라」 얼핏 주요섭의 「사랑손님과 어머니」를 연상하게 한다. (초고 제목이 ‘하숙생과 어머니’였다고 하니 짐작할 만도.) 하지만 작가가 그려 보이는 풍경은 사뭇 다르고, 그 다름이 이 작품의 가치이고 매력이다. 소설의 시작에서 끝까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화자 ‘나’의 특별한 의식과 심리가 보여주는 만화경이다. 중3짜리 여자애의 깜찍하고 발랄하며 때로는 위태롭기도 한 내면이, 너무나 자연스레 묻어나오는 화법을 통해, 강한 흡인력을 얻어내고 있다. 덕분에 어머니의 여성성을 발견해 가는 과정과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아픔을 극복해 내는 과정이, 일견 가벼워보이는 이야기 속에, 무리 없이 극화되고 있는 것이다.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적절한 절제의 미덕을 지니고 있어 충분히 당선작에 값한다. - 이동하(소설가) - 백시종(소설가) 작가가 묻는 안부에 답한 독자들의 추천평 (작가가 이야기로 건넨 안부에, 다양한 연령과 직업군의 독자들이 답하다) 「안락사회」 상팔자로 사는 개팔자가 마냥 부럽다가도, ‘그래도 개 따위보단!’이라는 자위로 정신 승리를 하곤 했는데, 편안하고 안락하게 글을 읽고 났더니 어느새 내가 철창에 갇혀 있다. 이런 얘기 흡입력 있게 쓰지 말라고! - 방송작가, 백성운 도대체…… 이건……뭐……하……. 수십 년을 방황했던 과거가 떠올랐고, 발버둥 쳤던 내가 보였고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에 성한 곳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나와 내 가족들이 떠올랐다. 뭐지? 이 감정! 소설을 읽고 이렇게 마음이 아플 수도 있나! 내가 무언가를 보고 울었던 몇 안 되는 기억 속에 소설은 없었다. 아주 어릴 적, 명화 극장에서 「노틀담의 꼽추」를 보고 방문 잠가 두고 엉엉 울었고, 「플란다스의 개」를 보고 울었고, 성인이 되어서는 「어린 왕자」를 읽고 울었다. 그리고 「안락사회」가……. - 시민, misook 임대주택에서 벗어나려고, 경차에서 중형차로 바꾸려고, 마이너스 통장을 없애려고, 변두리에서 쓸쓸히 사라지는 윤이네 가족이 되기 싫고 버려져서 눈을 감는 156번이 되기 싫어 아등바등 살았다. 글을 마지막으로 써본 지가 언제인지. 돈 버는 놈들이 모여 있는 사회에선 결국 어느 한 부분은 서서히 말라 가다가 아주 자연스럽게 안락하게 죽어 버리는 것이 아닐까. 글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배가 아프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주위에 집 사는 사람들을 보면 배가 아프다. 참, 슬픈 통증이 있는 글이다. - 젊은 아빠, 김웅호 개나 사람이나 처지가 다를 바 없는, 강자들이 지배하는 비정한 사회를 개의 시선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다. - 대학 강사, 서경숙 「코쿤룸」 오랜 세월의 흐름에도 바래지 않는 유년의 선홍빛 트라우마. “아가야, 그건 절대로 네 잘못이 아니야. 이젠 더 이상 넌 애벌레가 아니란다. 날갯짓하며 뛰어 날아오르렴.” - 마음과 마음 정신건강의학 원장, 김준기 집이 사람을 인식합니다. 첫 문장에서 느낀 먹먹한 감정은 마지막 문장을 만날 때까지 이어진다. 나만의 가면 속에서 혼자 버티고 견뎌 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주인공에게도 그렇게 두려워하던 사람에 대한 믿음과 생활력이 있었다. 누에고치 속에서 살고 있다는 그녀의 담담한 고백처럼 언택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나 역시, 역설적으로 휴먼 터치를 그리워하며 언젠가 아름다운 나방이 될 날을 꿈꿔 본다. - 대학생, 김경미 잔잔한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거친 파도의 출렁이는 이야기는 나의 무뎌진 세포를 깨운다. 힘겨웠던 과거를 견디며 현재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 애쓰는 주인공을 보며 누구에게나 인생은 성숙되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조금씩 각자의 코쿤룸을 만들고…… 허물어 가면서……. - 교대사랑약국 약사, 김은정 누에고치가 나비가 되기까지 그렇듯 그녀가 힘을 내 훨훨 날갯짓하기를 바라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가슴이 시렸지만 공감으로 치유될 수 있는 이야기 코쿤룸. - 패션디자이너, 김진경 「집구석 환경 조사서」 요즘 하는 말로 웃프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참 징글징글한데도~ 그렇다고 해서 슬프지만은 않았다. 피식피식 웃음도 나고 따뜻함도 느꼈다. 나 초딩 때는 가정 환경 조사서를 ‘뿌리 찾기’라고 했다. 자랑스럽게 쓸 만한 게 없어서 학년 초마다 하는 ‘뿌리 찾기’가 너무 싫었는데 ㅋㅋ 마치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응팔, 응사’ 시리즈를 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렇게 옛 생각에 빠지게 한 「집구석 환경 조사서」는 오늘 내가 있는 현재가 어떻게 있게 되었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 2021년을 바라보는 요즘은 어떨까? 시대는 달라졌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별반 또 다르지 않다. 살다 보니 돈이 많아도, 환경이 좋아도, 니네 구석이나 우리 구석이나… 다 나름대로~ 하~ 그 작은 소단위 집구석을 육체적으로는 벗어났지만 결국 대한민국 집구석이라는 큰 단위 집구석은 더욱 벗어날 수 없음을… 새삼 심장이 쿵 한다. 벗어날 수 없는 전쟁의 연속이구나 싶다. 문득… 갑자기…. 그래서 난 딩크족이 되었을까? 아~!! 정말 웃프다. 하하하; - 회사원, henkorea 진로 희망서를 볼 때마다 이제 십대 초반에 들어선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직업을 적으라는 것이 너무 억지스러워서 싫었다. 이것저것 꿈꿔 볼 나이인데 꿈조차 강요하는 것으로 보여서 말이다. 초등학생 때만큼은 철부지 아이처럼 꿈꿀 수 있도록 우리 어른들이 지켜 주었으면 좋겠다. - 초등학교 교사, 이수진 현실적인 삶보다 더 중요한 꿈과 희망이 있다는 것을 나의 또래 친구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 중학생, 최석훈 「아름다운 나의 도시」 한숨을 끊임없이 내뱉게 되는 이야기. 디테일한 묘사에 빠져들고 감탄하며 읽게 된다. - B-BOY, BEATJOE(조성국) 「기억의 제단(祭壇)」 읽는 내내 너무 갑갑하고 아팠지만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생생한 문장들에 끌려 결국 끝까지 읽는다. 그리고 나도 ‘진짜 나’만의 글을 토해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음을 찍는 사진가, 박수호 억지로 뜯겨져 펄떡거리는 심장 같아 읽는 동안 고통스러워 작가를 원망했다. 겨우 다 읽은 후엔 일생 길게 울었을 번제의 제물 같은 그들이 안타까워 어쩐지 나도 그만 울고 싶어졌다. - 엄마 전문, 배선연 「조용한 시장(市場)」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 때문일까 쉽게 읽힌다. 텔레비전에서 넘쳐 나는 예능 프로그램처럼 자기계발서가 넘쳐 나는 요즘, 소설이란 왠지 무겁고 부담감이 있었는데 이건 너무나 술술 읽혔다. 아마도 내 삶이랑 별반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을까. - 군포에서, alaltnr 「클리타임네스트라」 만화처럼 가볍고 흥미롭게 읽기 시작해서 명작 소설의 묵직한 감동을 받으며 책을 덮었다. - 타악 연주자, 정원영 아직 어리다면 어린 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보기엔 인간 내면 속 본능의 솔직한 흐름이 인상 깊었다. 누군가의 깊은 비밀을 공유하는 듯한 착각을 하며 페이지를 넘긴다. - 제주살이 10년 차, 임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