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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매듭
도라지꽃 신발
요이지 커피
군고구마
앞집 여자
삭발
장부

여백
해설

저자 소개 1

南相順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문화일보에 단편소설 「산 너머에는 기적소리가」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다. 이듬해에 장편소설 『흰뱀을 찾아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나비는 어떻게 앉는가』, 『동백나무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들』, 『희망노선』과 소설 창작집 『우체부가 없는 사진』, 『도라지꽃 신발』을 펴냈다. 2006년 청소년 장편소설 『나는 아버지의 친척』을 발표한 이후로는 『라디오에서 토끼가 뛰어나오다』, 『사투리 귀신』, 『키스감옥』, 『걸걸한 보이스』, 『애니멀 메이킹』, 『인간 합격 데드라인』, 『스웨어 노트』, 『비공개 2인 카페』,
경상북도 문경에서 태어났으며 1992년 문화일보에 단편소설 「산 너머에는 기적소리가」가 당선되어 작가가 되었다. 이듬해에 장편소설 『흰뱀을 찾아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이후 장편소설 『나비는 어떻게 앉는가』, 『동백나무에 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들』, 『희망노선』과 소설 창작집 『우체부가 없는 사진』, 『도라지꽃 신발』을 펴냈다. 2006년 청소년 장편소설 『나는 아버지의 친척』을 발표한 이후로는 『라디오에서 토끼가 뛰어나오다』, 『사투리 귀신』, 『키스감옥』, 『걸걸한 보이스』, 『애니멀 메이킹』, 『인간 합격 데드라인』, 『스웨어 노트』, 『비공개 2인 카페』, 『낙원의 아이』를 출간했으며 장편동화로 『이웃집 영환이』, 『코끼리는 내일 온다』, 『특별한 이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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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334g | 133*200*17mm
ISBN13
9791197151422

출판사 리뷰

『도라지꽃 신발』은 무엇을 담았는가?

일곱 개의 ESC(탈출, 벗어남)


오늘날 우리는 주체 욕망 때문에 갈등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집은 이를 풀어 가려는 또 다른 욕망입니다. 대중은 자본과 문화를 소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조정하려는 욕망을 드러냅니다. 관점이란 누구나 다 가진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집은 이러한 권력욕을 개인적 관점에서 다루었습니다. 그것이 우리가 사는 시대를 진정으로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매듭」은 젊어서 경솔하게 헤어졌던 부부가 장년에 다시 합치려고 만난 과정에서 일어나는 해프닝을 담았습니다. 「도라지꽃 신발」은 파괴된 가정을 재혼으로 돌파하려는 남자와 아버지가 만든 새 가정에 소속되기를 거절하고 자기에게 맞는 집을 세우겠다는 열아홉 살 딸의 모험을 대비시키면서 집이란 무엇인가 하는 성찰을 담았습니다. 「요이지 커피」는 인생이 꼬인 두 여자의 만남을 통해 풀림의 자리를 마련합니다. 부제는 ‘죽은 자들의 카페’입니다. 두 사람은 삶의 터전에서 ESC를 누르고 나간 뒤 겪어야 했던 참혹함을 요이지 커피숍에서 만나 나누며 서로를 위로합니다. 「군고구마」는 사회 운동 노선에서 변절한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아내의 고군분투를, 「앞집 여자」는 재혼 가정에 가해지는 갖가지 편견을 다루었습니다. 「삭발」은 작가 레지던스에서 체험을 권력 문제와 연관시킨 작품입니다. 레지던스 공간을 강박적 장소로 문제 삼으면서 거기서 벗어나려는 여성 작가의 의지를 삭발 문제로 치환해 다루었습니다. 「장부」는 어머니가 남긴 유품인 ‘시첩(장부)’의 암호를 푸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딸로 이어지는 새로운 여성 서사의 연대기를 꾸리고 있습니다.

이 일곱 편의 서사는 공통된 플롯을 담고 있습니다. 권력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ESC(탈출, 벗어남)의 개인적 형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규모 공동체를 출현시켜 애써 살림(활동)을 꾸려나가는 개인과 그 맞은편에서 그 공간의 성격을 문제 삼으며 거기서 벗어나려는(ESC) 또 다른 개인을 등장시킴으로써 독자 스스로 현실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공간을 마련합니다.

‘여성-서사’와 ‘웅숭깊은’ 페미니즘이 나아가는 지점

남상순의 이번 작품집 『도라지꽃 신발』은 (청소년 소설을 제외하면) 두 번째에 해당되고 통산 전적으로 따져도 장편 소설을 포함하여 여섯 번째로 단행본을 엮어 펴내는 셈이다. 알다시피 전업 소설가로서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부딪치게 된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돌출되는 장애와 시시각각 공격해 오는 복병들이 자존심을 무너뜨리는 까닭에 인내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인 관계에서는 그만큼 노하우를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고통 받고 시달리기로는 경제적 궁핍이 무시 못 할 위협이라서 부업 차원 내지 알바 개념으로 청소년 소설을 쓰거나 동화 창작에 곁눈을 팔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들 내부에서도 전업 동화 작가와의 미묘한 견제, 알력, 깔봄, 무시 등의 경원시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남상순은 어떤가? 아니다. 이 점이 중요하다.

이번 작품집에서 공통된 것이 있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각자의 삶의 간난신고艱難辛苦를 연민에 가득 찬 마음으로 공감하며 더 나아가서는 내 안에 있는 ‘나’들에 관한 사유가 깊이 있게 천착穿鑿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작품들에서는 개별 주체의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않고 오롯이 자기 스스로의 삶을 구성해 나가는 인물들을 형상화했다고 한다면, 이번 소설들에서는 ‘나’의 존재가 관계성의 맥락과 교통 속에서 주체적으로 구성되고 조형되었음을 알린다. 마치 자기밖에 모르던 유아적 주체가 상호 관계의 혼돈과 무질서 속에서 점차로 성숙한 자기가 되는 면모를 보이는 것이다.

요즘 활성화하고 이슈화되는 페미니즘의 부상으로 남상순의 작업이 늦은 감이 있고 또 감질나는 대로 유행에 뒤진 포퓰리즘(Populism; 대중추수주의 大衆追隨主義)이라고 비난받을 우려를 생각한다면, 남상순 작가로서는 당혹스럽고 기막힌 일로 항변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는 정작 데뷔 때부터 그러한 작가의 사명과 소설가로서의 생존 전략을 여성 주체의 독립과 자립, 경제적이고 정서적이며 심리적인, 더 나아가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자율성 모색에 두었기 때문이다. 설사 그에게 상대적 주체로 선택되어 소설의 인물로, 혹은 주인공으로 낙점받은 남성 화자-초점화자가 등장한다고 해도 여성 억압의 전철前轍을 반성하고 개과천선改過遷善하여 복합적이고 다면적이면서 상호 관계성과 종합적 다초점 시각의 불가능한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서술적 자의식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렇게 남상순의 여성-서사는 역사적 선례先例와 현재적 생례生例가 교호하고 대결하면서 인물의 마음을 키우고 주변 사람들을 조금씩 변화시키면서 제 갈 길을 꾸준히 걸어갈 것이다.(전상기, 문학 평론가)

작가의 말

오래된 탁상시계


문학 강연에 다녀와 몹시 피곤한 상태로 일찍 잠든 날 새벽에 어머니가 불현듯 전화를 걸어와 잠을 깨우고 물었다. “거실 서랍 안에 든 탁상시계 네가 가져갔니?” 얼마 전 어머니는 여수 막내딸 집에 가서 며칠 묵었는데 비어 있는 집이 불안해 내게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켰고 나는 아무도 없는 집에 가서 시키는 일을 하다가 서랍에서 고장 난 옛날시계를 발견했다. 건전지를 갈아 볼까 하는 마음에 그 길로 들고 내 집으로 왔는데 깜빡 하고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머니는 우연한 계기로 그 시계가 없어졌음을 알고 초저녁부터 집안을 뒤졌으며 한밤중에 이르러서야 내가 가져갔을지도 모른다는 추리를 해낸 것이다.

야심한 시각이다 보니 내게 전화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꽤 망설였을 것이다. 다음 날로 미루면 당신이 잠을 못 잘 것 같고 당장 전화를 걸어 확인을 하면 딸이 잠을 못 잔다. 둘 다 예민하기에 한번 잠에서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다는 것을 서로 너무 잘 아는 상황. 어머니는 내 어머니답게 당장 전화 거는 쪽을 선택했다. 연세가 적지 않은데다 최근 들어 물기가 퍽 말랐다고 느꼈고 남아 있는 날이라야 길면 오년, 짧으면 삼 년 정도가 아닐까 가늠하고 있던 터라 당장은 나쁜 소식이 아니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자다 깨어나 사라진 탁상시계에 대해 흥분된 설명을 끝까지 듣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런 해프닝에 적응이 돼 간단히 ‘나-전달’만 하는 편이었다. “나는 깊이 잠들었었다.”와 “나는 피곤했다.”를 복창한 다음 “필요하다면 내일 직접 가서 시계를 돌려주겠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자식이라면 연로한 어머니를 먼저 다독이고 재우는 것이 순리일 테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고 아침이 되자 약간의 죄의식이 마음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시계를 당장 가져오라는 명령이 없었기에 나는 어머니한테 가지 않고 시간을 끌었다.

하루가 더 지나 어머니에게 갔더니 보고 있던 티브이를 슬그머니 끄고는 얼마 전에 새로 개통한 휴대폰을 들고 방으로 들어가 그것을 들여다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뒷모습이 무척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나는 그냥 어머니 근처를 어슬렁거리면서 “왜 티브이 안 봐?” 하고 물었고 어머니는 “재미있는 게 없어.”라고 대답했다. 어머니 목소리에서 갈등 상황이 모두 종료되었음을 확인한 나는 사진 한 컷을 몰래 찍은 다음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의 어떤 나는 어머니와 함께 하는 인생을 통해 갖추어졌을 것이다. 생활에서 오는 긴장감이 내 안에서는 비교적 잘 관리되는 편이지만 가끔은 맥없이 범람하거나 불길이 옮겨 붙는다. 「도라지꽃 신발」의 딸을 통해 아빠 한 사람이 이 세상에 나타날 수 있었듯이 「앞집 여자」의 그녀나 「삭발」의 릴리가 없이는 ‘나’의 출현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내맡겨지는 일은 위험하면서도 매력적인 일이다. 소설은 이런 문제를 사유하기에 좋은 장르여서 분명히 힘에 부치는 데도 태 노트북을 덮지 못하고 있다.

내가 있는 여기가 어딘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여겼으나 한 번의 평론으로 꼼짝 없이 존재를 들키고 만 것 같다. 선행 연구의 부재에도 여러 권의 작품을 두루 살펴보면서 감동적인 평론을 써 준 전상기 평론가와 이제는 슬슬 노트북을 덮고 퇴장해 야겠다고 결심한 내게 출간 제의를 해 다시 소설 속으로 밀어 넣는 역할을 맡아 준 이민호 시인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 소설집이 지나간 날의 기록이 아니라 다가올 미래의 조짐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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