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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099 / 065 100―149 / 137 150―199 / 203 작가 불명의 시비 한 조각 ―후기를 대신하여 / 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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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나무 꽃이 피었다 지는 8월에
삼복의 열기로 꿈꾸었던 사랑 있었네. 하안거의 석 달, 행주좌와의 화두로 눈썹 아래 초승달로 걸어두었던 얼굴 하나 있었네. 아, 이 여름이 다하면 저 풀꽃들, 풀벌레들의 한살이도 다할 텐데 반 뉘를 훌쩍 넘긴 인생, 내 사랑의 한 철은 또 어떤 계절의 꼴로 탈바꿈할 것인가. 회화나무 꽃은 무성한 잎들 속에 묻혀 피어남이 글방의 정적 속에서 무더위를 지새운 선비의 자태인데 서(書)와 경(經)이 어우러져 삼림이 되고 전답이 되고 또한 산하를 이룬 마음의 대지에서 흰 듯 푸른 듯한 저 꽃이 피었다 저무는 일을 나는 그저 바라볼 뿐. 바라만볼 뿐. ---「094 회화나무」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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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아마도 그러하리라. 이제는 아득한 메아리가 된 그날 우리들의 만남에 등불 하나 밝혀진다면 그처럼 높고 아스라이 떠돌던 소리 하나하나가 어떤 악기에 가장 부합되는 바람결처럼 불어와 오래 잊히었던 우리의 노래를 일깨워 주리라. 그때면 우리의 잊음과 잊힘이 서툰 초고 위에 꿈의 누각을 세워 올리기 위한 각별한 노고였음을 깨닫게 되리. 끊임없이 고쳐 쓰고 탈고란 없는 침묵 끝에 대문자를 세우고 확정되지 못한 말과 소리 사이에서 강물이 범람하던 때를 그대는 잊었는가? 정녕 잊었는가. 제한된 경작지에서 무너지는 많은 것들로 점점 폐허가 넓어지면서 저 너머, 저 밖에서 우리가 엿보려 했던 희망을. 그 무모했던 불굴의 전망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