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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새벽과 함께 달리는 사람들 010 구름과의 달리기 시합 014 왈라비의 그림자밟기 018 도마뱀 꼬리 023 꼬마 요정 네트네트 026 여행의 시작 029 물의 노래 033 백인 탐험대 038 사막의 홍수 044 마법의 시간 049 황금 공 안의 은빛 왈라비 054 괴물의 아가리 속 암흑의 미로 060 무지개 뱀 065 달의 궁전 071 거룩한 기둥 077 노래의 길을 따라서 085 코로보리 축제 090 브롤가…… 브롤가! 097 툴리의 선물 104 브롤가와 함께 돌아가는 길 109 제2부 우기의 시작과 끝 120 원주민 보호구역으로의 이주 125 안녕, 툴리! 131 우루쿤 아저씨 137 송어 잡이 141 태초의 인간 카로라 149 자치구를 향한 꿈 157 최초의 책 162 브롤가의 비상 166 축제의 끝 173 꿈이 무너지다 177 제3부 마이클 186 선물 190 박제 196 추적자 204 벌 212 파더 219 배달 226 벌레 233 초콜릿 239 로라 245 복싱 250 조 259 작별 266 멜버른 273 피오나 282 제4부 바다 288 거리 293 불 300 길 306 무지개 311 작가의 말 3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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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마을을 빠져나와 호수를 등지고 걸었다. 멀리 마을의 공터에서 축제의 불 둘레에 모여 춤추고 노래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습지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낮게 띠처럼 사람들을 휘감고 있었다. 나는 자꾸만 뒤돌아보게 되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깊게 숨을 들이쉬며, 연못의 진흙 냄새와 물풀들의 뿌리 냄새, 그 속에서 꿈틀거리며 도약하는 물고기들만큼이나 신선한 샛강과 새벽이슬 냄새를 한껏 들이켰다. 돌아가는 여정은 올 때와 달랐다. 할아버지는 직선거리로 서쪽을 향해 나아갔다. 여행은 달의 한살이와 더불어 시작되고 끝나야 하므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나는 할아버지의 무거운 표정에서 왠지 그와는 다른 초조함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새삼스럽게 할아버지의 새하얀 머리와 주름투성이의 얼굴을 눈여겨보았다. 깡마른 몸에 구부정한 허리. 앙상한 팔과 다리를 노끈처럼 감고 있는 힘줄과 툭 불거진 혈관들. 물기라곤 없이 바싹 마른 피부와 타는 듯 충혈된 눈자위…….
그러했다. 할아버지는 지금껏 내가 알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연로한 노인이었다. 그 사실은 갑작스런 깨달음처럼 찾아왔다.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했다. 어쩌면 이 여행의 끝은 또 다른 것들의 끝을 예고하고 있는지 몰랐다. 내 유년의 끝과, 내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이별들을. 그러한 느낌은, 여행이 시작될 때 초승달이었던 달이 달의 궁전에 이르러서는 보름달이 되었다가, 코로보리 축제를 거치며 내가 눈여겨보지 않는 사이에 이지러지기 시작해, 지금은 손톱 크기로 하늘 가장자리에 비스듬히 걸려 있는 것을 보노라면 더욱 분명해졌다. 게다가 달은 밤의 안주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무력하고 무책임해 보였는데, 하늘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기 전 며칠 동안은 아예 동틀 무렵에서야 동쪽 하늘에서 기지개를 켜고 그림자처럼 얼비치다 사라졌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제1부, 브롤가와 함께 돌아가는 길」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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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잉카의 신 비라코차Viracocha를 생각한다. 태양 왕관을 쓰고 양손에 번개를 든, 태양과 폭풍의 신. 그런데 그의 눈에서는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눈물로 생명의 호수를 창조하며 온 세상을 거지 행색으로 떠돌았다고 한다. 우리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슬픔은 우리를 생육하게 하고, 썩게 하고, 썩어 거름이 되게 하고, 기꺼이 우리 자신을 바쳐 온갖 생명들을 거듭나게 하는 우리 안의 큰 힘이 아닐까. 슬픔 속에 움트는 희망의 싹. 나는 생각한다. 자신이 창조한 세계를 등지고 눈물을 흘리면서 바다 저편으로 걸어서 사라져간 슬픔의 신을. 나는 꿈꾼다. 그의 도래를. 태양의 왕관을 쓰고 번개와 천둥을 양손에 움켜쥐고서, 기쁨으로 창조한 세계를 슬픔으로 완성하게 될 그 ‘꿈의 시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