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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출판도시 30년, 다시 내일을 말하다
책마을 연출가 이기웅 이야기
이규동 저
교보문고 2021.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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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서며

1장 청색혁명을 시작하다
1. 출판문화의 혁신을 꿈꾸다
2. 환상적 청색혁명을 일으키다
3. 추진 공동체를 모으다
4. 미래 청사진을 널리 알리다

2장 일산에 첫 깃발을 꽂다
1. 일산신도시에 터를 잡고 협동조합을 만들다
2. 산업단지 기본구상을 그리다
3. 사업시행자의 횡포에 맞서다
4. 일산을 버리고 새 땅을 찾다

3장 국가산업단지로 파주에 자리 잡다
1. 심학산 거친 기슭에 이르다
2. 국가사업으로 터를 닦다
3. 얽힌 고리를 풀어가다
4. 파주출판도시를 꾸미다
5. 책마을 땅을 나누고 집을 짓다

4장 공동성의 책마을을 세우다
1. 위대한 계약을 맺다
2. 선한 계약으로 잇다
3. 설계심의를 자율로 맡다
4. 좋은 집짓기 여행, 여러 곳을 둘러보다
5. 책마을, 자연을 살리다

5장 책문화를 펼치는 중심을 세우다
1. 출판도시문화재단
2.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3. 서축공업기념관
4. 김동수 고가-서호정사
5. 활판공방, 백년의 명촉
6. 책마을을 이어주는 다리
7. 글자학교와 영화학교
8. 출판물 종합유통센터

6장 세계속의 책마을, 책문화의 세계화
1. 세계를 향한 문-출판도시, 출판도시-세계를 향한 문
2. 출판도시문화재단 국제교류 프로그램
3. 아랍에미리트 ‘셰이크 자이예드 도서상’ 수상

7장 책마을 未完과 꿈꾸는 未來
1. 책마을 현안 과제
2. 책마을 미래-3단계 프로젝트 ‘Book Farm City
3. 안중근기념 영혼도서관

8장 이기웅은 누구인가?
1. 책마을 연출가 이기웅의 30년 편집일지(1989-2019)
2. 군불 지피는 대담
3. 이기웅과 그의 사람들

저자 소개 1

문화기획·저작 프리랜서. 연세대 영문학과를 나와 예술의전당 기획실장, 한국방송개발원 사무국장, 파주출판도시 기획위원, 서울예술대학 기획처장, 송파구청 정책연구단장, 안산문화재단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대학과 문화예술기관, 기업체, 정부 기관, 지자체 등 다양한 업종과 분야에서 신규 프로젝트 기획과 개발, 컨설팅, 연구용역과 저술을 맡아오고 있다. 연구 논문으로 ‘한국출판역사박물관 기본계획’(문화관광체육부 학술용역), ‘유일한정신의 행로’(에디터), ‘출판도시문화재단 돌아보고 바라보다’ 등의 저서가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64쪽 | 165*250*30mm
ISBN13
9791159096198

책 속으로

파주출판도시는 문화산업도시로 분류할 수 있다.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Renzo Piano는 “도시와 문명은 같은 단어”라고 말했다. 책마을은 문명의 도시다.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자 도서관이자 영화관이다. 건축물은 공동성을 기본으로 설계되었다. 출판과 영상문화를 생성하는 기능과 건축주의 문화의식을 담아내는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파주출판도시가 산업도시로서 형태와 기능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에서 나아가 반드시 강조되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좁은 나라의 국토 이용 계획에 있어 버려진 불모지, 폐천廢川 유휴지遊休地에 창조적 착상을 스며들게 하고 솜씨 있게 가다듬어 가장 쓸모 있는 땅으로 바꾸어냈다는 점이다.
--- p.10

우리 사회에서는 책이 제대로 구실하지 못하고 있었다. 책다운 책이 사람을 감화시킬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니까 문제였다. 출판이 바로 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을 왜 만드는지 고민하지 않고 무조건 많이 팔려고만 한 것이 우리 출판의 현실이었다. 이기웅은 ‘좋은 책 만들기’라는 출판의 본령本領을 지키지 않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책을 만들 듯이 출판도시를 만들었습니다. 출판단지의 공간개념을 세우거나 길을 내고 나무를 심는 것은 지극히 편집적인 일이었어요. 책을 만들 때 콘셉트를 잡고 필요한 요소를 넣고 콘텐츠를 다듬는 것처럼 도시의 콘셉트를 생각하고 내용을 담아냈습니다. 위대한 편집자야말로 사회를 편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한 권의 책 속에 소우주가 담겨있다고 했다. 출판도시라는 좀 더 큰 책을 만들었을 뿐이라고도 했다.
--- p.13

도올 김용옥은 한 기고문에서 파주출판도시를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새로운 커뮤니티의 모습’이라고 격찬했다. 그는 지난 2007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를 보면서 파주출판도시를 연상했다고 한다.

‘한번 생각해보자! 보석으로 만들어진 도시, 어린이의 꿈속에나 있을 수 있는 찬란한 환상이다. 그런데 책으로 만들어진 도시! 이런 것 역시 환상으로만 남을 수 있을지언정 현실적으로 존재키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환상을 현실로 구현해냈다.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새로운 커뮤니티의 모습이다. 그것도 가장 비즈니스가 시원찮은 한국출판인들의 자발적 협업으로, 거의 순수한 민간 자본에 의해 사십팔만 평의 부지가 거의 꽉 들어찼다. 이제는 문화시설들까지 모두 갖추어진 하나의 유토피아로서 그 모습이 잡혀 가고 있는 것이다. 이십 년 전만 해도 철새들만 드나드는 황량했던 한강변 범람 갈대지역! 여기 와서 배워라!’
--- p.14

1989년 무렵부터 출판인들은 출판단지 개발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향이 있다. 출판의 유토피아는 어디인가. 과연 급변하는 초고속, 인공지능 시대에 책이 인간의 삶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출판인은 21세기에 대비해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인가. 그것은 험난한 산을 오르는 일과도 같다. 맨몸으로 비바람을 맞으면서 가야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다. 사실 근대 이후 출판인들은 줄곧 그러한 길을 걸었다. 전후 피폐해진 우리 문화를 위해 책으로써 가치를 추구한 빛나는 선배들이 있었다. 지독하게 가난한 시절이었지만 반짝이는 정신과 아름다운 기개를 지닌 그들이 만든 책은 진솔하기 그지없었다. 우리에게는 조선 선비의 문자애文字愛와 뿌리 깊은 인문 전통이 있었다. 그 힘으로 일제 강점기에도 굴하지 않고 길목마다 이정표를 세워 인도한 위대한 출판인들이 있었다. 그들이 바로 21세기 출판도시의 초석이자 디딤돌이었다. 훌륭한 선배 출판인, 원로 출판인의 뒷받침과 이끎이 있었기에 꿈을 꾸고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 p.34

“왜 출판도시는 파주에 있죠?”

출판도시가 파주에 자리하게 된 이유가 있다. 그러나 그보다는 왜 출판도시가 있어야 하는지를 묻는 것이 더 먼저이지 않을까? 출판도시가 파주에 자리 잡는 과정 속에는 많은 우여곡절과 고난의 사연이 얽혀 있다. 처음에 출판도시는 어디에도 없었고 있을 예정도 없었다.

조합 이사장은 도시 건설을 이끄는 동안 좌절과 극복을 거듭했다. 특히 정부의 승인을 얻은 일산신도시 용지 배정을 부득이 포기해야 했을 때 사람들은 그가 혹시 스스로 목숨을 버리지나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내가 왜 죽습니까?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요.” 그는 단호히 답했다. 그리고 현재와 과거를 잇는다.

“나는 출판도시를 편집한 편집자입니다. 내 출판사의 책보다 더 잘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이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이제 팔순입니다. 오십 대 장년의 나이에 기획과 편집을 시작해 이제 책의 모양을 만들었어요. 참 기나긴 여정이었지요. 먼저 떠오르는 산이 있습니다. 북한산이에요. 그곳에서 출판도시의 건설을 심상心象으로 그렸습니다. 출판인들이 도시 건설이라는 막연한 꿈을 꾸고 아득한 풍경을 같이 보면서 함께 길을 걸어왔습니다. 일산을 거쳐 심학산으로 온 것이지요.”
--- p.67

‘活書냐 殺書냐’

책은 인프라스트럭처infrastructure로서의 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주체다. 책이 없으면 문화의 기조가 없어진다. 그것이 지식의 본산이요, 발전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가치를 생산하는 모태로서 사회의 부富를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책이야말로 창조적 능력의 주체인 것이다. 규범에서 실리까지 인간과 인간의 생활을 지배하는 경이敬畏로운 존재인 것이다. 그래서 감히 책을 다스려야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고대와 현대를 대표하는 두 독재자, 진시황과 히틀러는 분서焚書로 다스리다가 사멸을 초래했다. 염서厭書로 살서殺書하는 지도자도 있었다. 그러나 책을 다스려 나라를 다스리는 길은 활서活書로 출판의 활기를 돋우는 것이다. 활서의 길은 출판을 기업으로서 존립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책은 나라를 풍요하게 만든다. 품위 있고 뼈대 있게 만든다. 그리고 국민을 유능하게 만든다. 슬기롭고 도덕적인 인간으로 만든다. 그래서 책은 숨 쉬는 공기와 같고 마시는 물과 같다고 한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본질이자 우리 사회문화의 기조인 것이다. 책은 문화의 어머니다. 그래서 책이 가치를 생산하는 원천이 되는 것이다. 때문에 활서야말로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꼭 기억해주기 바란다.
--- p.81-82

이제 하나로 뭉쳐질 한민족의 젖줄인 한강 하구, 문인학사 같은 학鶴이 찾아와 깃들인다는 심학산尋鶴山 기슭, 문화를 발원한다는 문발리文發里에 자리 잡고자 하는 출판문화정보산업단지의 형상은 다름 아닌 학의 비상飛翔이고, 지향은 다름 아닌 문화의 발전이다. 이곳은 이제 출판인들의 쾌적하고 능률적인 업무 환경일 뿐 아니라 출판을 있게 하는 바탕인 온 나라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잘 꾸미고 꾸준히 가꾸는 일이 바로 우리 출판인들의 몫이다.
--- p.88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산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담당 공무원들은 출판산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할 만한 요소를 찾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리저리 궁리하던 이사장은 가계부에서 힌트를 얻었다. 가계부의 각종 항목 가운데 ‘도서구입비’ 항목이 있다. 철 지난 가계부를 수집해서 살펴보았더니 가계부마다 어김없이 도서구입비와 교육비 중에서도 교재구입비를 따로 만들어두었다. 이사장은 그때 ‘아, 이거구나’ 싶었다고 한다.

“출판 산업이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찾을 수 없다는 공무원들에게 가계부를 보여주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담당 국장이 가계부와 출판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당신이 장바구니 물가와 관계있는 산업이 산업단지 지정과 관계가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여기 있는 가계부는 우리 장바구니 경제의 왕비王妃다. 여기 모든 가계부마다 도서구입비와 교재구입비 항목이 들어 있다. 우리 산업 중에서 이만큼 가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물품이 어디 또 있는가라고 반문했더니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더군요.”

비슷한 일화가 있었다. 일산신도시개발 계획에 포함된 일산출판문화산업단지 부지는 유통 업무 지역으로 구획되어 있어 조합원이 입주하려면 국가 차원의 유통 근대화 추진 계획에 포함되어야만 했다.(…) “유통 근대화는 의식주 물가에 영향을 주는 산업에 해당하는 것이며 출판산업은 관련이 없습니다”라며 문화부에서 지원할 사항이라고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었다. “국장님은 대학 시절 책으로 공부하지 않았습니까? 책 유통이 잘 되어야 공부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공부를 잘해야 물가도 잡고 경제를 일으키는 데에도 영향을 주지 않습니까?”
--- p.112-113

“어떤 특정한 공간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자기 탐욕을 억제하고 공동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원리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인이 아니라 우리이고, 우리에게 가치 있고 유익한 최선의 것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집을 그리고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은 지 수십 년이 되었음에도 새로운 집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받을 때마다 흥분하는 제 자신을 항상 봅니다. 그것은 새 집 만들기에서 오는 단순한 즐거움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새 집을 통해 새 삶을 살려고 하는 이들의 마음을 접촉하고 이해해서 제가 가진 조그만 지혜를 보태어 더욱 나은 삶의 방법을 만들어나가는 장대한 드라마의 참 중요하고도 설레는 시작점을 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조그만 집이 그러할 진대 하물며 새 도시 새 마을을 만드는 일은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맡은 자에게 그것은 어쩌면 대단한 축복입니다. (…)

‘우리는 새 집을 설계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을 설계했다’는 자세로 임할 것입니다. 우리가 출판조합의 신임을 받고 정한 출판도시의 규칙도 새로운 삶의 규정입니다.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그 새로운 삶이 기초하는 바가 공동성Communality이라는 것입니다. ‘공동성─우리 도시, 우리 마을’이라는 뜻이지요. 이것이 이 출판도시가 비움이 가득 찬 지혜의 도시가 되는 정신임을 굳게 믿습니다.”

--- p.117-118

출판사 리뷰

이 책은 파주출판도시-책마을을 처음부터 발상해 기획하고 추진하며 완성에 이르기까지, 이사장직을 맡아 사업협동조합을 이끌어온 한 일꾼의 이야기를 책마을의 역사歷史와 함께 엮어 지은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첫 사례로 평가받는 출판문화도시 조성의 연출자이자 건설자로서, 책마을의 편집자로서 그의 공업功業과 역사役事를, 당시 실제 상황을 토대로 해서 기록한 작업이다. 이 일은 책마을의 탄생 과정을 생생히 남기는 한편 책마을의 앞날을 바라보고 변치 않는 가치를 유치해 나가는 준거準據를 담아내고자 하는 목적과 기대를 품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은 파주출판도시라는 프로젝트의 다큐멘터리이자, 이 프로젝트를 이끌어온 이기웅의 휴먼 다큐멘터리다. 어느 프로젝트나, 특히 이상적인 구상이며 필수적인 사업계획일수록 그 시작부터 끝까지 매 단계마다, 난관과 장애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파주출판도시가 이런 암초들을 잘 극복하고 돌파해 완성되었기에 이 책이 세상에 나온 것은 아니다. ‘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 에 대한 질문과 답이 뚜렷했고, 그 가치가 분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이 책이 쓰인 것이다.

‘누가’는 사리私利가 아닌 공익公益을 추구하는 ‘공동체共同體’였다. ‘누구를’은 사회와 국가를 위한 프로젝트였으며, ‘무엇을’은 ‘좋은 책을 잘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공동선共同善’이었다. 그리고 도시 전체와 입주사 상호 간에 ‘공동성共同性’ 문화를 추구하고 이룩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인공 이기웅, 그는 공동성을 쉽게 설명한다 “우물을 하나 파서 여럿이 사용할 수 있는데, 여기저기 우물만 파놓고 관리도 못 하는 일은 하지 말자.”

파주출판도시는 이기웅 이사장의 리더십으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문명의 도시, 지식의 도시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이라면 이 책은 쓰이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의 출판도시가 가능했던 것은, 여러 고비가 있었지만 ‘내가 아닌 우리가’ 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우리’라는 공동체를 이끌면서 주위로부터 ‘지독한 사람’이라는 평이자 욕을 들었다. 그가 지독하지 않았다면 이 도시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목숨까지 바칠 지독한 신념이 있었기에 공동체의 목적과 가치를 이루어낸 것이다. 그의 지독한 집착력執着力과 접착력接着力이 없었다면, 그의 독창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독선적인 성격이 아니었더라면, ‘자경自敬과 선견先見’을 갖추지 않았더라면, 감히 이루지 못했을 것이란 평이다.

그러나 이 도시는 결과로서 평가를 받아서는 결코 안 된다. 결과보다도 더 중요한 가치가 그 과정 속에 있기 때문이다. 문화평론가 고 이중한 선생이 초창기에 출판도시 건설을 ‘환상적 도전’이라는 글로 극구 칭찬하며 격려했지만, 환상적이라는 말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무모함이란 뜻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이 뜻을 알아차린 이기웅은 ‘청색혁명’이란 글로 맞받아쳐 도전했다. ‘위대한 도전인 한편 위험한 모험’이 시작된 것이었다.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파주출판도시 건설의 한가운데에 출판인 이기웅이 서 있다. 출판도시 건설을, 맨 앞에서 출판장인匠人 이기웅이 이끌고 있다. 1980년대에 발의된 출판도시는 곧 이기웅이라고 해도 된다. 일련의 출판인들이 더불어 출판도시를 건설하고 있지만, 이기웅의 집념과 문제의식으로 프로그램의 질량質量은 심화되었다. 출판인 이기웅이 출판도시의 형식과 내용을 아름답고 탄탄하게 조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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