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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조광희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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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표는 수면제를 먹을까 말까 망설였다.
“안드로카인드라는 회사 들어봤어?” “아니.” 시로는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주인을 복제한 안드로이드를 판매한다는 회사 말이야.” 그러고 보니 어디선가 기사를 본 것 같다. “좀 자세히 말해봐.” 시로가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여 캐묻자, 승호가 대답한다. “올해 초부터 주문을 받아 공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했어. 솔직히 어떻게 이 사업이 로봇기본법에 어긋나지 않는지 잘 이해가 안 돼.” “어떤 점에서?” 시로가 다시 물었다. “안드로이드가 인간과 그렇게 유사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실존하는 사람과 동일한 모습이면, 범죄를 저질러도 식별이 어렵고.” --- p.23 몸에 달라붙는 폴리에스테르 소재의 옷을 입은 안드로이드가 그 뒤를 따랐다. 시로는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거울을 보는 듯한 느낌에 가벼운 충격을 받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쳐다보자, 이번에는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기했다. 자신을 보는 느낌과 낯선 타인을 보는 느낌이 엇갈렸다. 그 중간은 없었다. 마음 속에 친근함과 적의가 차례로 떠올랐다. 새로 제조된 것 때문인지 안드로이드의 눈은 시로의 눈보다 맑았다. --- pp.42~43 판매자는 배낭에서 자수정 빛을 내는 엄지만 한 크기의 의식생성기를 꺼냈다. 판매자는 아오의 목덜미에 열린 구멍으로 조심스럽게 의식생성기를 밀어 넣었다. 딸깍하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판매자가 웃으며 빈정거렸다. “설치할 자리까지 미리 만들어놓고서 불법이라니 웃기지 않습니까?” --- p.71 아오도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든다. 눈발이 거실로 날린다. 시로도 가쁜 숨을 고르며 손을 흔든다. 아오는 갑자기 눈을 먹어보고 싶다. 식도도 기도도 없는 아오가 눈을 삼킨들, 막힌 목구멍 끝에서 눈은 녹아버리고 말 것이다. 두 손을 바깥으로 내밀어 눈을 모은다. 함박눈이라지만 눈은 아주 천천히 모인다. 아오는 그 눈을 맛본다. 눈에는 아무 맛이 없다. 혀 위에서 잘게 부스러지는 눈의 질감과 섬뜩한 차가움만이 아오의 의식에 주어진다. 아오의 입안에서 눈은 순식간에 물이 된다. 아오는 어정쩡하게 물을 입안에 담고 있다가 뱉는다. --- pp.105~106 “여기서 한 가지 더 필요한 논리적 단계는 ‘안드로이드를 피조물 또는 생명체의 하나로 보고, 안드로이드에게도 그 권리를 확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안드로이드를 피조물 또는 생명체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을 주저하리라는 점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생명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우리는 면밀하게 검토해야 합니다. 제가 미리 제출한 서면에서 자세히 살펴본 바와 같이 안드로이드는 인간에 가장 가까운 생명체입니다. 안드로이드가 자연이 아닌 공장에서 생산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생명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 p.160 “이처럼 죄와 벌의 법철학적 토대를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것은 이 사건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매우 중대한 의미가 있습니다. 인간이 자기 행동의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인간의 자유의지나 숭고함이나 인간이 지구에서 가지는 특별한 지위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진 이상, 인간과 의식이 있는 안드로이드를 형사 사건에서 다르게 취급할 필요성은 논리필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 p.1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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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 독창적인 SF철학소설!
●철학·법학·과학·문학이 융합된 경이로운 문학정신의 출현! ●조지 오웰의 『1984』의 디스토피아 세계에 비견되는, “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첨단 과학문명에 대한 통렬하고도 심오한 우화” 주인을 살해한 안드로이드가 법정에 서다! “인간성의 본질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과 다른 종 또는 생명과의 경계에 대해서” 2018년 장편소설 『리셋』으로 영화적 상상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한국문학에 나타난 조광희 작가가 두 번째 장편소설 『인간의 법정』으로 돌아왔다. 독창적인 낯선 감각으로 신-소설의 지형도를 형성한 조광희 작가의 신작, ‘SF철학소설’ 『인간의 법정』은 작가가 오래도록 고민해온 “인간, 안드로이드, 동물”에 관한 이야기다. 22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은 알파고 이후 현 시대에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안드로이드의 인간 추월과 그로 인한 ‘인간성’의 고뇌를 기반으로 하여 인간과 안드로이드로 대표되는 ‘인간 아닌 것’의 관계를 문학적 상상력으로 확장한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이래 던져진 살인 모티프가 AI 로봇 ‘아오’의 행동을 추동하는 화두로 제시되는 이야기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와도 같이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생명’에 관한 치열한 질문과 저자의 오랜 고민인 동물권과 동물해방운동이 유려하게 뒤섞인다. 주인을 살해해 폐기 처분될 위기에 처한, 인간을 꼭 빼닮은 로봇의 고뇌는 ‘무엇이 인간인가? 의식이란? 생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놀라운 질문의 새로운 판본으로 독자에게 다가온다. 독특한 스타일의 문체로 그려낸 미지의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인공지능이라는 이야깃거리의 무한한 가능성!’ 인공언어 개발자로 언어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시로’는 자신과 동일한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주는 회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자신과 잘 맞는 동료를 만나고 싶다는 시로의 바람은 막상 자기 앞에 도착한 안드로이드 ‘아오’를 본 순간부터 변하기 시작한다. 아오는 시로의 외모와 지식을 조합해 사용자와 가장 비슷하도록 만들졌으며, 시로에게 도움이 될 만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얼핏 대화가 잘 통하지만, 시로와 깊은 무언가는 통하지 않는다. 아오는 의도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 문장을 들려주자 오류를 일으킨다. 시로는 이러한 오류의 원인이 아오의 본질적인 문제, 즉 인공지능에 필연적으로 결핍되어 있는 ‘의식’ 때문임을 알게 된다. 이 로봇에게 ‘의식’을 주게 된다면 어떨까? 작중에 등장하는 ‘의식생성기’는 엄지만 한 크기의 칩으로, 인공지능 기반으로 운영되는 안드로이드에게 인간과 같은 ‘의식’을 부여한다. 의식을 얻은 안드로이드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주인에게 복종하게 되어 있는 알고리즘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로봇이 인간처럼 사고하게 될 때 이는 안드로이드 그 자신과 인간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 아오는 무조건적으로 시로의 요구에 순종하던 로봇에서, 자신의 의견을 내고 의지를 표명하는 단계로 접어들며 ‘인간적인 것’이라 명명되어 온 것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무엇인가? 인간 중심의 세계는 과연 살 만한 곳인가? 생명과 생명 아닌 것 사이의 경계를 지우고 인간 중심주의에 대한 문제를 새롭게 제기하다 인간 중심 사회에서 안드로이드들은 동물-안드로이드의 연합체인 ‘포스트휴먼 해방전선(Post-Human Liberation Front)’을 통해 연대를 시도한다. 이 단체는 의식을 얻어 “도망친 안드로이드가 수술을 통해 높은 지능을 얻었다가 도주한 동물들과 연대하여” 구성한 단체이다. 이들은 노예, 식용, ‘인간이 아닌 것’들로 규정된 자신들을 인간에게서 해방시키고자 한다. 이러한 해방운동의 출현은 우리에게 도래할 미래의 은유인 동시에, 현 시대에서 ‘인간이 되지 못한 것’들로 취급되며 드러나는 차별적 경계를 형상화한다. 작가는 아오를 통해 ‘인간적인 것’이라는 경계에 의문을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아오를 변호하는 변호사 윤표는 스위스 헌법 중 ‘피조물의 존엄’ 조항에 착안한 가상의 헌법 조항인, “인간, 동물, 식물을 포괄하는 모든 생명체의 완전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안전과 자유를 존중하며, 종의 다양성을 보호한다.”라는 구절을 통해 인간 위주로 규정되어 있던 사회적 상식과 도덕윤리의 재정의를 촉구한다. 인간 대 안드로이드의 투쟁 안드로이드의 권리를 규명하기 위한 치열한 재판, 한국문학사 초유의, 세계문학사에서도 보기 드문 안드로이드의 생명권을 둘러싼 재판과 명판결! 안드로이드가 주인을 살해한 사건은 치열한 법정 다툼으로 번진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고, 인간의 선택에 의해 의식을 얻게 되었다가, 결국 ‘인간의 법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안드로이드의 모습은 아이러니하다. 아오의 살인 행위는 기계인 로봇이 하나의 생명이자 권리를 논쟁하게 하는 도화선이 된다. 포스트휴먼 해방전선을 통해 촉발된 안드로이드와 동물권에 대한 논쟁은 아오의 살인으로 인해 또 다른 ‘해방’의 문제가 되는데, 사법 기관의 판단 아래 ‘죄와 벌’이 판명될 이 재판은 단순히 대한민국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된다. 아오를 대리하는 윤표와 경찰 측 변호사가 벌이는 치밀한 법정 공방과 ‘의식’을 지닌 안드로이드가 자신이 폐기될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투하는 모습은, 생명을 가진 모든 생물체가 지니는 생존에 관한 보편 정서를 드러내는 동시에, 인간으로 취급되지 못하는 현실의 수많은 약자들의 목소리를 대신 호소하는 거울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현대 자본주의가 낳은 첨단 과학문명에 대한 통렬하고도 심오한 우화 궁극적으로 아오의 해방 가능성은 한 안드로이드의 생존이라는 미시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다른 종들, 곧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존재할 생명의 본질을 논하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확장된다. 『인간의 법정』은 한 안드로이드가 자기를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과 인류에게 사상적 전환을 시도하게 한다. “심오한 인간학적 문제를 미래 법정이라는 미지의 시공간 속에서 탐구하”는 작가 조광희의 렌즈는 우리 자신이 살아가는 현재에 들이미는 현미경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자본주의 문명의 안티테제로서 '반문명'의 심오한 의미를 캐며, 새로운 세계의 전망을 열어놓는, 한국문학사는 물론 세계문학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새로운 문학'의 시작을 알리는 신소설이다. 『인간의 법정』은 자아인식에 관한 “고전적 질문”을 경계를 확장한 “새로운 방식으로 던지면서 한국 포스트휴먼, 트랜스휴먼 소설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는 놀라운 작품으로 우뚝 설 것이다.(방민호, 「추천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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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있는 디스토피아 소설. 의식을 가진 로봇이 AI 판사에게 재판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법 체계와 인간 존재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인지하는 세계는 기억으로 구성되는가? 자아를 인식하려면 외부세계의 인지가 필요한가? 기억을 매개로 인지와 의식을 충돌시키는 독특한 전개 방식은 인공지능이라는 이야깃거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인간의 법정』은 내가 가진 생각의 깊이만큼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생각이 깊은 독자들은 더욱 심오하고, 더욱 재미있는 질문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상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신경과학-인공지능 융합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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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인 명작에서 살인은 언제나 인간에 대한 질문을 의미했다. 어째서 인간은 다른 인간을 살해할 수 있는가? 어떻게 그런 일을 감행할 수 있는가? 살인자가 살인을 결행하기까지에는 어떤 내적인 논리와 심리가 개입하는가?
『인간의 법정』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이래 던져져 온 질문을 AI 로봇 ‘아오’의 문제로 돌려놓는다. 우리는 여기서 주인을 살해하고 폐기 처분될 위기에 처한, 인간을 꼭 빼어닮은 로봇의 고뇌를 본다. 그리고 저 유명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세계인들에게 던진 질문, 즉 무엇이 인간인가? 의식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란, 생명에 대한 애착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의 새로운 판본을 목도하게 된다. 심오한 인간학적 문제를 미래 법정이라는 미지의 시공간 속에서 탐구하며, 독특한 스타일의 문체미까지 실현한 이 소설은 고전적 질문을 새로운 방식으로 던지면서 한국 포스트휴먼, 트랜스휴먼 소설사의 새로운 장을 힘껏 열어젖힌다. 여기, 진정으로 새로운 소설이, 문학이, 있다! - 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