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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땅·1 / 땅·2 / 농사꾼 /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 텃밭농부의 자세·1 / 텃밭농부의 자세·2 / 텃밭농부의 자세·3 / 분재 소나무 / 불두화 / 낫을 갈다 / 쥐구멍 / 우물 / 호미 한 자루만 있으면 / 부활


2부

모기 / 지네 / 지렁이 / 코스모스 / 어미 개 / 상추·1 / 상추·2 / 바랭이·1 / 바랭이·2 / 옥수수·1 / 옥수수·2 / 질경이·1 / 질경이·2 / 공벌레


3부

미안, 미안해 / 장미에게 공간이란 / 국화가 된 장미 / 소국 / 배설 / 맛집·1 / 맛집·2 / 무 한 뼘 배추 두 뼘 / 무의 목을 베다 / 호박손 / 늙은 호박 / 딸기 맛에 목숨 걸다 / 중노년의 부부 / 들쥐


4부

겨울바람 / 그해 겨울 / 분서焚書, 책을 불태우다 / 아궁이 앞에서 / 옆집 개·1 / 옆집 개·2 / 옆집 개·3 / 장미 / 사랑으로 / 엄마 / 포란 / 겨울 아침에 / 염원 / 나무

저자 소개 1

1963년 대구 성서(城西) 망정동(望亭洞)에서 태어난 저자는 성서초등학교·성서중학교·계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에서 법학사와 법학석사(국제법)를 취득했다. 저자는 프랑스 엑스마르세유3대학에서 유럽연합(EU)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있다. 최근 저자는 법학과 문학 및 인권과 유학의 융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방 이후 법정 필화 사건을 다룬 『법정에 선 문학』과 유럽의 고전을 법문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나는 태양 때문에 그를 죽였다』는 전자를, 선진 시대를 대표하는 유묵도법(儒墨道法)의 사상을 현대 인권의 시각에서
1963년 대구 성서(城西) 망정동(望亭洞)에서 태어난 저자는 성서초등학교·성서중학교·계성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계명대학교에서 법학사와 법학석사(국제법)를 취득했다. 저자는 프랑스 엑스마르세유3대학에서 유럽연합(EU)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있다.

최근 저자는 법학과 문학 및 인권과 유학의 융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방 이후 법정 필화 사건을 다룬 『법정에 선 문학』과 유럽의 고전을 법문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나는 태양 때문에 그를 죽였다』는 전자를, 선진 시대를 대표하는 유묵도법(儒墨道法)의 사상을 현대 인권의 시각에서 분석한 『선진유학과 인권』은 후자에 대한 연구 끝에 나온 작품이다.

시인으로서 저자는 여러 권의 시집을 펴냈다. 대표작으로 『바람이 시의 목을 베고』, 『칼을 갈아도 날이 서질 않고』, 『무 한 뼘 배추 두 뼘』, 『교수님 스타일』 등이 있다.

저자는 자유·인권·평화가 실현되는 세상을 꿈꾸며 학문의 길을 걷고 있다. 모든 존재는 자유롭고 평등하며 존엄하다는 인문학적 성찰의 바탕 위에서 학문과 문학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학자의 길을 선택한 이상 밥값은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제 부처님께 밥값을 다했다! 성철 스님 말씀처럼 죽는 마지막 순간까지 쉼 없이 정진하며 밥값을 다하는 학자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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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210g | 135*210*9mm
ISBN13
9791158542917

책 속으로

호미 한 자루 손에 들고는
알량한 지식 나부랭이
흙 속에 파묻어버리고
텃밭의 잡풀을 뽑다가
이마에서 뚝뚝 떨어지는 땀방울로
흠뻑 젖은 땅 위에 푹 고꾸라져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으로 죽고 싶다
--- 「머리말」 중에서


땅은 어떻게 / 저 많은 씨앗을 품고 있을까

날선 서릿발로 자라나는 / 텃밭의 풀을 보며 생각한다

베고 베어도 고개 숙이지 않고 / 쉼 없이 일어서는

죽은 씨앗이 키운 / 풀과 풀, 풀 그리고 풀

전쟁이다

격하게 치고받는 싸움도 잠시 / 이름 없는 풀들의 거센 저항 앞에 / 칼날 무뎌진 낫을 던진다

졌다

아무리 자르고 잘라도 죽이라며 / 제 목 들이미는 / 악다구니 풀을 이길 재간이 있나 / 사람의 발길 거부하는 텃밭에는 / 성난 파도로 출렁대는 / 푸른 생명이 그득하였다

-- p.12~13 「1부 ‘땅·1’」 중에서


목숨 질긴 이놈
언젠가 명줄 한번 따버려야지
벼르고 있었다
아무리 밟아도 기죽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나 죽여 봐라 대드는
잡초 중의 잡초
잡놈 중의 잡놈
오늘은 이놈의 버르장이를
고쳐놓고 말 테다
단단히 마음먹고
서슬 퍼런 낫을 휘두르며
독기 품은 목소리로 을러댄다
너 이놈 다소곳이 고개 숙이고
제발 목숨만은 살려 달라 빌어라
네 운명은 이 두 손에 달렸으니
내 말에 절대 복종하라
눈을 지그시 내리감고 듣고 있던
질경이놈 비장하게 대꾸한다
이 상황에서 살아남은들
무슨 희망 있겠소
당신의 노예로 사느니
기꺼이 죽음을 택하겠소
나는 자유롭게 살다
비참하게 죽으리라
신의 사악한 저주로 태어났으니
이 몸을 갈가리 찢고 잘라
산짐승 먹이로 던져
그들의 허기진 배고픔이나 달래주오
순교하리라
마음먹은 탓일까
낫으로 내려치라며
목을 길게 내민다
내뱉은 말 주워 담을 수 없어
두 눈 질끈 감고
성난 낫 휘둘러 단숨에
그놈의 목을 자르는데
수십 수백의 까만 씨앗 흩뿌려져
거친 땅속 굳센 뿌리로 내려앉는다

---p.63~65 「2부 ‘질경이·2’」 중에서


거센 바람에 찢겨 온몸 너덜해진 세상이
창틀에 끼인 문풍지로 바르르 떨리며
제발 목숨만 살려 달라 울부짖고 있던 그해 겨울
밤은 고요하다는 비정한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어떤 야비한 삶과 고독한 투쟁을 하고 있었다
길거리를 떠도는 고양이들이 앙칼진 목소리를 내며
소유권도 없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려 목숨 걸고 싸울 때도
밤은 어둠을 앞세워 고요하였고
광야에서 울리는 양심의 소리를 못 들은 척 외면하며
나는 23.5도 기울어진 지구의 자전축을 곧추세울
위대하지만 헛된 혁명을 꿈꾸었다
해가 뜨지 않는 날은 없었고
해가 지지 않는 날도 없었다
밤은 언제나 고요하였고
어둠 속에서 나는
이루고 싶었지만 이룰 수 없는 이상과 피터지게 싸웠다
밤은 혁명의 적도 동지도 아니었다
나는 들개처럼 외로웠다

--- p.101 「4부 ‘그해 겨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짧고 군더더기가 없다

무와 배추 심는 간격을 묻는 초보농사꾼의 한심한 질문에 땅에서 나고 자란 농부할머니가 답한다. 무 한 뼘 배추 두 뼘. 지혜로운 사람의 말은 짧고 군더더기가 없는 것처럼 깨달음은 거창한 경험에서 오지 않는다. 세상에 죄짓지 않고 조심조심 살아갈 일만 남은 이순의 나이, 관절은 자존심으로 중무장해 쉬이 꺾이지 않을 것만 같다. 하지만 뻣뻣한 허리는 텃밭의 상추와 열무 앞에 달갑게 굽혀진다. 영겁의 세월을 기다린 파란 새싹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법학자이면서 텃밭을 가꾸는 채형복 시인은 『무 한 뼘 배추 두 뼘』에서 농사꾼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 총 4부로 나뉜 56편의 시는 생과 사, 동식물과 인간 모두를 아우른다. 자연의 흐름에 누구보다 빠르게 반응하는 농사꾼의 시선에 시인의 감성이 더해져 새로운 통찰이 되었다.


나는 나의 일을 할 것이니 그대는 그대의 일을 하라

허세도, 거창한 담론도 잊어버리고 농사꾼으로 흙 위에 선 시인은 성난 파도로 출렁대는 푸른 생명을 본다. 장엄한 희망이 가득한 텃밭은 경배할 만하다. 여린 잎을 가진 상추를 지키기 위해 바랭이와 질경이를 뽑지만 그들은 기죽지 않는다. 목을 잘라도 수십 수백의 씨앗을 흩뿌려 거친 땅속 굳센 뿌리로 내려앉는다. 악착스레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일이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이 그대로 시가 되었다.

생명이 가득한 곳에는 늘 죽음도 함께한다.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지만 목숨을 건 싸움에서 승패는 갈릴 수밖에 없다. 시인은 마당 한구석에 나뒹구는 토막 난 쥐의 꼬리를 보며 존재의 초라한 죽음에 가슴 아파한다. 살아있는 생명을 뺏는 일이 쉽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자연에서의 죽음은 순환을 의미한다. 퇴비 더미에서도 파란 싹을 틔우는 무청은 초라해 보일지라도 거대한 자연의 순환 안에서 제몫을 다하고 있다. 아플지언정 무의미하지 않은 죽음은 죽어서도 되살아나는 법을 알려준다.

시인은 하늘을 향해 뻗는 호박손을 보고 헛된 희망이라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손가락을 활짝 펴 비겁한 세상의 목울대를 조아버리라고 응원한다. 이러한 태도는 손에 착 감기는 호미 한 자루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농사꾼의 상징, 땅을 일구는 호미는 불의한 권력을 찍어 내리는 낫이 되기도 한다. 나라마저 갈아엎을 수 있는 호미를 손에 쥐고 쓴 시는 결핍을 모르는 욕망 과잉 사회를 비판한다.

매 순간 목숨을 걸고 발버둥치는 텃밭의 생명을 보다가 소문난 맛집에서 야만으로 도륙된 생명을 먹어치우는 사람들을 보면 괴리감이 느껴진다. 모진 추위마저 견디고 살아남는 게 질경이의 일이고 움트는 새 생명을 돌보는 게 농사꾼의 일이라면 탐욕으로 가득 찬 복잡한 세상에서 인간의 일은 무엇일까.

법학자이자 시인인 저자는 농부의 일을 배우고서야 그전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깨달음을 따라 시를 읽다 보면 질문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찾고 욕망의 위장을 비우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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