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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
내 인생의 음악편지
이종민
걷는사람 2021.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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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에세이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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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PART 1. 어느 봄날, 기억의 지층에서 찾아낸 노래 - 추억, 사랑, 소회
비디오테이프와 ‘문 워크’ | 고형숙
내 마음의 야상곡 | 곽재환
평생의 벗과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 | 김관수
화음, 그 생명의 잔치 | 김광원
인생, 그 쓸쓸함을 알려 준 노래 | 김선경
심지다방의 추억 | 김완준
나의 어두운 모퉁이 시절 | 김해자
내 인생 최고의 날 | 박보람
외로운 양치기와 푸른빛 팬파이프 소리 | 박성우
마음의 황무지를 갈아엎으며 | 배숙자
산티아고 순례길의 추억 | 설준규
물 위에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아직도 버리지 못한 미련 | 유대수
내 젊음을 심폐 소생해 주는 〈The Young Ones〉 | 유혜숙
나의 그리운 음악 선생님 | 이광재
한국의 마리아 칼라스라 불린 황금심 | 이동순
사랑은 가고 음악은 남는다 | 이성아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할 수 있어 선생이 좋다 | 이영근
내 음악 여정의 종착역 | 이재희
다시 좋아하게 된 노래 | 이혜인
날 울린 그녀 | 임보라
원평극장 춘향가 | 정철성
모악산방의 첼로 | 지성호
‘그때가 좋았지’ | 최재봉
나뭇잎 배를 저어 가는 클레멘타인 | 하기정
‘가방끈’ 고문관이 부른 노래 | 한보리

PART 2. 청춘의 번민이 키워준 마음의 노래 - 번민, 시대
사회적 서얼庶孼의 내면 | 김민영
“Seasons in the Sun” | 김영현
슬픔의 무게로 위안과 힘을 주는 혁명의 노래 | 김은정
길에서 운명처럼 만난 내 인생의 음악 | 김은총
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 김정경
문익환 목사님과의 추억 한 자락 | 문아경
역사의 기억, 노래의 추억 | 박명규
1980년의 신음 소리 | 서홍관
눈물 젖은 강물에 붓을 담그며 | 송만규
음악을 들으면서 인간이 되었다 | 유용주
시원始原의 소리, 바닥을 밀어 올리는 힘 | 유장영
고독과 자유의 바람 | 이기범
나의 존 레넌 | 이재희
“아픈 건 당신 탓이 아니라 일 때문입니다” | 이정현
정태춘에게 빚이 있다 | 임옥상
다시 5·18을 되새기며 | 정근식
내 인생의 첫 클래식 | 정도상
동백사에서 만나다 | 정희섭
눈뜬 자들의 도시 | 조희숙
건강한 글쓰기 노동자의 삶 | 최기우
군가와 싸가와 진중가요 - 졸병의 노래와 장교의 노래 | 한경구
용기와 희망의 운동 노래로 변한 ‘헤이 주드’ | 한긍수
으악새 슬피우니… | 한승헌
삶의 필수 조건, 음악 | 댄 홀든

PART 3. 음악, 내 인생의 철학자를 만나다 - 인생, 성찰, 사색
정년 축하 | 김기현
오동잎 | 김용택
상식 철학자의 음악 세계 | 김의수
‘손목에 놓인 얼음’같이 시린 〈아베 마리아〉 | 김정수
침향의 향기, 가만히 봄이 건너오는 소리 | 김형미
동쪽 울타리 아래에서 국화를 따다가 | 문혜정
내 심연에 다가와서 | 박남준
동요 한 자락에 실려 | 복효근
아리랑꾼이 되다 | 서용순
세 개의 문 | 송선미
우연과 필연 사이 | 송혜진
갈라쇼의 〈금강선녀〉 | 신귀백
우리 모두 함께 “눈을 뜨자” | 왕기석
평화의 기도서 | 유강희
나를 다시 일깨워 주다 | 유승
저 멀리 흰 구름 자욱한 곳 | 유영대
인간, 자유 그리고 광기, 삼중주의 매력 | 이등연
좋은 걸 어떻게 해 | 이용선
삶, 절망이 아닌 희망으로 | 이일재
노래, 나를 움직이다 | 이창봉
음악을 만나니 또 하나의 세상이 보이다 | 이철량
생각을 생각하는 삶 | 이현배
세이킬로스의 당부 | 이현수
운명을 사랑하라 | 장마리
헤르만 헤세와 기타 | 정경량
헝가리 무곡과 사물놀이 | 조상훈
길고도 깊은 인연 | 최동현
내 생의 가장 큰 보람 | 최상화
나의 베토벤 | 황동규

PART 4. 너의 이름이 어느새 나의 노래가 되어 - 위로, 그리움
나의 노래, 내 삶의 위로 | 구성은
누가 뭐라든 너 자신이 되어라 | 김광숙
아린 ‘하얀 목련’의 추억 | 김남수
비 내리는 소리, 카세트테이프, 송창식에 관한 몇 가지 기억 | 김병용
‘목포의 눈물’도 나에게는 클래식이다 | 김영자
관문동 649-1 이창환 씨 댁을 배경으로 존 바에즈의 〈도나 도나〉를 다시 듣는다 | 김영춘
마음을 씻어 주는 향기 | 김자연
옥황님, 나는 못 가오 | 박두규
낭랑 십팔 세의 낭만 | 박종훈
연서를 쓰는 풀 엮음 | 서정인
고아의 노래 | 손세실리아
이 세상 최고의 춤곡 | 안상학
김수철 형님에게 | 이병초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아름답고 슬픈 ‘카논 변주곡’ | 이영종
아버지의 노래 | 이일순
두 번의 편지 | 이재규
막대기가 선생이다 | 이정록
내 인생의 첫 번째 노래 | 임혜선
한결같은 위로 | 정형란
안탈랴에서 Eros를 | 한지선
너도 내 마음 같으면 좋겠어 | 한창훈
내 인생 인내와 분발의 단초 | 함광남
맑고 밝고 파란 무언가를 찾아 : 나의 노랫길에 반짝이는 등대 같은 노래 | 허영택
술 냄새, 땀 냄새 품은 그 노래 | 황보선
삶이 지치고, 슬플 때 | 황수지
가여운 어머니의 한숨처럼 깊고 시리던 노래 | 황풍년

PART 5. 그대 그리고 나 - 인연
언제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 | 김애란
고마운 이들과 함께 듣고 싶은 노래 | 서성숙
송창식과 이종민 | 안도현
음악 여행에서 만난 두 남자의 동행 | 윤찬영
문화와 예술, 사람을 사랑하는 그대에게 | 임기대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 | 장영달
이종민 형에게 | 전성진
내 인생의 음악을 모르겠어요 | 정과리
이종민 교수님과 음악편지 | 최지윤
너와 함께 부르고픈 이 노래 | 최태주
인생의 또 다른 계절 | 허문경

저자 소개 1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군사관학교 교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교류교수 등을 지냈으며, 40년 동안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21년 2월 퇴임한 뒤에는 전주와 완주의 인문학 및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변증법적 상상력: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세계』, 『불멸의 새와 꽃의 영광을 노래하라』, 『변화를 읽다 변혁을 꿈꾸다』와 세 권의 ‘이종민의 음악편지’ 등이 있으며, 『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 『김사인
전라북도 완주군 화산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해군사관학교 교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 교환교수, 서울대학교 교류교수 등을 지냈으며, 40년 동안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2021년 2월 퇴임한 뒤에는 전주와 완주의 인문학 및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변증법적 상상력: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세계』, 『불멸의 새와 꽃의 영광을 노래하라』, 『변화를 읽다 변혁을 꿈꾸다』와 세 권의 ‘이종민의 음악편지’ 등이 있으며, 『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 『김사인 함께 읽기』, 『그 시를 읽고 나는 시인이 되었네』 등을 엮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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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409쪽 | 738g | 188*254*21mm
ISBN13
9791191262070

책 속으로

사람은 천천히 조금씩 변하는 게 아니라 어느 순간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어 버린다. 〈찬비〉를 듣고 난 후의 내가 그랬다. 말하자면 인생을 다 알아 버린 기분이었다. 이 쓸쓸한 세상에 오직 나 홀로 서 있는 듯한 기분이었고 앞으로 내내 인생이 그러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초등학교 6학년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던 무렵이었고 나는 내 인생의 한 시기가 끝났다는 생각에 서글퍼졌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중학교는 가서 뭐 하나 싶었다. 사춘기의 시작이었다.
--- p.26, 김선경, 「인생, 그 쓸쓸함을 알려 준 노래」 중에서

누가 뭐래도 노래는 슬퍼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촌스러운 생각이지만, 나라는 인간이 그렇게 생겨 먹었다. 노래는 과거형이고 회한이며 그리움이다. 흥겹고 즐거운 것은 노래가 아니다. 노래의 변종이거나 배반이다. 퇴행과 영탄이 내가 노래에서 찾는 모든 것이라 해도 좋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다지만, 시절은 가도 노래는 남는다고 말하고 싶다. 노래는 지난날들을 다시 데려온다. 노래를 듣고 부르던 날들을. 노래를 듣거나 부르는 동안 나는 잠시나마 과거를 다시 산다. 일시적으로 젊어진다!
--- p.82, 최재봉, 「‘그때가 좋았지’」 중에서

만수 씨는 면 소재지의 행정적인 일을 맡아 하고 있었으니 어부도 아니었고 바닷가 아닌 농촌과 산촌에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내게 공감이 가는 노래는 아니었으나, 그날의 나는 ‘쓸쓸한’이라는 노랫말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모든 소절마다 ‘쓸쓸한’이라는 말이 생략됐을 법한 노래 가사를 오래도록 생각했던 것 같다. 클레멘타인이라는 철없는 아이가 늙은 아버지를 혼자 남겨 놓고 왜 바닷가로 갔는지 참으로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만수 씨는 이 쓸쓸한 노래를 매우 힘차게 불러서 나를 더 헷갈리게 했다. 인생은 원래 쓸쓸한 것이니 쓸쓸한 일이 있어도 힘차게 살아야 하는 것이고 힘차게 사는 것도 알고 보면 결국은 쓸쓸한 일이니, 잘 나가던 길에 갑자기 바윗돌이 가로막힌다 한들 놀라지 말 것이며, 큰일이나 작은 일이나 동요하지 말고 그저 굳건히 살라는 것인지알 수는 없다. 생전에 좀 물어보기라도 할 것을 후회스럽지만, 너무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4분의 3박자의 노래 〈내 사랑 클레멘타인〉은 지금 생각해 보면 인생이란 고통도 노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해 준 노래였다. 어쩌면 만수 씨는 어린 딸에게 아직은 ‘삶’이라는 어려운 말을 들려줄 수가 없어서 말 대신 노래로 알려 준 것은 아닌지…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다.
--- p.86, 하기정, 「나뭇잎 배를 저어 가는 클레멘타인」 중에서

시간의 압박을 덜 받는 직업이 교수이기는 하지만 이제 시간이 온전히 선생님의 것이 되면 좋겠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자신들을 정복하려는 서양 사람들을 향해 “너희들은 시계를 가졌지만 우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시계를 가진 사람은 시간에 끌려가지만 시간을 가진 사람은 삶을 이끌어 간다는 말일 게다. 그렇게 되시기 바란다. 이장희의 노래 중에서 〈잊혀진 사람〉을 가끔 듣는다. 내가 곧 정년하면 그렇게 되기를 기다린다. 늦으나마 더 고독해야 할 것 같다. 고독해서 가끔 선생님과 만나고 싶다.
--- p.140, 이기범, 「고독과 자유의 바람」 중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모든 조화는 너도 살고 나도 사는 상생의 속 깊은 삶의 연주다. 낙엽 한 장의 악기로 저렇게 아름다운 합주를 하다니, 그것은 수학도 닿을 수 없는, 크고 작은 빗방울들의 낙하지점에서 나오는 신비로운 소리의 협주다. 어느 날은 달과 오동잎이 일치를 이루며 겹쳐질 때가 있다. 나는 그렇게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가을 귀뚜라미 풀벌레 울음 속에서 여러 가지 마음들을 달래고 씻으며 시를 쓴다. 앞산 참나무 가지를 지나가는 겨울 밤바람 소리, 마른 감잎이 언 땅을 스치는 소리들을 들으며 내 생을 뒤척인다. 소리와 소리 사이, 살고 죽고 다시 사는 그 평화와 긴장, 갈등을 교정하고 다스리고 다듬는 것을 사람들은 음악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 p.192, 김용택, 「오동잎」 중에서

아침에 눈을 뜨며 낡고 늙어가는 몸에 들려주는 음악이 있다. Karunesh의 〈Calling Wisdom〉, Ben Leinbach의 〈Horizon of Gold〉 같은 명상 음악 계통인데 간단한 몸풀기에서부터 십 배, 백 배, 절을 하는 동안 음악을 들으며 동작을 하면 여명 같은 아침이 몸 안에 들어오며 평화로운 초록으로 채워지고는 한다.
매년 사오월, 한 해 동안 마시는 차를 만드는 내게 있어서 아주 소중한 철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고 뜨거운 아랫목 이불 속에, 따서 시들키고 비비고 풀어 향기로워지는 찻잎을 담은 항아리를 묻고 음악을 들려준다.
물론 나도 듣는 것이지만 차에게 들려주는 음악이다. 평소에는 음악적 편식이 심한 편이지만 되도록 치우치지 않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들려주고 있다. 주로 명상 음악 계통을 들려주지만 가능한 한 수제천에서부터 재즈까지 음반을 올려놓는다. 혹시 내가 만든 차를 받아 본 사람들은 귀 기울여 보시길, 찻잔 속에 어떤 소리가 그대의 심연으로 다가와 고요하게 우려져 나오는지.
--- p.209, 박남준, 「내 심연에 다가와서」 중에서

사람의 심장 가장 가까이에 있는 악기가 첼로다. 그런 점에서 첼로는 심장의 악기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 첼로의 성자라 불리는 파블로 카살스의 〈새들의 노래〉는 바로 우리 인류의 노래이고 인류의 눈물이고 인류의 절규다. 파블로 카살스보다 자신의 조국 카탈루냐식의 이름 파우 카살스로 더 불리길 원했던 그의 〈새들의 노래〉는 그가 인류에게 바친 하나의 기념비적 ‘평화 기도서’로 내게 다가온다. 그가 생전에 남긴 말을 적으며 새삼 그의 안식을 빈다.
“우리는 모두 한 나무의 잎사귀들이에요. 그 나무는 인류애의 나무입니다.”
--- p.229, 유강희, 「평화의 기도서」 중에서

지난봄, 수개월 가요무대에 출연했었다.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는 일상의 변화였으나 가족을 제외하곤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일이다. 다행인 것은 공중파 방송의 프로그램명을 무단으로 차용했고 흘러간 대중가요를 매회 다른 곡으로 열창했지만, 그 누구도 표절이나 저작권법을 문제 삼지 않았다는 거다. 하긴 핸드폰을 이용한 엄마와 나 둘만의 공연이니 외부로 알려질 리 만무하기 때문이기도 할 테다. 요양병원 면회 금지 조치 이후, 뵙지 못하는 날이 길어지자 재롱 잔치하는 심정으로 사흘에 한 번, 결방 없이 진행하다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난항을 겪기도 했는데 역병의 장기화가 바로 그것이다. 엄마 젊을 적 애창곡을 부르되 재탕, 삼탕은 하지 말자는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출발했다가 레퍼토리가 거덜이 나, 이를 어쩌나 난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종식될 기미는커녕 백신 개발마저 요원해 조기 하차나 종영을 고려함이 마땅했지만 걷지도 못하고 병상에만 누워 우울하게 지내는 엄마를 잠시나마 웃게 해 드릴 수 있는 시간인지라 쉽게 그만두지 못했다.
--- p.319, 손세실리아, 「고아의 노래」 중에서

〈하얀 나비〉의 가사는 시종 나에게 말을 건넸다. 지나간 일은 생각도 말고 그리워도 말라는 압력을 넣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 거냐고, 이젠 그만하고 제대로 살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인생의 목표를 세우고 어디로든 길을 떠나야 하지 않겠냐고 나를 다그쳤다. 그럴 때마다 나는 시의 길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접어들고 있었다.
이 노래는 이후로도 내 인생의 고비마다 나를 호명하며 달려들었다. 첫사랑에 실패했을 때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잊지 않고 나를 찾아왔다. 내게서 무언가 떠나갔을 때 그 빈자리에는 항상 이 노래가 대신했다.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동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길항할지 알 수 없다.

--- p.325, 안상학, 「이 세상 최고의 춤곡」 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윽한 인연 따라 들려주는 음악과 삶의 선율

도서출판 걷는사람에서 이종민 교수(前 전북대 영문학과 교수)가 엮은 음악 에세이 『우리가 하려고 했던 그 거창한 일들─내 인생의 음악편지』를 출간했다.

20여 년 동안 ‘이종민의 음악편지’를 받아 온 친구와 지인, 선후배, 동료 들이 이종민 교수의 정년 퇴임을 맞아 화답으로 보낸 음악과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다. 116명의 필자들은 ‘내 인생의 음악’을 골라 그 음악으로 기억되는 우정과 감사, 축하와 존경, 추억, 그리움을 담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삶의 장면들을 감동적이면서 담담하게 들려준다. 세상의 거의 모든 음악 장르가 언급된 것처럼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과 만남은 핍진한 일상과 고통스러운 순간에서 황홀과 기쁨으로 이어지며, 슬픔과 그리움에서부터 설렘과 열정, 내일을 향한 의지에서 지나간 일들의 아쉬움까지 인간의 삶이 지나갈 모든 감성과 경험, 지혜를 담고 있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에 기대어 있는 필자들의 추억과 사랑, 소회를 담은 ‘어느 봄날, 기억의 지층에서 찾아낸 노래’, 음악과 함께한 고민과 열정, 어려운 시절을 딛게 한 음악의 이야기 ‘청춘의 번민이 키워준 마음의 노래’가 1부와 2부를 이루어 설렘과 열정의 시간인 봄과 여름을 음악과 함께 느끼게 해준다. 3부는 경험과 사색, 반조의 깊이가 느껴지는 음악편지들을 엮었으며, 4부 ‘너의 이름이 어느새 나의 노래가 되어’는 ‘나’의 시간과 당신의 시간이 음악 속에 어우러지는 순간들을 담았다. 거기엔 그리움과 후회, 위로를 담은 글 속의 음악이 있다. 그리고 5부에선 삶과 음악, 시간과 인연의 깊이를 음미하는 글들을 엮었다. 귀를 기울이게 하는 한 곡의 음악에서 이야기는 시작하지만, 그 곡이 흐르는 풍경과 시대, 사람들이 고스란히 필자들의 글과 기억 속에 녹아들어 있으며 그것은 독자들의 인생 한순간과 마주하면서 음악과 함께 현재에 재현된다.

다양한 분야와 이력의 필자들 역시 이 책을 더욱 매력적이고 돋보이게 한다. 대한민국의 어느 분야에서든 한두 번은 듣고 읽고 흠모하거나 매혹된 적이 있을 필자들이 고른 인생의 음악과 이야기가 독자의 귀와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러한 필자들을 한 권의 책 안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이종민 교수가 그동안 일군 삶과 인격의 울림에 닿아 있다. 전북대학교에서 영시를 가르친 대학교수이자 학자이지만 책상 앞에서 글로 세상을 소통하지만은 않는 “실천하는 지식인”이며 “부드럽고 수평적인 미래형 리더십”으로, 전라북도 전주를 전통과 문화의 도시로 만드는 지역 문화 운동, 문화 예술인 후원 활동, 북한 어린이 돕기와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 호남사회연구회 등의 사회활동을 북돋우며 지금도 열정적인 인생을 살고 있다.

이 책에 참여한 필자들은 이종민 교수의 퇴임을 아쉬워하면서도 그동안의 고마움과 그로 인한 행복을 전한다. 동시에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그가 좀 더 자유롭게 활동하고 우리 사회에 많은 일들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설렘을 표한다. “청년같이 생각하고 청년같이 행동하”는 그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다시 세상을 읽기 시작하는 작업이 바로 이 ‘음악편지’이다.

엮은이의 말

(…중략…) 처음 내 마음을 동하게 했던, 말하자면 음악편지를 시작하게 한 곡은 〈그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오기까지〉이다. ‘겨울에 눈 덮인 설악산의 밤을 지내고 동트는 새벽을 맞는 아름다움’을 그린 해금 연주곡이다. 원래는 ‘음악과 시와 무용의 만남’을 주제로 한 무용음악 〈태양의 집〉의 한 부분인데, 곡의 완성도가 높아 독주곡으로 더 빛을 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신시사이저와 기타의 소편성 반주 위에 해금의 독특한 색깔과 선율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찰현악기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준다.
때로 위안을 주기도 하는 이 처연한 아름다움의 음악을 혼자만 즐길 수는 없었다. 한국음악에 아예 등 돌리고 있는 우리 시대의 많은 이들에게 특히 들려주고 싶었다. 우리 음악에도 이처럼 심금을 울리는 곡들이 많이 있다. 제발 들어 보지도 않고 외면하거나 무시하지 마라,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 음악편지를 본격적인 취미 영역으로 키워 가면 어떨까 욕심을 부려도 될 정도였다. 그래서 음악과 문학(글쓰기)의 창조적 혼융이라는 거창한 명분까지 만들어 내게 되었다.
그런데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진다. 여기에 또 하나의 대의가 추가되게 된 것이다. 제대로 함께하기 위한 홀로서기.
(…중략…) 제대로 홀로 설 수 있어야 제대로 함께할 수 있다. 아무리 정년 퇴임이라는 구실이 있다 해도 나름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면 이런 식의 당돌한 제안을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이렇게 많은 성원을 받지도 못했을 것이다. 황동규 시인의 말처럼 “때로는 우연에 기댈 때도 있다.” 우연히 시작한 길이 또 다른 길들로 이어지며 115편의 음악 이야기라는 값진 성과로 이어진 것이다.
고민이 없지 않았다. 원고가 많다 보니 분류하기도 어렵고 한 권의 책으로 묶는 것도 쉽지 않게 되었다. 음악의 장르로 나누는 것도 여의치 않아 결국 사연의 내용에 따라 출판사 전문인들의 조언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여 5부로 분류하였다.
엉뚱한 청탁이었지만 필자들 나름 스스로의 삶을 뒤돌아보는 계기는 제공해 준 듯하다. 때로는 기억의 저 깊은 지층에 있던 것들, 생활을 핑계로 까마득히 묻어 두었던 것들을 떠올리기도 하고,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청춘 시절의 성장통, 그 고민과 번뇌를 새삼 되새기기도 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좋아하는 음악을 계기로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왔던가, 그 여정의 철학을 정리해 보기도 했으며 애청곡, 애창곡에 얽힌 사연들을 떠올리며 아스라한 행복의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마지막 5부는 개인적 인연이 도드라진 글들로 제자, 친구 그리고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격려와 축하의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다양한 음악과 사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더 즐거운 것은 이런 글들이 또 다른 추억 떠올리기의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접한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내 인생의 음악’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될 것이고 그와 관련된 사연을 떠올리며 잠시나마 즐거운 추억에 젖을 수 있을 것이다. 꿈이 없으면 미래가 막연하고 추억이 없으면 과거가 먼지만 풀풀 날리는 사막이 된다. 미래에 대한 꿈을 제대로 꾸기 위해서라도 추억을 소중하게 정리하고 간직해 두어야 한다. (…중략…)

추천평

아는 사람을 만날 때 인사말이 거의 똑같다. 그중에 제일이 건강을 묻는 인사다. “건강하시죠?” “건강하셔야 됩니다(이건 명령문이다).”
건강이 별로 안 좋은 내게 “건강은 어떠십니까?”하고 묻기에 “위궤양이 심하구요, 부정맥 때문에 몇 달째 전북대 병원에서 치료 중입니다” 하고 답하면 사실 그때부터 잘 듣지도 않는다. 인사말을 “요즘 어떤 책을 읽으세요?” “좋아하는 음악이 뭔가요?” 하고 대화가 시작된다면 우리의 대화는 사뭇 달라질 것이다. (풍성해진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인가?) 여기다 한술 더 떠 이 책을 읽은 후에 “어떤 가요를 좋아하시던데 저도 고3 때 참 좋아했던 노랩니다” “제 18번이 조용필의 〈큐〉인데 어쩌고저쩌고…!!” 이 책을 사서 읽고 혹 아는 사람이 나오면 더 이상 말 안 하겠다. 뭔 말을 하려는지 눈치챘을 테니까! 언제부턴가 심리학자를 만나면 “심리학에 관한 책 한 권 추천해 주세요”라고 대화를 시작한다. 경제계에 있는 사람을 만나면 “경제에 관한 책 한 권…”, 의사를 만나면? 이종민을 만나면 “여기 술 마실 때 좋은 곳 좀…”, 술집 내비게이션이다.
한 줄로 줄이자. 인사말을 다양하게 하자, 똑같이 하지 말고.
- 전유성 (희극인)
백발이 성성한데 철이 덜 든 소년 같다. 동학백주년기념사업과 전주 한옥마을의 기반을 다진 문화기획자다. 겁나게 술과 음악을 좋아하는 쫀쫀한 에세이스트다. 강한 것 같은데 실은 흐물흐물하다. 취한 것 같은데 어느새 자고 있다. 자고 있는 것 같은데 다시 술잔을 들고 있다. 영문학자 이종민 선생이 이 세상에서 누구와 수작을 부렸고 무슨 일을 참견하면서 지냈는지 이 책을 읽어 보니 알겠다. 각각의 필자들은 강호의 고수들이고 이 고수들이 음악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호출하는 글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다. 사발통문을 돌려 그 소중한 것들을 이렇게 한자리에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이종민 선생의 강력한 에너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걸 좋아하고 그 사람들을 어울리게 하는 문화의 힘을 신뢰한다. 그렇게 생성된 힘을 세상에 돌려주고 종내는 멀찍이 물러앉아 고요히 즐기는 사람이다. 이 책은 그이가 평생 몸담았던 대학에서 정년퇴임을 앞두고 펴내는 기념문집이기를 거부한다. 끝이 아니라고, 이렇게 물러나지는 않겠다고,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하자고, 조근조근 우리를 부추기는 책이다. - 안도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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