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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주
가이아의어깨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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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 노트

Click 1 - 봄, 약속
그날, 소녀가 가려던 ‘끝’은 / 다시 쓸 수 있을까, 나도 / 첫사랑의 아이콘 / 약속 / 노랑을 보았다 / 찾았다, 기적! / 벚꽃, 지다 / 오후 세 시의 산책 / 상상의 테이블에서 / 존재의 아우성을 듣는 계절 / 슬픔 한 조각쯤 필요한 나이 / 휴아를 그리다 / 내가 간절해지는 순간 / 엄마의 계절 / 화려한 감옥 / 아껴먹던 막대사탕 같은 / 그의 이름은 / 동행 / 서둘지 않고 천천히

Click 2 - 여름, 풋것을 키우는 힘
세상의 모든 밥 / 카페 스플렌디드, 그곳에 가면 / 취향에 대하여 / 희망은 달개비처럼 / 영화가 소설처럼 읽혔다 / 풋것을 키우는 힘 / 이와힉의 레몬트리 / 꿈꾸는 섬 / 그 남자의 분노 / 무궁화에 대한 또 다른 썰 / Sorry! / 밤꽃 핀 날 /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 내 마음속의 황소 / 사라진 드론 / 키네신에게 미안해서라도 / 당근꽃처럼

Click 3 - 가을, 입안에 말을 가두는 시간
고수를 보았다 / 왼쪽이 취약한 이유 / 입안에 말을 가두는 시간 / 미쳐야 허락된다 / ‘타렉’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후스르흐가 필요한 시간 / 헤어짐이 영원한 것이 아닌 / 그녀가 봤던 바다는 / 불편한 진실 / Y의 매작과 / 꽈리를 잘 불던 그녀 / 그리운 이쁜이 / 모감주나무 아래서 / 결 / 식물의 쓸모 / 강의 심리 / 딱총나무를 보면 /그리운 알프레도 씨

Click 4 - 겨울, 기다림의 맛
날아다니는 꽃 / 고토부키쵸의 장미 / 새들의 아고라 / 구걸의 재구성 / 포구의 알리바이 / 캡슐 속의 고해 / 철 지난 크리스마스트리 / 캘커타의 샬림 / 기다림의 맛 / 그의 상처는 덧나지 않았을까 / 짙고 푸른 외로움 / 당당함에 대한 예의 / 신발에 대한 추억 / 탈출 / 누구에게나 한 번쯤 ‘순간’은 온다 / 죽음을 어떻게 말할까 / 예술은 무엇일까? / 11월의 숲에서 / 포기해야 할 것들 / 행운 예감

저자 소개 1

충주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수료했다. 2002년 『에세이문학』에 에세이가 당선되고, 2008년 『작가세계』 소설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펴낸 책으로 소설집 『빨대들』, 장편소설 『원동중 야구부』, 공학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공학이야기』, 에세이 작품집 『모든 날에 로그인』 등이 있으며, 다수의 에세이 및 소설 공저가 있다. 지금도 여전히 인적이 드문 오후 세 시의 산책을 즐기고, 일상에서 느낀 것들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튜브로 배운 홈베이킹에 심취해서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만든 빵으로 가족을 고문하는 취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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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20쪽 | 344g | 132*188*14mm
ISBN13
9791196683610

책 속으로

세상을 아직 더 많이 살아야 할 소녀에게 ‘끝’이란 것은 연필의 끝부분처럼 눈으로 확인될 수 있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자전거를 타고 ‘끝’을 찾아 내달렸을 것이다. 아마도 소녀는 그날 일을 계기로 어렴풋하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사는 일은 그처럼 시작과 끝을 수없이 경험하는 일이라는 것을…….
--- 「그날, 소녀가 가려던 ‘끝’은」 중에서

친구도 나도 알고 있었다. 이제 우리는 젊지 않다는 것을, 앞으로 아프지 않은 날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아질 거라는 것을, 우리의 ‘아픔’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한 과정이고 푸념처럼 서로의 아픔에 대해늘어놓는 건 같은 시간대를 공유한 우리가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위로의 한 방법이라는 것을.
--- 「찾았다, 기적!」 중에서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간 영화관 의자에 덩그러니 남아있어 본 사람은 안다. 천장의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난 뒤 깨닫는 현실이 영화보다 훨씬 더 비현실적일 때가 있다는 것을. 덕분에 감동적인 영화를 보고 난 얼마간은 세상의 날카로움에도 비교적 무디게 반응하게 된다.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현실을 보는 관점이 좀 부드러워진달까?
--- 「영화가 소설처럼 읽혔다」 중에서

카페에서 주문 즉시 내려주는 커피를 마실 때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건 있다. 그건 커피콩의 신선도와 바리스타의 기분 상태다. 특히 신선한 커피콩으로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주문까지 걸고 만들어 준 커피는 빛깔만 봐도 알 수 있다. 순전히 커피를 좋아하는 취향 덕분에 생긴 능력이 분명한 것 같다.
--- 「취향에 대하여」 중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배우를 찾아 일본에서 배낭을 메고 건너온 할머니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이었다.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위치를 격하시키거나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삶을 즐길 줄 아는 모습은 누가 뭐래도 멋지고 아름다웠다. 그날 나는 나이에 있어서만 고수가 아니라 인생의 진정한 고수를 만났다.
--- 「고수를 보았다」 중에서

왼발에서부터 어깨에 이르기까지 내 왼쪽을 취약하게 한 가해자는 화상 치료를 한 의사도 아니고, 나를 잠시 방치한 엄마도 아니고, 옆방에 하숙하던 교사도 아니었다. 나를 가해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무관심’이 분명했다. 공소시효는 없지만 그렇다고 구속할 수도 없는 무시무시한 그것 때문에 아마도 난 살아가는 내내 왼쪽이 불편할 것이다.
--- 「왼쪽이 취약한 이유」 중에서

중요한 건, 제대로 미치는 거다. 경찰의 체포와 탄압이 계속되어도 도시가 존재하는 한 결코 행위를 멈추지 않을 도시탐험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건 그들이 제대로 미친 것 같아서다. 뭔가에 미치기로 작정했으면 온전히 미치는 것, 행위에 대한 설득력은 그렇게도 얻어진다.
--- 「미쳐야 허락된다」 중에서

살아보겠다고 갖은 몸부림으로 대항했을 옥돔을 단순한 요리법으로 먹는다는 것은 결코 녀석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구이나 찜 말고 뭔가 근사한 요리로 녀석의 죽음을 애도해야 할 것 같은데, 딱히 떠오르는 요리법이 없었다. 그날 나는 저녁때까지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건 대체 무슨 요리를 해야 죽어서까지도 당당한 옥돔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지에 대한 거였다.
--- 「당당함에 대한 예의」 중에서

과학이 발전될수록 인간의 삶은 점점 더 편해지긴 할 것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처럼 늙지도 않고, 질병도 없이 영생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쁨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은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많아질수록 포기할 것 또한 많을 것 같아서다. 어쩌면 그 범주에는 익숙하고 친근해서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들이 대거 포함될 것만 같다.

--- 「포기해야 할 것들」 중에서

출판사 리뷰

작가 김형주는 영화관에서 〈러빙 빈센트〉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정작 마음에 남은 것은 고흐의 명작들보다는 편지에 남긴 말이라고 썼다.

-나는 내 예술로 사람들을 어루만지고 싶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마음이 깊은 사람이구나.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구나.‘


저자는 오랫동안 독자의 마음에 따뜻하게 남을 글을 쓰겠다고 결심했지만, 어느 순간 초심을 잃었다고 자책한다. 아마도 저자는 슬럼프에서 한동안 빠져나오지 못했던 것 같다. 그에 대한 심경은 저자의 글 많은 부분에 녹아있다. 특히 「다시 쓸 수 있을까, 나도」에서는 그와 같은 고민이 잘 나타나 있다. 저자는 눈에 생긴 이상 증상으로 안과에 갔다가 대기인원이 많아서 잠시 근처 도서관에 간다. 그리고 신착도서 서가에 있던 『다시 쓸 수 있을까』라는 책을 보게 된다.

‘77세에 글을 잃어버린 작가, 테오도르’란 부제가 붙은 그 책은 ‘정신적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어 작가의 생명이 끝날지도 모를 위기에 봉착한 테오도르 칼리파티데스가 인생의 후반기를 담담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저자가 그 책에 끌린 것은 일종의 동병상련에서였을 것이다.
대학병원을 한 달 이상 다녀도 낫지 않는 통증 때문에 유명 한방병원까지 찾은 저자는 근본적인 원인이 ‘스트레스’였다는 걸 알게 된다. 스트레스 때문에 호르몬의 이상이 생기고 몸의 장기에 염증이 생겼으며, 정신적 에너지까지 고갈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비문증까지 생겨버렸다.
하지만 저자처럼 정신적 에너지가 바닥났다던 테오도르는 그조차도 승화시켜서 『다시 쓸 수 있을까』를 썼다. 그건 곧 작가적 생명이 계속된다는 것을 뜻한다. 저자가 그걸 모를 리 없다. 그래서 더 책의 내용 금이 궁한 저자는 검사용 안약을 넣은 채 대기실에 앉아서 책을 본다. 그런 저자에게 간호사는 아픈 눈을 너무 혹사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그 말에 책을 덮던 저자는 뒤표지에 있는 다소 심오한 문장을 보게 된다.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도 후지게 쓰는 것이 두려웠다.

더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은 글을 쓰는 모든 작가의 바람일 것이다. 저자 또한 그에 대한 중압감에 병이 날 정도로 자책한다. 하지만 저자는 우연한 계기로 평정심을 되찾는다. 숲을 산책하거나 여행을 통해, 혹은 책과 영화를 통해 스스로 다독이고, 일종의‘새로서기’에 도전한 것이다. 저자가 특히 치유의 공간으로 꼽는 곳은 숲이다. 갈 때마다 비슷한듯하면서도 달리 보이는 숲은 다양한 생명이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전설처럼 내려오는 옛 북유럽의 마녀들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매년 하지가 되면 마녀들은 자정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로 마술약초를 꺾었다고 한다. 그녀들은 홀연히 나타난 양치식물을 꺾기도 했는데, 그것은 단 1초 동안만 씨를 달고 있는 신비의 식물이었다. 더구나 양치식물의 씨는 독특한 성분이 있어서 사람의 몸을 투명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덕분에 그걸 발견한 마녀는 투명인간이 되어 부자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물론 숲을 산책하는 저자의 눈에 마녀들에게만 보이는 신비의 양치식물이 보일 리는 없었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그건 전설이니까. 하지만 숲에 갈 때마다 새로운 걸 보고 느끼면서 적어도 마음을 짓누르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긴 했을 것이다.

아마도 저자는 당분간 숲에 로그인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만 같다. 테오도르가 그랬듯이 이번에 출간된 『모든 날에 로그인』을 통해서 저자의 작가적 생명도 연장될 것이다. 어쩌면 과거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한 권의 책이 힘든 일상을 견디는 이들에겐 상처를 치유하는‘마법의 약’이 되고, 좌절감을 딛고 당당히‘새로서기’에 도전하는 이들에겐 응원의 메시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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