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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어린 시민군

오월의 어린 시민군

[ 컬러 ] 스콜라 어린이 문고-34이동
리뷰 총점9.6 리뷰 21건 | 판매지수 1,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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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5월 18일
판형 컬러?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312g | 162*207*11mm
ISBN13 9788962472707
ISBN10 8962472708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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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은 먹통이 됐다.
“방송이 제대로 말을 안 한디 사람들이 가만 있겄어?”
찬호 엄마는 그제야 어질러진 상을 치웠다. 찬호는 텔레비전 코드는 뽑고 엄마를 거들었다.
“내일 신문에 나오겄재.”
찬호 아빠도 빈 그릇을 한데 모으며 혼잣말을 했다. 찬호랑 현조는 급하게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마지막 날은 같이 자자고 했던 약속도 잊어버린 채. 결국 이별 선물은 고사하고,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제대로 된 송별식을 하지 못했다.
--- p.48

“이런 신문 필요 없다고. 봐라, 어제 있었던 일이 하나라도 나왔는지. 맞고 다친 사람 때문에 병원이 만원인데 죄다 하하호호.”
아저씨는 휘리릭 신문을 넘겨 보여 주고는 패대기를 쳤다. 찬호는 꼭 자신이 짓밟히는 것 같아서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신문은 진실을 밝혀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너도 잘 알아 둬!”
--- p.68

“민주주의는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것이었구나.”
현조가 벽보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긍게 지금이 제일 자유로운 때라고 어른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디, 차도 못 다니는디 뭐가 좋은 건지 난 잘 모르겄어.”
찬호도 현조 옆에서 벽보에 적힌 글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맞장구쳤다.
“나도 잘 모르겠어. 이건 슬픈 거지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아.”
--- p.118

“느그들 일을 건성건성 대충 하는 건덕굴인지 알았더니만 제법이드라.”
큰누나가 찬호와 현조 칭찬을 했다.
“그야 누나가 우리를 띄엄띄엄 알았던 거재. 인제 우리 무시 안 할 거재?”
마루에 엎드려 있던 찬호가 일어났다. 힘을 주고 글씨를 쓰느라 팔 안쪽에 마루 나뭇결이 도장처럼 박혔다.
“너희가 신고한 사람들 다이너마이트 들고 들어가다 딱 걸렸다는디. 그동안 사람들에게 이상한 말도 퍼뜨리고 다녔고. 도청뿐만 아니라 중요한 건물들 다 폭파하고 시민들한테 뒤집어씌우려고 작전을 다 짜 놨더래.”
큰누나가 몸을 부르르 떨고는 또 한 번 찬호랑 현조를 칭찬했다.
--- p.133

“그래, 니 말이 맞다. 약속을 안 지킨 놈들이 나쁘재. 무고한 시민들을 죽인 군인들이 우리를 개돼지 취급한다 해도 이번에는 절대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여.”
아저씨는 찬호의 말에 맞장구친 뒤, 곧바로 주먹을 치켜들고 우렁차게 외쳤다.
“힘을 합쳐 싸웁시다!”
찬호와 현조, 재경이가 동시에 박수를 쳤다.
“그럼,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재.”
누군가 걸걸한 목소리로 호응을 했다.
“한 번 당했으믄 됐재, 또 당하믄 바보재.”
그러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주눅이 든 것처럼 축 처져 있던 조금 전과는 달리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사람들은 우선 까치고개에 바리케이드를 쳐 우리 동네를 스스로 지키기로 했다.
--- p.146

현조는 전학 간 학교에서 그동안 광주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호기심에 모여들었던 아이들은 고개만 저을 뿐 아무도 현조 말을 믿지 않았다. 현조는 더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아이들은 현조를 더 멀리했고, 나중에는 선생님까지 나서서 문제아 취급을 했다. 선생님은 쓸데없는 말을 지어내면 안 된다고 현조를 나무랐고, 유언비어를 퍼뜨린 죄로 잡혀갈 수도 있다고 입단속을 했다. 현조는 점점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밖에 나가지도 않았다.
--- p.162

“혼자도 괜찮겄지? 잘 갔다 와.”
찬호는 작은누나의 배웅을 받으며 대문을 나섰다. 시멘트 틈에서 돋아난 질경이도 인사하듯 흔들렸다. 수없이 밟히고 짓이겨도 죽지 않고 겨울을 이겨 낸 질경이가 살아 있음을 확인하는 몸짓 같았다.
“그 사람들 몫까지 우리가 더 잘 살믄 된다.”
울고 있는 찬호에게 큰누나가 했던 말이 자꾸 맴돌았다. 아프다는 현조에게 찬호가 꼭 전하고 싶은 말이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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