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일까.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걸어가는 광경이 익숙해진 것은.
칠이 벗겨진 분홍색 손톱이 스마트폰 위에서 현란하게 움직인다.
정장을 입은 남자의 손이 분주하게 문자를 입력한다.
「 아르바이트 너무 따분해. 」
「 다들 이거 좀 봐. 엄청 재밌어. 크크. 」
「 과장 짜증 나. 죽었으면 좋겠어. 」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감정이 글자가 되어 거리에 넘쳐흘렀다.
(중략)
익명 대국이라 불리는 이 나라의 SNS 익명 이용자의 비율은 70%.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유독 높은 편이다. 이에 따른 SNS, 인터넷과 관련된 문제가 증가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끊이지 않는다. --- p.12~13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하얀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욕조에 기댄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샤워기를 틀어 놓은 욕조의 선홍빛 물속에는 그녀의 왼손이 잠겨 있었다. 쇳내 비스름한 냄새가 진동했다. 점점 넘쳐흐르는 물이 마치 잠을 자는 듯한 사나다 고즈에의 원피스를 새빨갛게 물들였다.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 둔 스마트폰은 방금까지 그녀가 살아 있었음을 알려 주는 듯했다.
반조 와타루 경부는 경시청 지하를 걷고 있었다. 어두침침하고 정적이 감도는 복도의 방을 여러 개 지나 발길을 멈춘 곳 출입문에는 「경시청 ‘손가락 살인’ 대책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무도 없는 그 방으로 들어간 반조는 들고 있던 상자를 거칠게 책상에 내려놓았다. --- p.16
미쓰히로는 고즈에의 SNS에 달린 댓글을 인쇄한 종이를 가방에서 한 무더기 꺼냈다.
“「죽어.」, 「사라져.」, 「못생긴 게 유세 떨지 마.」……. 전국에서 고즈에한테 이렇게나 많은 악담을 퍼부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사건이 아니란 말입니까? 고즈에는 이 사람들한테……. 익명성 뒤에 숨은 이런 비겁한 놈들한테 살해당한 겁니다!”
“어떤 말씀이신지 뼈저리게 통감합니다. 다만…….”
고시가야가 여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절대 용서 못 합니다!”
사쿠라가 감정을 고스란히 내뱉었다.
“이런 게 그야말로 손가락 살인입니다. 저희가 이 악랄한 범인들을 반드시 체포하겠습니다!”
사쿠라는 부부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 p.22~23
“……저도……, 제 과오로……, 후배 형사를……, 파트너를 잃은 경험이 있습니다.”
살포시 정적을 깨뜨린 사람은 반조였다.
한마디씩 신중히 골라 가며 말하는 그의 입술은 파르르 떨렸다.
“저도 자책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리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때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던 부부의 눈동자는 반조를 향했고, 그의 목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였다.
“……저한테 죄가 있다고 해서, 상대에게 죄를 물을 권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 p.45~46
손가락살인대책실에는 무거운 분위기가 흘렀다.
“……어떻게 정보가 샌 거지?”
“이건 경찰만 아는 정보인데…….”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똑같은 의문을 품었다.
“작성자 이름은…….”
시노미야가 화면을 내렸다.
어나니머스.
반조는 물어뜯을 듯한 눈빛으로 그 익명의 이름을 노려보았다. --- p.63
인터넷에는 아리사를 응원하는 글이 수십 건 이상 올라와 있었다. 아리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나하나 집중해서 읽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는 지울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의 미래는 얼마든지 새로 그려 나갈 수 있어요.”
반조는 아리사와 쇼헤이의 눈동자를 응시하며 말했다. --- p.104
반조는 어스름하고 지저분한 폐창고 안에서 뛰어가고 있었다.
파트너 구라키 세나를 찾고 있었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전방의 층계참에서 그녀의 모습을 발견했다. 구라키는 권총을 겨누고 있었다.
“구라키…….”
반조가 내뱉은 그 말은 소리가 되기 전에 입 안에서 사라졌다.
구라키가 권총을 겨눈 곳을 따라가 보니, 그 끝에 있는 용의자 역시 구라키를 권총으로 겨누고 있었다.
반조가 구라키에게 다가가려고 한 걸음 내디딘 순간,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양쪽 다 가슴에 총을 맞았다.
--- p.185~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