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전체 국민의 90% 이상이 도시에 사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인구밀도 1위에서 10위에 해당하는 도시가 모두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도시이다. 이런 점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도시인구 집중비율, 그중에서도 수도권 집중비율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도시 기준은 인구 5만 명 이상 모여 사는 지역으로서, 그곳에 사는 경제인구의 50% 이상이 일차 산업이 아닌 이차 산업이나 삼차 산업에 종사하는 지역을 도시라고 정의한다. 도시는 나라에 따라 그 기준이 다르지만, 공통적인 것은 많은 사람이 모여 살면서 경제활동을 하는 공간이라고 하는 점이다.
수도권과 같이 많은 사람이 도시에 몰려 살게 되면 도시에서는 사회, 문화, 경제,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도시는 농촌과 비교해 어두운 곳과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자연환경이 좋은 농촌보다는 항상 경쟁과 다툼이 있는 도시에 사는 것을 선호한다. 도시가 주는 역동성과 기회 요인이 도시가 가진 부정적인 면을 상쇄시키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시는 도시 자체만으로는 유지되기가 어렵다. 도시 외곽의 농촌 지역에서 생산하는 곡식과 물, 에너지가 공급되지 않으면 도시는 하루아침에 허물어지는 모래성과 같다. 도시는 태생부터 농촌과 자연환경에 종속되어 살아가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출발하였다. 그래서 생태학자들은 도시를 농촌과 자연에 종속된 생태계라고 부른다.
하지만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도시가 자연과 농촌에 종속된 생태계라고 하는 점을 종종 잊고 살아간다. 그래서 음식과 물, 에너지를 과소비하기도 한다. 이런 과소비는 도시를 넘어 자연과 농촌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 미세먼지 문제, 폐기물 문제는 도시가 일으킨 대표적인 문제들이다.
결국, 도시문제는 지구가 가진 여러 가지 문제의 기본일 수 있다. 그래서 도시문제 해결이 지구문제 해결의 지름길이다. 도시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이 있다. 대표적인 분이 이 책을 쓴 제종길 박사이다. 제 박사의 원래 전공은 해양생태학이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서 해양생태학은 매우 중요한 기초과학 분야다.
하지만 이 분야 전공자가 매우 드물다. 그러다 보니 제 박사는 해양생태학자에서 환경운동가로, 그 이후 국회의원으로, 경기도 안산시의 시장으로, 한국생태관광협회 회장으로 계속 활동의 폭을 넓혀 왔다. 이런 활동의 핵심에는 항상 환경문제가 있었다. 특히 도시환경문제와 그 해결방법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었다.
도시는 사람이 만드는 천국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도시는 암울하고 답답한 다양한 문제들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 도시에는 사람들이 기대고 힘을 모아 살아가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도 있다. 내가 살아가는 도시를 우리가 모두 행복한 도시로 만들어가는 일은 큰 보람이 있는 일이다. 제 박사는 국회의원과 시장, 다양한 사회단체장을 지내는 바쁜 와중에서도 새벽마다 도시를 더욱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정리하고 고민했다. 그 결과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환경, 안전, 공공의료, 정보화, 일자리, 사람 중심, 문화, 예술, 건축, 대중교통, 도시재생, 자치분권, 축제, 스포츠, 생태관광, 어메니티, 도시농업, 사회적 자본, 물과 에너지, 폐기물, 음식, 지속가능발전, 환경교육, 도시숲, 생태계서비스, 기후변화, 도시공원, 그린 뉴딜, 보호지역, 폭염, 환경도시, 스마트도시, 생태도시, 걷기 좋은 도시, 포용도시, 창조도시, 책의 도시, 녹색도시, 친환경도시, 숲의 도시, 국립공원도시 등 아마도 지금 현재 우리가 고민하는 도시문제 대부분이 이 책에 백과사전처럼 담겨있는 것 같다.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시장들이 이런 고민을 하고 살아가지는 않겠지만, 안산시장을 지낸 제종길 박사의 고민과 학습량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이 책은 우리나라 도시 행정을 하는 분들이 한 번은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생각된다. 또한, 도시문제와 환경문제를 고민하는 시민들도 꼭 읽어보도록 강력하게 추천해 드린다.
- 오충현 (동국대학교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생태분과위원장)
도시의 시대를 함께 헤쳐나가면서
도시는 거대한 담론이고 화두다. 도시를 운영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안다. 최근 지방정부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에 관계를 맺고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다른 도시, 다른 국가의 도시들과도 교류하는 등 마치 작은 국가와 같이 돌아간다.
그 속사정을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미지의 세계와도 같다. 그래서 도시가 매력적이다. 한국에서는 도시인구가 90%를 넘어섰기 때문에 도시 문제는 절대 주제이다. 도시정책을 잘 세우고 실행하느냐가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 그래도 도시의 속성을 제대로 알려고 든다면 무지하거나 욕심이 너무 많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제종길 박사는 후자에 가깝다.
학자이자 시장 경험도 해본 사람이라 무지하다고는 할 수 없다. 도시에 관한 공부가 부족하다고 늘 말하곤 하면서 신문 연재를 한다는 이야긴 들었다. 매주 한 번씩 도시를 주제로 연재한다는 것은 해본 사람이라면 다 아는 피 말리는 노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그것도 장장 90회에 걸쳐서 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다. 제종길 박사의 성실성과 인내심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새삼 확인하게 된다. 이 점이 이 책을 쓸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가 될 것이다.
굳이 두 번째 이유를 들자면 제 박사는 안산시장으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을 역임했을 뿐 아니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사무총장을 역임하면서 느낀 아쉬움과 경험이 그를 도시라는 주제에 더 집착하게 만든 것 같다. 협의회는 전국에서 온갖 민원이 다 올라오는 곳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직접 해결하고 중앙정부의 여러 부서와 조정했으니 책의 각 주제를 다른 사람보다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방자치를 시행하는 국가지만 아직 말뿐이지 중앙정부에 크게 예속되어 있다. 특히 재정문제가 그렇다. 나아지기는 커녕 전혀 개선이 되지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공약인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도 7: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처지에서는 답답함이 컸을 것이고, 여기서 얻은 정보를 다른 사람들 - 정책결정자와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본다면 주제별로 정리한 것이 학습하기에는 좋은 체계인 같다.
세 번째는 그가 환경 분야의 전문가라는 거다. 그는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학문연구와 사회활동을 병행해왔다. 국회의원일 때도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만 4년을 했다. 그다운 뚝심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어떤 주제에서도 ‘풀과 나무’ 냄새가 난다. 그가 7년 전 안산시장 재직 때 ‘숲의 도시’를 하고 싶다고 할 때만 해도 산업도시에서 “왜지?” 하는 의구심이 있었는데 이젠 알겠다.
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어야 하고 새 도시의 브랜드도 필요하니 ‘숲의 도시’인 것이었다. ‘숲의 도시’를 도시의 비전으로 삼으면서 그가 이룬 성과가 많다. 나무를 심어 폭염 일수를 줄인 것을 비롯하여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안산 에너지 비전 2030’도 그다운 것이지만 도시계획을 다시 정비하고 대부도에 도시가스를 넣은 것 등등. 그를 보면 환경학자 시장이 시대에도 딱 맞는 것 같았다.
책은 도시를 운영해본 사람이라면 꼭 알아 두어야 할 일들을 주제로 삼았다. 각 주제를 새로 학습하는 사람처럼 주제의 정의에서부터 활용범위와 국내외 사례 등등. 학습을 위한 치열한 노력이 그의 도시 안산 사랑에서 비롯된 것을 너무나 잘 알 것 같다. 도시의 시대에 전국의 기초자치단체장을 비롯한 도시에 관심을 가진 모든 분에게 꼭 권하고 싶다. 그의 도시와 자연 사랑을 성원하면서 자치분권 운동을 함께한 동료들이 축하를 보낸다.
- 이해식 (전 서울 강동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