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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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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26g | 153*224*17mm
ISBN13 9791160870930
ISBN10 116087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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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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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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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는 짙푸른 색깔로 물든 5월의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어지러운 시절과 어울리지 않는 풍경이라고. 이런 시절에는 낙엽이 찬바람에 밀려 싸늘한 땅바닥을 뒹구는 풍경이 어울린다고. 지혜는 양옆에 걸려 있는 연구동들과 바닥에 깔린 아스팔트를 잘라내면 뛰어난 화질을 자랑하는 디스플레이나 모니터의 광고에 그대로 등장시켜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 같은, 몽롱할 정도로 선명한 풍경을 보며 생각했다. 지금 서 있는 구름다리의 통유리가 커다란 모니터이고 통유리 너머의 바깥세상 전체가 연출해서 만든 동영상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층층이 쌓인 녹음(綠陰)의 물결 안팎에 펼쳐진 아수라장이 눈을 뜨고 조금 있으면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질 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보름 가까이 직접 목격하거나 모니터를 통해 본 믿기 힘든 광경들이, 현실에서 벌어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처참한 일들이 떠올랐다. 몸에 다시금 소름이 돋았다. 온몸이, 그리고 ‘SUM’이 위쪽에, ‘TECH’이 아래쪽에 배치된 타원형 형태로 ‘SUM TECH’이라는 학교 이름이 등에 새겨진 진청색 후드점퍼의 주머니에 찔러 넣은 두 손이 또다시 식은땀에 젖었다. 그러나 학교를 둘러싼 산들을 뒤덮은 싱그러운 나뭇잎들은 지혜가 느끼는 섬뜩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 p.6

지혜는 상민에게 약속한 대로 얼른 중앙조정실로 돌아가 CCTV 카메라가 포착해서 전송하는 교내 곳곳의 모습을 둘러봤다. 신경 써야 할 일은 많고도 많았지만 이것부터 마무리해야 다른 일이 손에 잡힐 것 같았다. 감송대를 제외한 캠퍼스의 다른 곳들은 평소처럼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다. 모니터 여러 개에 뜬, 감송대 방향으로 설치된 CCTV들이 전송한 화면은 굴착기를 운전해 땅을 파는 짝과 옆에서 대기하는 홀과 그들이 작업을 마칠 때까지 시트에 감긴 채로 얌전히 기다리는 상민을 보여줬다. 그런데 화면에 뜬 것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화면은 짝과 홀이 얼마 전에 마친 작업의 흔적도 보여줬다. 며칠 전에 짝과 홀은 지독히도 사무적인 목소리로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 떼가 감송대를 파헤쳤다고 보고했었다.
--- p.16

1번 승객이 천천히 고개를 든 것은 꽤 많은 사람이 내린 역을 막 출발했을 때였다. 환승역을 지났을 때에 비하면 차량이 많이 한산해졌을 때 고개를 든 1번 승객의 안색은 유달리 어두웠고 입에서는 침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1번 승객이 앉은 좌석 오른쪽의 출입문에는 젊은 여성 승객이 서 있었는데, 휴대폰에 몰두해 있던 여성이 이상한 낌새에 고개를 든 순간 여성과 1번 승객의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화면 속의 여성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에서 짐작되듯 1번 승객의 눈빛은 평범한 사람의 그것이 아닌 먹잇감을 노리는 짐승의 그것이었다.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른 여성은 사색이 돼서는 바들바들 떨며 풀썩 주저앉았다. 그러자 엉거주춤 일어난 1번 승객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그런데 긴박해 보이는 상황하고는 영 어울리지 않는 엉거주춤한 동작으로 이제는 비명도 제대로 못 지르는 여성에게 덤벼들었다. 화면으로 보기에도 1번 승객은 여성의 목을 제대로 물어뜯은 게 분명했다. 여성의 목에서 분수처럼 쏟아져 나온 핏줄기가 차량 내부와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적셨기 때문이다. 1번 승객은 여성의 경동맥을 정확하게 물어뜯은 듯했다.
--- p.20

두 사람이 있는 농구 코트 크기의 휴머노이드 실험실 저 안쪽에는 짝과 홀이 눈을 크게 뜨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휴머노이드 공개를 앞두고 혹시나 있을지 모를 실험실 공개에 대비해 실험실을 정리하면서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데 사용하는 각종 장비와 재료를 정리한다고 정리해놓았지만 그렇게 만들어낸 질서들은 하나로 모아놓자 묘한 무질서를 연출해냈다. 짝과 홀은 그런 무질서의 건너편에서 지혜를 보고서도 눈썹 한 올도 까딱이지 않았다. 둘의 옆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에는 각종 이미지들이 인간의 능력으로는 파악할 길이 없는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떠올랐다가 다음 이미지에 밀려 사라지고 있어서 무슨 이미지가 나타났다 사라졌는지는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었다. 그 이미지들은 전용 프로그램을 써서 재생한 유튜브 동영상이었는데, 몇 배속인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재생되는 동영상들은 재생과 동시에 짝과 홀의 데이터 저장공간에 차곡차곡 쌓여 머신러닝의 자료가 될 터였다.
--- p.41

“오늘 로비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해보세요. 끔찍한 일을 떠올리시라고 말씀드리는 게 좀 그렇기는 하지만 제 설명을 이해하시려면 어쩔 도리가 없어요. 우리가 본 최초의 산송장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산송장에게 공격을 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 사람들은 우리와 같은 공간에서 같이 생활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첨단공학 분야에 뛰어들어 오랫동안 공부하고 연구해온 누구보다도 이성적인 사람들이었고요.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산송장에게 물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불과 1, 2분 만에 이성이라고는 없는 듯 보이는 또 다른 산송장으로 변하는 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여러분이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말을 믿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모두가 봤잖아요. 한두 명도 아니고 몇백 명이 그렇게 되는 것을요. 불과 몇 분 사이에 그 많은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려면 그 짧은 시간에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존재가 개입했다고 보는 게 타당한데, 제가 아는 한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존재는 바이러스나 세균 같은 병원체밖에 없어요.”
--- p.103

“그런 질병은 이미 존재해요.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는 페스트의 감염경로가 그래요. 페스트의 주된 감염경로는 쥐에 기생하는 벼룩이 사람을 물었을 때 페스트균이 체내에 침투하는 거예요. 또 다른 감염경로는 공중에 떠다니는 환자의 비말이 기도를 통해 체내에 침투하는 거고요. 기도를 통한 감염은 상대적으로 드문 편이기는 하지만요. 어쨌든 인간을 산송장으로 만드는 병원체가 기도 감염을 통해서도 전염된다고 가정하면, 또 혈액을 통한 감염이 잠복기가 무척 짧은 데 비해 기도 감염의 잠복기는 무척 길다고 가정하면, 그 세 명이 누군가에게 물려 산송장이 된 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기도 감염을 통해 병에 걸린 상태로 학교로 돌아왔다가 잠복기가 지난 후에 산송장이 됐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어요. 이 결론은 세 사람이 거의 동시에 산송장으로 변한 이유도 그럴듯하게 설명해줘요. 기도 감염으로 감염된 경우의 잠복기에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게 해주고요. 휴머노이드가 촬영한 열화상이미지에서 두 사람의 체온은 32도 안팎이었어요.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체온이지만 두 사람은 병색이 뚜렷하다는 점을 제외하면 정상인과 달라 보이지 않았어요. 이건 잠복기 동안에는 신진대사 속도가 떨어지는데도 감염된 사람이 그걸 느끼지 못하고 평상시처럼 활동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해요. 그러다가 잠복기가 끝나는 순간 뇌의 기능 대부분이 급격히 정지되는 거죠.”
--- p.105

상민은 짝과 홀을 낮은 소리로 불렀다.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 짝을 오른쪽에, 홀을 왼쪽에 세운 상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의 눈이 상민에게 고정됐다. 멍하니 있던 지혜조차 상민을 올려다봤는데, 지금 보이는 상민은 여태껏 봐왔던 모습하고는 생판 다른 사람이었다. “받아들이기 힘든 얘기를 들은 충격이 무척 크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길어야 2주일이라는 채송화 씨의 설명을 믿고 싶지는 않지만 딱히 반박할 방법도 없어서 유감입니다. 그러나 슬픈 일이기는 하지만 마냥 슬픔에 젖어 있을 수만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와 같은 심정이실 여러분께 확인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앞으로 2주일을 어떻게 보내실 건가요?”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몰라 의아하다는 눈길을 던지고 있었다. 상민은 벽에 걸린 시계로 눈을 돌렸다. “여러분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내놓으려고 합니다. 학교에 남으시던지 내일 학교를 떠나든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해 주십시오. 벌써 오후 4시가 됐네요. 두어 시간 있으면 해가 질 테니 학교를 떠나기로 결정하신 분들에게 당장 학교를 떠나라는 말씀은 드리지 않겠습니다. 내일 날이 밝은 뒤에 학교를 떠나주십시오.”
--- p.115

그렇게 사람들은 자신이 나선 인생이라는 여행에는 반드시 종착지가 있다는 것과 언젠가는 그 종착지에 다다를 것이라는 생각을 거의 안 하면서 살아간다. 전자시계의 숫자가 바뀔 때마다 종착지에 꾸준히 가까워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득히 멀리 있을 거라고만 생각하던 종착지가 땅에서 솟아난 듯 떡하니 눈앞에 나타나면 그때서야 지나온 여정과 남은 여행길을 이전과는 생판 다른 눈으로 보게 된다. 자신을 종착지까지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보내는 일분일초를, 직전까지만 해도 펑펑 써대도 마르지 않을 화수분이라고 생각하던 시간을 천금보다 더 소중한 것으로 느끼게 된다. 인생이라는 모래시계에서 줄곧 떨어지는 것이 하찮은 모래알이 아니라 귀중한 다이아몬드라는 것을 깨닫는다.
--- p.120

놈은 로봇들에게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명령도 따르라고 지시했다. 그렇지만 로봇들이 모든 명령을 다 순순히 따르지는 않을 거라는 점을 똑똑히 밝혔다. 놈은 로봇들이 인간들이 처해있는 현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다고, 앞으로는 로봇들이 나박과 자신이 설정해놓은 경계선을 넘는 명령은 전체적인 상황을 고려하고 자체적으로 판단해 그 명령에 따를지 말지를 결정할 거라고 했다. 놈이 인환에게 로봇들을 향해 “내가 여기에서 탈출할 수 있게 도와줘”라고 명령해보라고 시켰다. 인환이라는 놈은 교내 벤처로 대박을 낼 기회가 날아갔는데도 뭐가 그렇게 좋은지 하라는 대로 했다. 현상민이하고 오랫동안 붙어 다니던 인환이 놈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명령을 내리자 로봇들은 “죄송하지만 그 명령에는 따를 수 없습니다”라고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결국 나박과 현상민이 놈을 제외한 사람들에게 로봇들은 잔심부름이나 하는 심부름꾼에 불과하다. 이놈들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일등공신이라 할 나는 결국에는 이놈들에게 잔심부름밖에는 시키지 못하는 처지가 됐다.
--- p.150

짝과 홀이 내딛은 첫걸음을 본 개발팀 사람들이 갓난아기가 뗀 첫걸음을 본 부모처럼 감격하며 박수를 보낸 것은 걸음을 내딛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동작인지를 제대로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산송장은 인간과 다른 존재라고 보는 것은 그들의 걸음걸이가 인간의 그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간처럼 걷지 못하고 몸을 놀리지 못한다. 인간은 진화가 이뤄낸 산물인 안정적인 걸음을 걸을 수 있는 존재이지만, 그들은 그런 걸음을 걷지 못하는 퇴화된 존재다. 인간이 까마득한 세월을 거치면서 익힌 몸놀림을 불과 1, 2분 만에 잃어버린 존재다. 파이프를 휘두를 때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짝이 계속 지적한다. 몸에서 힘을 빼는 것의 중요성은 잘 안다. 힘이 들어가면 몸이 경직되고 몸이 경직되면 파이프에 힘을 제대로 실을 수 없고 그래서 상대에게 가하기를 원하는 만큼의 충격을 줄 수가 없다. 인간 스승이라면 요령도 피우고 한눈도 팔 텐데 휴머노이드 스승은 초지일관 진지한 얼굴로 무술을 가르치는 데에만 집중한다. 제자가 자기 같은 휴머노이드가 아닌 인간이라는 사실은 눈곱만치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휴머노이드니까.
--- p.187

그런데 사람은 절박한 처지에서 한 간절한 간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서운 존재로 변하고는 한다. 산송장보다 더 무서운 존재로. 산송장과 달리 사람은 머리를 쓴다. 이 아비규환 속에서도 온갖 수완을 발휘하며 악착같이 살아남은 끝에 우리를 찾아왔으나 성벽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당한 사람들은 죽더라도 간절한 요청을 받아주지 않은 데 대한 앙갚음은 하고 죽겠다는 심정으로 우리를 괴롭히겠다고 작정한다. 창경궁 근처 주유소에 세워진 대형 유조차를 몰고 전속력으로 달려와 성벽을 들이받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러면서 일어난 폭발로 부하를 다섯 명이나 잃은 데다 뚫린 성벽을 급히 보수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따져보면 성벽을 구축한 이후로 산송장에게 당한 피해보다 사람에게 당한 피해가 더 크다. 그분들의 뜻에 따른 세상을 이룩하는 과정이 험난할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바는 아니다. 그저 그 좋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먼저 떠난 전우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플 뿐이다. 그래도 우리는 뚜벅뚜벅 그분들의 뜻을 펼쳐나가야 한다.
--- p.226

혜지가 눈을 뜨기 전까지만 해도 하늘을 겨냥한 거대한 천체망원경이 설치된 천문대에는 침묵만이 가득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천체망원경 옆의 사무용 공간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설치한 임시 실험실에 빼곡하게 설치된 기계들이 내는 윙윙거리고 끽끽거리는 소음이 침묵의 성벽을 조금씩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산봉우리 몇 개 너머에서 보내온 지시에 따라 장비들이 하나둘씩 가동되면서 성벽의 균열은 조금씩 커져갔다. 각양각색의 장비들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연달아 가동에 들어갔다 멈추기를 거듭한 끝에 용의 눈동자에 점을 찍는 것처럼 마지막 전기가 공급되면서 모든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하자 혜지가 눈을 떴다. 그렇게 혜지의 전원이 켜지고 몸 곳곳에 설치된 장비에 혈액 같은 전기가 공급되며 가동이 시작됐을 때 혜지의 중앙처리장치에는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다음의 문장이 떠올랐다. “SUM, 나는 존재한다.”
--- p.261

드론에서 막 내린 자신에게로 거울 속에서 보던 인물이 다가오는 것을 본 지혜는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산송장이 창궐한 세상도, 무리를 이뤄 캠퍼스로 행군해오는 산송장을 피해 오른 도망길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는 판국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의 마중을 받는 현실은 더더욱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앞서 일어난 일들이 모두 현실이었던 것처럼 이 광경 역시 싸늘한 현실의 일부라는 깨달음이 서서히 지혜의 뇌를 채웠다. 짝과 홀에게서 자율비행 기능이 있는 드론을 타고 천문대에 도착하면 다른 휴머노이드가 맞아줄 거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게 바로 나와 똑같은 모습의 휴머노이드라니. 분노가 불끈 치밀어 올랐다. 눈앞에 있는 이 휴머노이드는 상민의 작품이었을 게 분명했다. 나도 모르게 이런 짓을 하다니. 나한테 알리지도 않고 큰 눈망울과 수줍게 웃을 때 살짝 패는 보조개까지 나를 쏙 빼닮은 휴머노이드를 만들다니.
--- p.265

지혜는 드론이 더 떨어지기 전에 다시 몸을 날려야 한다는 것을 잘 알았고, 지혜의 몸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알아서 다시금 드론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물론 드론은 콘크리트 바닥처럼 지혜의 몸을 딴딴하게 받쳐주지 못했기 때문에 생각만큼 높이 도약을 하지는 못했지만 지혜가 두 손으로 4층 구름다리 지붕의 난간 위쪽 철봉을 붙잡는 데 성공하게는 해줬다. 고리로 팔목에 연결된 스팅어가 난간과 연신 부딪히며 시끄러운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그치자 이번에는 땅바닥에서 나는 소리가 지혜의 온몸을 더듬으며 휘감고 올라와 귀로 파고들었다. 산송장이 연신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나는 소리와 추락한 산송장들이 바닥을 기어 다니는 소리와 그러면서 내는 괴성이 마구 뒤엉킨 소리였다. 듣는 사람의 신경을 마구 찔러대는 그 소리에 기가 죽어 힘이 빠진 탓인지 아니면 수평 철봉이 미끄러운 탓인지 지혜는 철봉을 놓쳤다. 다행히 혜지가 드론을 조종해 지혜의 발밑에 갖다 놓은 덕에 수직 창살을 붙잡는 데 성공한 지혜는 추락을 면하고는 혼신의 힘을 다해 난간을 올라갈 수 있었다.
--- p.335

지혜는 혜지를 통해 수례와 대화를 할 수도 있었지만 저들과 대화를 하는 것이 가능할 것 같지도 않았고 말을 섞는 것조차 싫었다. 지혜는 혜지에게 그만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그 순간 수례는 어리석은 것들에게 영생을 줬는데도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는 성스러운 전당을 더럽히는 불경죄를 저질렀다고 산송장들에게 일갈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영생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고 영생이 필요한 자들은 벙커 밖에 있으니 저 바깥으로 나가라며 입에서 불을 내뿜고 있었다. 벙커 출입문에 도착한 혜지는 출입문 조작시스템에 접속해 벙커의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문이 닫히기 직전에 문틈으로 신호를 보내 디퓨저의 기능을 정지시키고 유리벽 앞을 계속 선회하던 드론을 수례를 향해 비행시켰다. 드론에 장착된 폭탄의 폭발 강도를 조정해놨기 때문에 드론이 일으킨 폭발은 기껏해야 유리벽을 무너뜨릴 정도였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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