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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맑음

제주는 맑음

: 두 달,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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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18*188*20mm
ISBN13 9791167470362
ISBN10 1167470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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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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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을 위한 거예요,
디자인을 하고 싶은 거예요?”
.
.
분명 예상했던 질문이었는데, 아주 날카로운 질문이라 마음이 움찔댔다. 이런 질문을 들으려고 어제저녁, 제주에서 날아온 게 아닌데.
나는 북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다. 작가라는 호칭만큼이나 디자이너라는 호칭이 탐났다. 책의 얼굴을 디자인한다니, 상상만으로도 너무 멋진 일이다.
어렵게 기회를 얻은 서울 출판 예비학교(SBI)출판 디자이너 과정 면접장에서 내가 만든 책을 포트폴리오로 제출했다. 책은 당연히 창작의 느낌이 짙은 독립 출판물이었다. 나의 자유로운 생각이 글과 그림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상업적인 목적이 전혀 없는 책이었다. 나의 갈망과는 조금 다른 접근이었을까. 면접관들은 책을 빠르게 돌려보더니 그다지 나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고 앞 장에 적은 정곡을 찌르는 물음만 돌아왔다.
두 번째 책은 그렇게 쓰였다. 실패를 해도, 비가 쏟아져도 괜찮았던 제주에서의 쉼이 아직도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도전마저 두려운 이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와 희망을 주길 바라본다.
--- 「프롤로그」 중에서

처음 당근을 깎던 날이었다. 휴무 날에 여행하면서 그림을 그렸냐는 질문을 시작으로 드로잉 여행 이야기가 오고 갔다. 제주에서 그릴 것이 바다뿐이라는 내 말에 매니저님은 이렇게 대답하셨다.

“처음엔 바다만 보이지,
그런데 자꾸 보다 보면 다른 것도 보여.”

각자의 제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는 걸까. 그 다른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제주에 좀 더 오래 머물고 싶어졌다.
--- 「당근 깎는 날」 중에서

처음 느끼는 느낌이었다. 파도는 늘 내 앞으로 다가오기만 했는데, 파도와 나란히 걷는다니. 파도가 인격적으로 느껴졌다. ‘달님이 나를 따라오나 봐.’라고 외쳤던 어린 시절처럼 파도가 나와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천천히 천천히.
제주에 와서 거의 매일을 바다와 마주하면서 바다의 여러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한껏 성이난 바람에 파도가 세차게 밀려올 때도 있었고 그런 파도를 즐기러 서퍼들이 몰려다니는 진풍경을 보기도 했다. 어느 날은 한없이 잔잔해서 물결만 구경하다가 까무룩 잠이 들 뻔 하기도 했다. 바다색도 시시각각 변했고 매일 달랐다. 바닷바람이 너무 세서 머리가 띵할 정도로 정신을 못차릴 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파도와 나란히 걷는 그 기분이다.
--- 「파도와 나란히 걷는 기분」 중에서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제주는 늘 그립다. 언제든 가고 싶다. 그 찰나, 〈제주는 맑음〉을 펼쳐보았다. 제주에 대한 무조건적인 간절함이 고요히 사그라든다. 혼란함과 막막함으로 가득한 요즘의 일상에서도 느닷없이 찾아오는 웃음과 미소가 하루를 버티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 책도 그러하다. 맑음보다 흐림이 많다는 제주에서 어쩌면 고독과 쓸쓸함, 미래에 대한 불안과 마주했을지 모르지만 특유의 미소와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는 건강한 젊음이 느껴진다.
- 윤승혜 (인천 서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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