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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노스아이레스, 일상생활과 소외

부에노스아이레스, 일상생활과 소외

트랜스라틴(TransLatin) 총서-16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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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570g | 150*220*30mm
ISBN13 9788976826787
ISBN10 8976826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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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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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이 본질을 은폐하듯이 사물의 외면이 진실을 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드러낸다고 인식하면, ‘표면적인 것’은 ‘심오한 것’만큼이나 사회학적 사유에 중요한 것이다. 정말로 전형적인 것은 대대적인 일반화나 이론적 추상화가 간과하는 내밀하고 미묘하며 포착하기 어려운 현실의 양상을 드러낼 수 있다. 분명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루는데도, 헤겔의 말마따나 바로 너무 잘 알고 있다는 점 때문에 제대로 알기 어려운 법이다. 너무 당연히 존재하기 때문에 망각된 사물들에 대해 경이를 느끼기 위해서는 틀에 박힌 시선, 즉 바라보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시선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모순이 존재하지 않는 듯한 동질적인 사회에서 전형성이란 민속에 대한 호기심 혹은 관광 안내서의 유쾌한 회화적 묘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들썩들썩하고 분열된 사회에서는 인간과 계급의 전형적인 모습의 제시는 역사적·정치적 사건들의 이해를 돕는다.
--- p.57

구부르주아지는 또한 지나치게 튀는 우아함을 멀리했다. 자기 자신에게 확신을 느끼기 때문에 일부러 주목을 끌 필요가 없었다. 그들의 특징은 차분한 화려함에 있었다. 이를 이해하는 사람만 알아챌 수 있는 미묘하고 섬세한 분위기였다. 가령, 톤 다운된 옅은 색상, 정숙한 라인, 거울 앞에서 몇 시간씩 수고해서 적당히 흐트러뜨린 매무새, 샤넬 풍의 화려한 간결미 등 모호하고 콕 집어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끔은 간결함이 위장된 소박함에 이를 정도였다. 예를 들어 변두리 상가에서나 파는 저렴한 샌들이나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가게에서 파는 그래프 디자인 셔츠 같은 스포티한 차림을 하기도 했다. 간결함은 원하면 언제든 간결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다 알고 있을 때나 우아한 것이었다. 가령, 궁정 희극에서 목동 역할을 맡은 대공처럼 말이다.
--- p.96

실존주의자들에 따르면, 일상적 존재의 비진정성은 무엇보다도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에 따른 존재론적 비전이었다. 모든 사람을 표상하고 특수한(particular) 그 누구도 표상하지 않는 중립적이고 익명적인 존재, 그래서 각자가 타인이고 그 누구도 자신이 될 수 없는 그 존재가 중산계급 사람의 특징이었다. 모든 사람과 철저히 똑같이 입고,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성, 널리 인정받고 용인된 규칙에 맞추고자 하는 의지, 기이한 사람, 비정상적인 사람, 미친 사람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만드는 결정이나 책임감의 번민에서 벗어나, 안정, 평온, 확신, 편안함을 쟁취하려는 욕망에 다름 아니었다.
--- p.135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디어의 영향은 모호했다. 움베르토 에코의 표현을 빌리자면, 묵시론자와 순응론자 사이의 중간적인 관점을 택할 필요가 있다. 즉, 미디어는 한편으로는 대량화(masificacio)를 추구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즉 과거의 라디오 방송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개인화를 추구하기도 한다. 특히 케이블 TV의 경우가 그러하다. 다양하고 까다로운 시청자들을 위한 정교하고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통해서이다. 아무튼 대중계급의 케이블 접근성이 낮다는 불평등은 잔존한다. 특히 자신들을 겨냥한 수준 낮은 프로그램들을 거부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소양이 결여되어 있다는 점도 불평등을 조장한다. 공중파 채널 프로듀서들이 이러한 소양 결핍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광범위한 대중의 취향을 만족시킨다는 구실로 쓰레기 프로그램들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 p.321

카페의 매력은 미리 약속을 하지 않고 가도 지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모르는 사람과의 우연한 만남이 가능하다는 도시 사교의 고유한 특징도 매력이었다. 그리하여 서로의 집을 방문할 일이 절대로 없었을 상이한 연령과 계급의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었다. 카페는 도시 생활의 두드러진 특징이라고 할 뒤섞임과 이질성을 위한 최적의 장소이다.

거의 항상 창가나 벽 쪽 테이블에 앉는 산보객에게 카페는 휴식의 장소를 표상했다. 혼자 있을 수 있고, 그러면서도 동일한 상황에 놓인 타인과 함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말을 건넬 필요 없이 시선으로 다른 테이블 사람들과 연결되었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이를 “다정한 무심함”이라고 표현했는데, 이는 딱히 인사는 하지 않지만 격의 없는 시선으로 동작, 자세, 제스처, 옷 입는 방식 등을 파악하고 관찰하는 것을 말한다. 산보객의 의도된 고독은 그를 둘러싼 사회가 고요하게 함께 있음으로 인해 의미가 있었다.
---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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