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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반 박자 느려도 좋은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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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4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38g | 128*188*18mm
ISBN13 9788967821616
ISBN10 896782161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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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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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는커녕 두 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물도 못 마신 나는 서러움에 삐져나오는 눈물을 삼켰다. 창밖으로 이륙 준비 중인 비행기 날개만 주시하고 있었다. 갑자기 생긴 여권 1+1 사태를 되돌려보기로 한다. 한 개가 아닌 두 개의 여권과 함께 시작하는 여행이라니, 금세 기분이 나아졌다.

같은 길을 걷고 또 걷는 날도 있었다. 어느 건물이나 공원을 기점으로 둥글게 걷기도 하고,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번갈아 직선으로 걷기도 했다. 그러다가 잠시 멈춰 서는 순간은 주로 건널목이었다. 꼭 길을 건너야 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오가는 사람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상대방이 나를 관찰하기도 했다. 여행자와 일상 여행자 둘뿐이었다. 그 두 부류 사람들의 분주함과 설렘의 냄새가 공기 중에 뒤섞여 여행지에서만 맡을 수 있는 공기의 냄새를 만들었다. 얇은 겉옷에 스며들었다. 아줄레주 타일 벽화가 새겨진 성당 주변을 내내 걸었더니 파란색도 함께 스며들었다.

며칠째 비가 내리자 포르투의 냄새가 조금 달라진 듯하다. 오후가 되니 커피 향이 돌바닥에 스며들었다. 우산을 쓰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걸음에 비가 묻었다. 신발에 묻은 비를 탈탈 털어내느라 조금은 정신이 없어지다가 동시에 웃음이 났다. 여행이 주는 마음의 여유 같은 것이겠다.

펼쳐 든 우산이 발걸음에 맞춰 흔들거릴 때마다 출근하는 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 같은 시간에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출근하는 마음과 여행하는 마음은 다를 것이다.

수첩에 이름을 옮겨 적는 동안 간간이 기차 안의 풍경을 살피기도 했는데,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고 기차에 올라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건 일종의 ‘여행자라면 응당 해야 할 일’인 것처럼 여겨졌다. 기껏해야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오랜 시간 집중하여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라든지, 이어폰을 꽂고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갈색 머리 아가씨의 눈빛이라든지, 아무 사연 없이 퇴근길을 맞이한 회사원의 옷차림이라든지, 그런 풍경을 보며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건 여행자만이 할 수 있는 근사한 상상이었다.

어쩐지 까맣게 밤이 내려도 깜빡깜빡 빛을 쏟아낼 것만 같다. 사랑하는 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집은 고요한 호흡을 하고 있다고 느꼈다. 집은 내가 돌아갈 곳이기도 했다. 그제야 비로소 여행이 완성될 테니까.

내가 추억하는 건 사진이 아니라 그날의 기억이라는 걸 깨닫는다. 좁은 성벽 길을 따라 둥그렇게 걷다 보면 여행자들은 서로 어깨를 부딪치고, 눈인사를 하고, 미소를 짓곤 했다. 도시를 채운 건 적막이 아니라 활기였다. 성벽 위에서는 사람들의 분주한 걸음걸이를 따라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낮에서 밤이 되면 노란 가로등 불빛이 켜졌다. 푸르스름한 공기 속에서 둥그렇게 퍼지는 빛은 마치 여름철 아지랑이 같았다.

테이블 사이사이 빈 공간을 가득 메운 농도 짙은 빵 냄새는 온종일 내내 나를 따라다닐 것만 같았다. 열 가지 종류가 넘는 크루아상 이름을 빠르게 읽어 내려가다 그 행위를 반복한다. 손가락 끝이 간질간질하다. 무얼 먹을까.

혼자 여행을 했던 그 계절에 나는 외롭고 싶었고, 동시에 외롭고 싶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가끔은 온 세상 여행자들 다 모이는 라운지가 있는 숙소를 고르곤 했다. 밤에는 각자의 맥주병을 들고 원하는 자리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곳. 누군가는 기타를 치고, 누군가는 그림을 그리고, 둘 셋 짝을 지어 대화를 나누는 편안한 밤. 그러다 어느 누가 “오늘 저기에 파티 있대, 갈 사람?” 하면 스쿠터를 타고 바다로 내달리던 그런 날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나는, 생기 돋는 그런 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숙소 근처, 코메르시우 광장의 밤바다를 조금 걸었다. 바람은 바다에 가만히 스며드는 것 같더니, 이내 서로를 삼킬 듯 몸부림치고 있었다. 그렇게 하얀 파도로 부서지고 말았다. 바위에 부딪히며 철썩철썩 소리를 내는 바다는, 바람과 함께 다른 소리도 데리고 왔다. 그리움이다. 포르투갈 사람들은 그리움을 노래한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에서 시작된 노래는 세상 끝까지 닿을 것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레고리우스가 체스판처럼 생긴 바이샤의 중간에 있는 아우구스타 거리를 지나 호시우 광장으로 갈 때 함께 걸었고, 벨렘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도시가 흐르는 시간을 생각하고 있을 때 나 역시 나는 왜 이 도시와 사랑에 빠졌는지에 대해 골똘히 생각하곤 하였다. 내가 외국의 어느 도시에서 삶을 시작한다면 포르투라고 언급했지만, 마음이 기우는 도시는 리스본이었다. 리스본의 낮과 밤을 걷고 또 걸어도 털어낼 수 없는 여운이 남아있다.

바다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아침이었다. 바스락거리는 하얀 이불에서 하얀 파도의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두 번째 리스본 여행으로 가슴은 벅찬데,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파도 소리로 착각한 탓에 어김없이 늦장을 부리고 만 것이다.

나의 오늘 하루의 취향은 햇살 따라 걷는 길로 하자. 벨렘지구에서는 또 어떻게 길을 잃어볼까.

아스락 부서지는 페이스트리는 살짝 탄내가 나는 듯하면서도 버터 향을 풍기고 있었는데, 그 고소함을 한 입 베어 물면 구름만큼 부드럽고 아인슈페너 위에 올려진 크림만큼 달콤한 커스터드 향이 확 풍긴다. 입 안에 가득 찬다. “으음~!” 하는 감탄의 신음과 함께 누굴 보라고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엄지를 척 올린다. 그러니까 이 에그 타르트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는 그 표현의 종결자였다. 취향에 맞게 시나몬가루나 파우더 슈거를 소르륵 뿌려서 에스프레소 한 잔과 함께 먹으면 갑자기 행복해진다. 뱃속이 따스해지고, 은은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내가 이걸 여태 왜 안 먹었지?”

15E번 트램에 올라탔는데, 사람이 많다. 우리가 좋아하는 28번 트램은 아니지만, 리스본의 현대를 느낄 수 있는 전동차 트램이라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맨 뒷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는 일만으로도 설렌다. 왜일까. 왜 이토록 여행지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무언가’가 되는 걸까.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렀다. 하얀 마을에만 파는 하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낯선 곳을 여행하고, ‘이런 것들’을 챙기면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다, 나는. 포르투갈 하얀 마을에 있는 집 몇 채를 통째로 데려가는 기분이다.

잠에서 깨어나 갸르릉거리는 고양이를 쫓다가 발견한 커다란 의자에 앉아 바람을 느꼈다. 오른쪽, 왼쪽으로 탁 트인 바다를 가슴에 담기가 버거웠다. 세상의 끝에서 망망대해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부르는 파두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의 목소리와 눈빛을 품은 바다는 온통 반짝거리기만 할 뿐이었다.

여행지에서의 책방 여행은 작은 마을에서도 계속되었다. 이름마저 귀여운 ‘부엉이 이야기 서점’에는 백발의 할머니가 주인공이셨다. 문을 열면 보이는 초록빛 소파 옆에는 여행자들이 되팔고 간 책들과 시집이 꽂혀 있다. 펭귄북스의 『Portuguese Phrase』를 구입했다. 책 냄새가 가득한 이런 아담한 공간에서는 좀처럼 발걸음을 떼기가 힘들다. 문 닫을 시간이 다 되어, 반가운 책들의 제목을 읊조리는 일을 그제야 멈추었다.

여행자라면 무릇 이러한 기다림의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는 걸 조금 늦게 깨달았어요. 언제 출발할지 알 수 없던 장거리 버스, 인터넷이 되지 않아 무작정 기다려야 했던 친구와의 약속 시간, 며칠간 줄기차게 내리던 비, 그 비가 그치고 반짝거리는 햇살을 볼 수 있기를 얼마나 기다렸나요.

여행을 떠올리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심장이 쿵쾅댑니다. 이보다 더 행복한 일은 무얼까 떠올려봐요. 설렘과 불안은 늘 함께 오는 것 같지 않나요. 조금은 초조한 마음을 안고 떠나는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요. 여행은 그냥 좋은 것 아니겠어요?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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