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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할아버지

고장 난 할아버지

리뷰 총점9.2 리뷰 5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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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할아버지 (큰글자도서)
[도서] 고장 난 할아버지 (큰글자도서)
김아타,김소울 공저 맥스미디어
0% 40,000
고장 난 할아버지 (큰글자도서)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52g | 148*200*16mm
ISBN13 9791155719060
ISBN10 1155719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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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가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어 두 손가락으로 바람을 집어 엄마에게 먹여 주었다. 아빠의 호주머니에도 넣어 주었다. 고사리 같은 손가락으로 바람을 집어서 엄마에게 먹여 주고, 아빠의 호주머니에 넣어 주는 풍경은 감동이다. 두 돌을 며칠 앞둔 손녀가 손가락으로 바람을 집었다.
하늘 맑은 9월, 손녀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엄마 아빠와 함께 제주도 여행을 갔다. 차창 밖을 지나던 가을바람이 손녀를 불렀던 모양이다. 손녀는 바람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섬세하다 자랑했는데 바람을 먹어 보지는 않았다. 바람을 먹는다는 것을 상상하지도 않았다.
손녀의 심성이 하도 고와서 눈물이 왔다.
--- p.30~33 「바람의 마음」 중에서

나는 꽃을 보고, 물을 주고, 빨강과 파랑과 푸름을 보았다.
아버지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작은 꽃밭은 초등학교 선생이셨던 아버지의 유토피아였다.
나는 그곳에서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다.
“왜? 같은 흙에서 다른 색이 나오지?”
의문은 단순했다.
손녀가 나팔꽃을 심었다.
--- p.69~71 「나팔꽃 이야기」 중에서

손녀가 촬영한 사진을 본다.
세 살 아이가 사물과 눈을 맞추고, 스스로 셔터를 눌러서 이미지를 기록했다는 사실만으로 훌륭하다. 사진은 창을 통하여 세상을 보기 때문이다. 창을 통하여 세상을 보는 것은 넓은 세상에서 시야를 좁혀 사물에 눈을 맞추는 일이다. 사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을 통하여 세상을 보는 데 있다. 이는 거시적 세계를 미시적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작은 사물에 시선을 맞추는 일이다.
나 아닌 세상에 관심을 갖는 일이다.
실로 대단한 일이다.
손녀가 픽처한 사진이 대단한 이유이다.
--- p.86~93 「소울 픽처하다」 중에서

손녀를 알기에 내가 아이처럼 단순해야 한다.
간단한 공감의 법칙이다.
사람 사이에 가장 소중한 일이 공감이다.
모든 일에는 모든 상처가 있다.
작은 상처는 공감할 때 대부분 소멸된다.
아이가 “눈물이야!” 말하는 순간, 아이의 눈물은 이미 마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아무리 작고 간단한 사건이라도 공감받지 못하면 상처로 남는다.
아이는 더 민감하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더 더 민감하다.
어리다고, 늙었다고, 대충 하면 큰일난다.
작은 상처라도 아이는 평생을 가져간다.
늙은이는 죽어서도 독 짓는다.
--- p.143~145 「눈물이야!」 중에서

‘다름’은 아름다움의 시작이며 존재의 완성이다.
예술의 시작도 ‘다름’이고, 예술의 완성도 ‘다름’이다.
우주가 장엄한 이유는 가늠할 수 없는 ‘다름’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다름을 존중하는 일은 내가 존중받는 일이다.
다름을 존중하지 않으면 나 역시 존중받지 못한다.
그래야 그대로가 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이제 스님의 죽비를 맞지 않아도 된다.
“비가 물에 젖었네.”
여섯 살 손녀가 비의 서정을 만져보았다.
같음의 서정을 알았다.
같음은 다름의 시작이다.
같음을 알아야 다름을 알고, 다름을 알아야 같음을 안다.
손녀의 생각이 하도 고와서 누워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잠을 자면서도 생각난다.
“비가 물에 젖었네.”
대단한 사유의 시작이다.
--- p.211~215 「비가 물에 젖었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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