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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야자 시간

: 그 오랜 밤의 이야기

위 아 영 We are young-0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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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에세이 top100 9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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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278g | 135*195*20mm
ISBN13 9791197626784
ISBN10 119762678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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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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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하게 비밀을 만들어 가는 시간 속에서 문자함의 용량은 전보다 빠르게 채워졌다. 친구들의 문자를 그때그때 지우고, 명우의 문자 중에서도 지워도 되는 문자를 고심해서 삭제 버튼을 눌렀다. 그럼에도 지우기 어려운 문자 메시지가 늘어나는 만큼 그 애를 좋아하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쌓여 갔다. 그때 내가 사용했던 애니콜 은색 폴더폰에는 어떤 문자들이 저장되어 있었을까.
---「아임 폴 인 러브 어게인」중에서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주인공이 배구공 윌슨에게 마음을 다 쏟는 것처럼 나도 어느새 개에게 온 마음을 쏟고 있었다. 개를 보기 위해 집에 빨리 돌아왔다. 더 이상 카페와 친구 집과 거리를 헤매지 않았다. 동생도 개가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한다는 걸 알고 예전처럼 자주 친구들을 부르지 않았다. 방과 후, 집으로 후다닥 달려온 동생과 나는 개를 무릎에 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10년 후의 약속」중에서

처음 그곳을 찾은 사람은 열이면 열 웬 학교에서 이런 소리가 나냐며 의문을 가졌다. 어디 공장에서나 날 법한, 그것도 철강을 다루는 예사의 공장이 아닌 곳에서나 날 법한 소리였기 때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는 결코 어울리지 않은 소리라고, 결코 가까이해서도 안 되는 위험한 소리라고 생각했을 테다. 하지만 그 소리와 3년을 꼬박 함께했던 학생들에게 이는 당연하면서도 필연적인 소리였다. 그건 어느 공장에서나 날 법한 소리가 아니라 예술 비슷한 무언가가 오롯이 한 사람의 고민과 노동으로 만들어지는 소리였다.
---「그 밤의 소리」중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비슷한 건물이 수없이 많았다. 그 안에는 나 같은 수험생들이 있을 거였다. 이름은 다르더라도 어떤 시험인가를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우리는 무엇을 바라고 여기에 있나, 그런 생각을 하면 쓸쓸해졌다. 그러나 고개를 들면 하늘만은 탁 트여 있었다. MP3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한낮의 하늘바라기를 하는 건 하루 중 두 번째로 좋아하는 일이었다. 그 순간에는 구름의 모양이 천천히 변하는 걸 보거나 매일의 온도를 직접 몸으로 느낄 수 있었으니까.
---「불꽃놀이」중에서

내 계피색 꿈은, 아직도 여전히 누군가가 꾸고 있을 꿈이다. 지금의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이기도 하고, 내일의 내가 덥석 덧칠할 꿈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어두컴컴하다 못해 사위가 분별되지 않던, 그 변방의 학교에서 느꼈던 어둠을 아직도 생각한다. 그 어둠을 계속 부딪쳐 켜고 싶었던 빛 하나가 있었다면, 색깔 하나가 있었다면 그것은 계피색이었을 것이라고.
---「계피색 꿈」중에서

교복 셔츠 단추를 하나하나 채워 잠그고, 그 위에 스커트를 걸쳐 지퍼와 단추로 고정하고, 그다음에는 역시나 빳빳하고 별 신축성 없는 조끼를 걸치고는, 마무리로 넥타이나 펜던트까지 매어야 학교에 가는 몸이 되었지. 그 꺼풀을 내려놓으면 고스란히 ‘나’로 돌아온 것 같아 하루치 야자를 치러 내고 잠들기 전까지의 그 잠깐이 아주 소중했어. ‘공부 잘하는 애’라든가 ‘모범생’ 같은 거 말고 그냥 너 말이야. 아무것도 아니어도 괜찮고 무엇이든 되어도 되는 너. 잔잔한 눈송이가 내리듯 그렇게 소리소문없이 위안을 쌓아 주던 야자 끝난 밤도 있고. 또 환한 달처럼 기억 속에 또렷하게 자리 잡은 밤도 있었지.
---「스포일러」중에서

비단 고요함을 지키고 있는 지금만의 일이 아니다. 친구들 대할 때도, 부모님을 대할 때도, 심지어는 시험을 대할 때에도 비슷하게 분열적인 욕구를 느낀다. 좋아하는 친구들에겐 짐짓 나는 무리 지어 다니는 것에는 초연한 사람이라는 듯, 나에게 너희들은 그다지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듯 무심하게 대한다. 사실 그 친구들과 누구보다도 일체감을 느끼고 싶어 하면서 말이다.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는 언제나 엄마의 다정한 애정을 받는 동생이 너무너무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엄마의 사랑 같은 건 딱히 필요 없다는 듯 차갑게 굴게 된다.
---「망가뜨리지 않고 사랑하는 법」중에서

옥상엔 계절의 시간이 흘렀다. 하루 종일 매시 매분 단위로 시간표에 맞춰 움직이다가도 옥상에서만큼은 시계와 달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계단을 다 올랐을 때 어느새 빨리 어두워져 있다면 틀림없이 찬 바람이 불었고, 대낮같이 밝을 땐 아이스크림이 금세 녹아 버렸다. 모의고사를 더 자주 풀고 매초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쓰기 시작한 고3 때는 하루 중에도 옥상을 더 자주 그리워했다.
---「너의 밤이 머무르는 곳」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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