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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제로는 뼈

인간의 제로는 뼈

[ 반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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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5일
판형 반양장?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326g | 127*188*20mm
ISBN13 9788937427435
ISBN10 8937427435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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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면 여름이라도 아직 어둡고 조용한 시간이고 집과 창문이 전부 철로의 반대쪽을 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깔려 있는 자갈들을 밟으면 카랑 코롱 울려서 시끄러울 테니 되도록 레일이나 침목 위를 걷거든. 걷고 있지만 리듬에 올라타는 느낌이 좋단 말야. 침목 침목 레일, 침목 레일 침목 레일 레일 레일 레일 침목…….”
(……) 나는 밤의 철도 노선에 대한 꿈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
실제로 그곳에 가 보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건 벌써 ‘이야기’로써 내 안에서 경험해 버린 일이니까.
--- p.14~21

지금 생각하는 것을 말하고 싶지 않다는 건 잘못된 걸까? 나의 언어는 몸 안에서 바깥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늑골 사이에서 슉 하고 등 쪽으로……. 누군가의 솔직한 본심이 완전히 드러난 이야기는 나를 두렵게 한다. 분명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건 나뿐만이 아닐 테지. 세상 사람들 중 일부는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진짜 감정을 견딜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진짜 감정을 언어화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하겠다는 마음도 없다. 어쩌면 그런 사람 중에서 또 일부가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일 테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 이야기는 만들어지는 것이리라.
--- p.39~40

아카리는 친구들도 많고 남자애들과도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만약 같은 반이었다면 절대로 내가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을 것이다. 저쪽은 평범하게 말을 걸어오거나 하겠지만, 내 쪽에서 말을 걸면 다른 애들에게는 특히 그 애를 신경 써 주는 것처럼 보일까 봐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싫다거나 어렵다는 건 아니지만, 곤란한 패턴이다. 나는 이것저것 생각하는 버릇이 있어서 늘 버벅대고 만다.
--- p.59

토모노리는 필사적으로 익숙해진 것처럼 보여 주려고 할 뿐이지 무너지고 있다. 그야 그렇다. 올바른 의견이 통하지 않는 세계에서 제정신을 유지한다는 것의 어려움. 하지만 그게 아니란다, 토모노리. 올바른 의견은 타인을 교정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다. 올바른 의견은 어디까지나 ‘나’라는 잠수함의 주위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발신하는 소나인 것이다. 자신이 옳다고 느끼고 믿는 의견을 퐁! 하고 보내서, 돌아오는 반향음으로 지형을 조사하는 것이다. 소나로 내 앞의 길이 열릴 리는 없다.
--- p.2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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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중학교 1학년의 카오리와 대학원을 마치고 회사에 다니는 카오리 역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의식하지 않으면 긴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종종 잊을 정도로 말이다. 다만 ‘이야기’로써 경험해 버린 것들을 지나 여러 사건과 감정을 경험하며 어떤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는 것. 그 시간을 통해 자기 자신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마주하게 된 것이 카오리에게 일어난 변화라면 변화일 것이다. 마이조 오타로가 여러 소설을 통해 보여 주는 ‘그러니까 내가 만든 이야기가 진짜야.’라는 외침을 나는 완전히 지지한다. 나도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고 너무나 언제나 정말로 그런 마음이기 때문이다.
- 박솔뫼 (소설가)
삶을 자랑하거나 내세우거나 강조하거나 호소하지 않으면서 ‘나’라는 인간의 인생을 서술하기 위해, 오직 그러한 깨달음을 위해, 히로타니 카오리는 15년이라는 긴 시간을 필요로 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 이것은 카오리라는 화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책을 집어 들어 읽게 되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부디 『인간의 제로는 뼈』가 아직 자신의 이야기를 찾지 못한 독자에게 전해져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히기를 소망한다.
- 정민재 (『인간의 제로는 뼈』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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