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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떠나보내는 자유

[ 개정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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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86쪽 | 140*195*20mm
ISBN13 9788942615735
ISBN10 8942615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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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2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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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 교수는 건강했던 때를 떠올릴 때마다 눈물을 흘렸다. 그는 걷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이 엄청난 선물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면서, 자신이 갔던 모든 곳과 즐겁고 아팠던 추억들을 나누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코 앞에 닥친 죽음과 상실로 인해 날카로워진 그의 눈을 빌려 내 삶을 돌아보았다. 모리 교수는 이야기를 하고, 울고, 추억하다가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는 점에 감사하네. 이제 그런 경험들이 더이상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네. 감사하며 그것을 놓아주려고 하네.”

한 주에 감각 하나씩 모리 교수는 삶의 선물들에게 작별을 고했다. 그의 두 손.
‘어디에 있었는가? 무엇을 잡고 만졌는가?’
그는 손길을 통해 회복하고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명확하고 강렬하게 느끼고 있었다. 그가 색다른 질문을 던졌다.
‘내 손이 만지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전에 나에게 꼬집는 투의 말을 해서 상처를 주었던 때처럼 강렬하게 그에게 다가왔다. 자신의 손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이 사람은, 자신이 손을 뻗어 닿을 수 있었던 기회를 한번이라도 놓친 적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왜 그랬었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런 식으로 대화에 몰입하다보니 살아 있다는 것이, 짧은 시간 동안이지만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서로의 피부를 만지고 생명을 만진다는 것이, 서로를 품에 안는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축복인지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인간으로서의 그러한 경험의 본질이 결국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었다. 무엇이 나를 주도하게 할 것인가? 분노? 고집? 두려움? 자기 방어? 아니면 사랑? 모리 교수는 “원하는 것을 고르셔야 한다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죽을 방법을 고르는 데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이제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두 손을 내려다보며 큰 감사를 표하고는 떠나보냈다.

이번에는 청각을 내려놓을 차례였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누군가의 다정한 목소리, 사랑하는 이의 익숙한 억양, 음악. 모리 교수는 푸치니의 곡을 크게 틀어놓고는 그 소리의 아름다움과 쏜살같이 지나가 버린 시간들 때문에 울었다. 다음으로 마리아 칼라스의 ‘나비 부인’, 비발디의 ‘사계’를 들었고, 이런 달콤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생이 턱없이 짧다는 사실 때문에 울었다. 그는 듣고 추억하다가 마침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들을 수 있었음에 감사하네. 참으로 엄청난 선물이었네. 이제 감사하며 놓아주어야겠어.”

시력. 모리 교수의 서재에는 히비스커스가 화분이 하나 있었다. 이전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더없이 아름다운 특별한 꽃이었다. 걸을 수 있었을 때 그는 자연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야가 창문 너머와 집 안으로 들여올 수 있는 것들로 한정되자, 본다는 것을 새롭게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눈이 오는 것을 한 번 더 볼 수 있을지 궁금해했다. 그리고 사람들의 얼굴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려고 했다.

우리가 미각을 애도할 즈음에 모리 교수는 음식을 삼키는 것이 어려워졌다. 텍사스에서 만났던 헬렌처럼 그는 오직 유동식만을 목으로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모리 교수는 매우 창의적인 방법으로 우리의 여정에 접근했다. 스스로 맛을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는 나에게 티라미수 케익을 대신 먹어달라고 요청했다. 한 사람이 일생 동안 맛볼 수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다보니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모리 교수는 많은 맛을 사랑했다. 예를 들어 잘 요리된 오리 고기와 감자 요리. 같이 놓고 보니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기에, 우리는 눈물이 날 정도로 웃었다. 그는 이 선물에 대해 감사하며 미각을 내려놓았다.

다음으로 후각. 모리 교수는 연노랑색 장미와 진달래 향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자신의 말이 고상하거나 감성적으로 들릴까봐 일부러 악동과도 같이 날카로운 위트와 유머, 불경함을 섞었다. 이런 가슴 아픈 추모와 애도로 가득한 어느 금요일, 모리 교수는 나에게 수많은 요구사항을 쏟아놓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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