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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 애들 모두가 망했으면 좋겠어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100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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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52g | 140*205*13mm
ISBN13 9788954448628
ISBN10 8954448623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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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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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보아하니…… 요 앞 여고로구나?”
망했다. 나는 할머니의 주름투성이 손을 본능적으로 움켜잡으며 말했다.
“세 권 다 살게요!”
“이름도 명찰에 붙어 있구나.”
할머니는 내 가슴 주머니에 붙은 명찰을 응시했다. 이쯤 되자, 현실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십 분 뒤, 필라테스복을 갈아입지도 못한 엄마가 나를 들들 볶아 새카맣게 태워 버릴 미래가 눈앞에 그려졌다.
“잘못했…….”
“얘, 그렇게 쉽게 사과하면 안 되는 거란다.”
울먹거리던 나는 뜬금없는 말에 눈이 동그래졌다. 그녀는 내 교복의 명찰을 떼어서 내 손에 친히 쥐여 주기까지 했다.
“이런 것을 달고 다니는 것도 물론 안 되지.”
--- p.11

“양주홍 요새 배달한대. 1반 애가 어제 치킨 시켰는데 걔가 들고 왔더래.”“와…… 어울리네. 걔한테 딱이다, 배달.”
“자퇴하고 뭐 하나 했더니…….”
그 애가 자퇴했다니, 지금 알았다.
‘절망적이군…….’
친구 하나 없는 반.
모두의 샌드백이 사라진 야만의 집단.
공부만 죽어라 파며, 별일 없이 조용히 지나가길 희망했던 나날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여전히 이쪽을 보지 않는, 학급 반장 고명경의 뒤통수를 가만히 응시했다.
‘재도 생기부에 학폭위 열린 기록을 적고 싶진 않을 거야…….’
그녀 역시 어쨌든 간에 모범생의 일종이었다.
‘뭐, 이러다가 말겠지.’
--- pp.41~42

“베어, 싸워 본 적 있어요?”
“싸워요?”
“상대방에게 주먹을 날리거나, 길가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거나, 미운 놈의 악성 루머를 지어내서 뒤에서 퍼트리는 등의 일을 해 본 적이 있나요?”
망치는 퍽 심각한 표정이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규칙 밖에서는 살 수 없는 인간들.’
뚜벅이의 말이 떠올랐다. 짜증나는 대스타 오빠에게 후각 상실 다쿠아즈를 건네지 못하고 휴지통에 처박았던 일도 떠올랐다. 29년 동안 꾸준히 먹지 않으면 효과가 나지도 않는 과자였다.
그런 내가 누구랑 싸운다고? 고명경과 주먹다짐?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면서?
--- pp.53~54

“엄마, 엄마는 그게 좋아?”
엄마는 여전히 내 말을 하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가 가져온 보리차를 마시며 생각했다.
언젠가 오빠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줄줄 불어 버릴지도 몰라.
가난하고,
끔찍하고,
견딜 수 없는 과거를,
전 국민이 알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한 문제라도 더 맞히고, 1점이라도 올리는 것, 그게 내게는 최우선 과제였다. 최은성에게서 멀어지기 위한 가장 쉬운 일. 최은성의 동생으로 불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름을 잃은 반 1등, 전교 1등이 나은 것임은 분명했으니까.

그렇게 악착같이 지켜온 익명의 나였다. 내가 그의 가족으로 알려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최은성은 모를까? 아냐, 오빠는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까 최은성은 지금 나를 벌주고 있는 게 틀림없다. 창문이 덜컥대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에게 미뤄 왔던 내 몫의 위협과 공포에 대한 벌을. 나와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던 어린 오빠를 혼자 아빠 앞에 세워 두고 모른 척하고, 심지어 죽으라는 말까지 퍼부었던 나에게 말이다.
--- pp.210~211

지금의 나는 문제 하나에 연연하는 그런 나약한 인간이 아니다. 내겐 재수도 있고 삼수도 있다. 그걸 뒷받침해 줄 재수 없지만 돈 많은 오빠도 있다. 내 답이 오답이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예상 외로 훨씬 많은 안정감을 주었다.
“누군가를 끌어내리는 건 의외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양주홍이 똑 부러지게 말했다.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사실이었다. 미움과 괴롭힘에도 재능이 있다. AA의 그 누구도 그 재능을 지니고 태어나지 못했다.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중략)
“그래도 우리도 뭔가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지.”
내가 결의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게는 21년짜리 프로젝트가 있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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