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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22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396g | 128*188*20mm
ISBN13 9788937473401
ISBN10 893747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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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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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은 한 소년과 자꾸만 눈이 마주쳤다. 진평강에 열을 식히러 온 사람들 사이에서 한눈에 도담의 눈길을 끄는 소년이 있었다. 낯선 얼굴. 하얀 피부에 잡티도 없이 매끈한 몸. 세상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품은 듯한 크고 맑은 눈동자. 도담은 소년을 빤히 바라봤다. 시선을 느꼈는지 소년도 도담을 물끄러미 건너다봤다. 무안해진 도담은 뭘 보냐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눈싸움에서 진 소년은 도망치듯 물로 들어가 버렸다.
--- p.15

해솔도 도담을 따라 물속에 들어갔다. 계곡물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정말 수면에서 몸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소용돌이를 느꼈다. 잠수해 있는 도담을 향해 3미터쯤 되는 용소 바닥까지 내려갔다. 해솔은 너도 빨려 들어가는 기운을 느꼈냐는 듯 눈을 크게 뜨고 도담을 봤다. 고개를 끄덕이며 도담이 웃었다. 해솔도 웃었다.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 해솔은 아직까지 한 번도 닿아 보지 않은 도담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었다. 해솔이 가까이 다가가자 도담이 손을 뻗었다. 둘은 물속에서 잠시 손깍지를 꼈다.
--- p.33

“도담아,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 걸 수도 있잖아.”
해솔은 도담을 달래듯 조심스레 말했다. 마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이고 그렇기에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축복이라도 하라는 거야?”
도담이 코웃음 쳤다. 누군가는 사랑이 교통사고 같은 거라고 했다. 그래, 교통사고 낼 수도 있다 치자. 그런데 책임도 안 지고 벌도 안 받으면 그건 뺑소니잖아. 가족을 속이고 상처 입히는 게 사랑이라면 도담은 사랑을 인정할 수 없었다. 온힘을 다해서 찌그러트리고 싶었다.
--- p.63

도담은 거대한 물음표로 남겨진 창석을 원망했다. 창석과 미영은 서로를 정말 사랑했나 아니면 그저 욕망에 도취한 불장난이었나. 그 둘은 어떻게 다른가. 대답을 해 줘야 할 창석은 이제 없었다. 해솔도 사라졌다. 모든 게 제자리에 있던 것 같은 삶에 갑자기 너무 큰 상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도담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도담은 내내 해솔의 연락을 기다렸다. 분명 연락하겠다고 했다. 휴대폰이 없는 해솔이 이사 간 곳을 모르니 연락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해솔이 보고 싶은 동시에, 고아가 된 해솔의 기분 같은 건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너무 아팠다. 결국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왔다. 항상 품어 온 불안이 현실이 된 끔찍한 기분. 이 모든 게 자신이 습관처럼 했던 불길한 상상 탓인 것 같은 죄책감.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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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히 흐르던 한 사람의 삶은 예상치 못한 급류에 의해 일순간 변하고 만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이 삶에 가장 거대한 물음표를 남기고 떠난다면, 우리는 그 무게를 견디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자신을 ‘불행의 상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틈에서 자신의 삶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자신을 벌하려는 마음으로 가득한 삶은 과연 평온을 찾을 수 있을까. 『급류』를 읽으며 모든 걸 휩쓸고 망가뜨린 급류도 언젠가는 반드시 잠잠해진다는 진리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어떤 상처는 극복하는 것이 영원히 불가능하다 여겨지기도 하지만, 물살에 휩쓸려 몇 번이고 서로를 놓친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를 어루만지는 회복의 이야기를 읽으며, 서로의 구명환이 되어 주는 관계를 보며 나는 마침내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는 자의 용기를 배웠다. 도저히 회복의 가능성을 찾지 못하고 막막한 어둠 속을 지나고 있는 이들에게 내가 경험한 『급류』 속 위로와 용기를 나누고 싶다.
- 백온유 (소설가)
이 소설을 읽고 종일 사랑만 생각했다. 이 둘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도담과 해솔이 만들어 낸 우글쭈글한 사랑의 모양을 마주하다 보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고 싶어진다.
- 이옥섭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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