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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쿠바!

: 아빠와 딸이 함께 거닌 쿠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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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127*188*20mm
ISBN13 9791167471000
ISBN10 116747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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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걷는다면
함께 간 그 길을
다시 걷는다면

알록달록한 벽에 서서
더 멋지게 사진을 찍고,
길거리 음악에 몸을 맡기고
흥에 겨워 즐겁게 춤을 추리라
입 가장자리에 폼 나게 시가를 물고
올드 카에 올라 시내를 마음껏 돌아다니리

다시
그 길을 걷는다면
‘비바 쿠바!’를 외치는 멋진 청년이
만들어 주는 카푸치노를 즐기고
카페에 앉아 한나절 그냥 보내며
자유인 체 게바라를 노래하리

아바나, 비날레스, 트리니다드,
시엔푸에고스, 산타 클라라, 카마구에이
바야모, 산티아고 데 쿠바, 바라코아

그 길을 다시 걷는다면
자유를 노래하고
아름다운 영감으로
행복을 노래하리
--- 「프롤로그 - 다시 쿠바를 꿈꾸며」 중에서

여행은 배반하지 않는다. 어느 여행이 좋았냐고 물었을 때 나는 늘 어떤 여행이고 즐겁지 않은 적이 없었다고 대답해왔다. 갔다 오면 내게 여행은 추억으로 남았다. 켜켜이 그리움으로 남았다. 삶은 어쩌면 추억의 총합이다. 잔잔해도 좋지만 한 획 한 획 굵은 선으로 이루어진 추억은 더 멋진 삶으로 남는다.
--- 「프롤로그 - 다시 쿠바를 꿈꾸며」 중에서

우주의 티끌처럼 흔적 없이 사라지는 존재들끼리는 성공의 의미를 정하기 어렵다. 자본주의 사회니 돈, 명예, 권력을 쟁취한 사람을 성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도 결국 주관적이다. 모든 면에서 성공을 이루기도 힘들다. 또, 비겁하게 성공한 사람들을 하도 많이 봐서 부럽지도 않다. 오히려 실패한 사람보다 성공한 사람들이 측은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저마다 “나처럼 사는 게 성공이다.”라고 해도 좋을 만한 세상이고, 성공이 도매급으로 넘어가는 시대다. 틈을 타 “어이 성공한 사람, 딸하고 살사 춤춰봤어?” 하며 또 다른 성공 잣대를 내밀고 싶다. 이것도 맘에 안 차면 한마디 더 할지도 모른다. “쿠바에서, 응?”
--- 「성공한 인생이란?」 중에서

모로 요새를 갔다 와서 기분이 좋긴 좋은데 모로 요새를 봐서 좋은 게 아니라 버스를 타고 갔다 와서 기분이 좋았다. 생각해 보니 오전도 그렇고 오후도 그렇고 하루 종일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이동했다. 고단했지만 여행다운 여행이었다. 역시 자유 여행의 맛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 있다. 만원 버스라 사람들에게 밀려, 부러진 채 다녔던 손가락의 안전 때문에 가끔 식겁했지만 잘 지나갔다. 생수를 조금 못 먹고 버려 아깝기도 했다. 하지만 버스를 실컷 타 즐겁고 보람 있는 날이었다. 앉아서 버스를 타고 다녀서인지 피곤도 덜했다. 되돌아보면 포르투갈 여행자가 물값은 충분히 했는데 우리가 조금 옹졸했던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루를 보면 ‘나이스 했고 사운즈 굿’ 했다.
--- 「나이스, 사운즈 굿(Nice, Sounds good)‘ 중에서

환전하다 자존심이 땅에 떨어졌다. 동시에 여행 며칠 만에 딸의 환전 능력을 확신한 후, 나는 끌려다니게 됐다. 나의 여행 능력에 대한 평가도 날이 갈수록 떨어졌다. 나이가 드니 일이 마음처럼 안되는 불안함도 닥친다. 머리가 안 돌아가는 자신을 탓하게 된다. 하루하루 지내다 보니 의존한 게 늘어났다. 딸에게 언어 소통을 맡기고, 오프라인 지도 맵스 미(maps-me)를 맡기고, 손가락이 다쳤다고 짐까지 맡겼다. 한심한 일이었다. 거기다가 밥을 먹을 때 현지 화폐가 필요하면 딸을 불러야 했다.
(...)
“아빠는 늙지 않았어. 늙었다고 생각하면 늙은 거야. 아빠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면 몇 년 뒤에도 이 시기를 그리워할 걸.” 등등 주옥같은 말로 딸은 나의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었다. 현대 사회에서 방어기제만으로 전락한 자존감을 회복시켜 주었다.
--- 「돈 계산하다 무너지는 자존감」 중에서

산타클라라는 이번 여행 중에서 가장 기대가 되는 곳이었다. 꼭 들려야 할 곳이었다. 체 게바라의 도시라고 들어서다. 체 게바라가 많이 생활해서 그렇게 불렀다고 생각했다. 가보니 체 게바라가 생활한 곳은 아니었다. 체 게바라의 유해가 있었다.
(...)
겉멋에서 오는 아우라는 짝퉁에 불과하겠지만 내겐 짝퉁이라도 좋을 듯하다. 흉내라도 내면서 살아야 짝퉁 소리라도 듣기 때문이다. 짝퉁에다 적당히 내 자체에서 풍기는 삶의 연륜과 품격을 넣으면 그럴듯해질 기회라도 있다. 산타클라라에서 아우라를 제대로 느낀 짝퉁이라면 더 감쪽같을 것이다. 짝퉁도 가끔가다 찐보다 더 나을 수 있다.
--- 「체 게베라가 살아 있는 산타클라라」 중에서

카페가 혁명적인가? 아니면 혁명을 하는 카페인가? 적어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정도는 될 것 같다. 80년대 대학 시절을 보낸 이에게 카페는 요즘처럼 흔하지 않았다. 세미나를 할 장소를 찾기 힘들어 늘 공간을 찾고 주위를 살피며 생활했다. 추억을 떠올리면 카페가 새로우면서 정겹기까지 하다.
(...)
조그만 입구에 대여섯 명이 들어가면 꽉 찰 카페였다. 어두컴하고 은밀한 분위기가 좋았다. 어둠은 일을 모의하기에 적당하다. 딸은 어떻게 느꼈을까? 편하고 좋다고 했다. 분위기가 좋고 체 게바라 사진으로 멋지게 꾸며 놓아 마음에 든다고 한다. 딸과 나는 혁명이란 단어를 카페의 한구석에서 조심스럽게 나누었다. 혁명을 이룬 나라에서 혁명을 내건 카페에서 애기했다. 사랑, 여행, 책, 인생 등에 대해서도 조심조심 나누었다.
--- 「혁명 카페에서 모의하다」 중에서

어른이 되어갈수록 부모님의 등이 좁아 보인다고들 한다. 대단해 보였던 것들의 실상을 알아가며 실망하기도 하고 때론 고지식한 모습에 답답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슬프다. 그동안 나의 보호자로서 지고 있던 책임감의 무게가 단지 무겁다는 말로는 표현될 수 없을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생리적인 현상의 해결이 최우선임을 보면서 더 알게 된다. 식사 시간 때를 놓치면 안되고, 피곤하면 일단 쉬어야 하고,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것 같아 슬퍼진다. 나이 들어감에 당신 스스로 작게 느껴질 것 같아 그 서글픔에 더욱 마음이 아프다. 나는 정말이지 평생 좋은 딸은 될 수 없을 것 같다. 대개 인간관계에서는 은연중에 갑과 을의 관계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 사이가 가까울수록 암묵적인 배려들이 많이 잊혀지곤 한다. 자식이란 이유로 평생의 갑이 되어버린 나 자신을 때론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못난 딸과 여행하느라 고생하신 아빠에게 늦게나마 감사의 말을 해본다.
--- 「나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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