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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물리학 + 물질의 재발견

물질의 물리학 + 물질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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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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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3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656쪽 | 148*215*3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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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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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물리학』

나는 이론물리학자다. 새로운 물리 이론을 만들어 논문을 쓰는 게 내 일이다. 논문을 왜 쓰는가? 승진, 인정, 명성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이유를 들 수 있지만, 가장 원초적인 이유는 남들과 공유하고 싶은 나만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남들이란 나와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다른 연구자들이다. 대상이 좁을 수밖에 없다. 전 세계를 다 훑어봐도, 내가 반년 동안 온 힘을 기울여 완성한 논문을 읽고 관심을 가질 만한 사람은 겨우 스무 명 남짓하다.
그 동기만을 놓고 보면, 대중을 향한 책 쓰기도 논문 쓰기와 다르지 않다. 나만의 이야기가 있을 때, 그걸 사적인 자리에서 혹은 사회관계망에서 친구들, 동료들과 공유하는 것만으로는 뭔가 아쉬움이 남을 때, 심지어 이 말만은 꼭 하고 죽겠다는 각오마저 들게 하는 그런 이야깃거리가 있을 때, ‘저술가’라는 부류의 인간이 탄생한다. 나에게도 인생을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전에 정리해서 남겨놓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물질의 이야기다.
--- p.11

거대한 우주에 대한 서사나,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소립자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 없다. 책의 출발점은 일상생활의 뿌리요 뼈대인 원자이고, 그 원자를 설명하는 양자역학이다. 이 책은 원자로부터 시작해서 몸집을 키워나간다. 물질의 세계를 향해 나간다. 일상생활에서 흔히 발견되는 익숙한 물질보다는 실험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물질의 세계를 주로 다루었다. 진정한 양자 물질의 세계는 산속에 은둔해 무술 연마에만 몰두하는 무림 고수의 세계와 비슷하다. 실험실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그 무림 세계를 지배하는 굵직한 계파 이야기를 공유하려고 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계파, 즉 양자 물질은 초전도체, 초액체, 양자 홀 물질, 그래핀, 디랙 물질, 위상 물질 등이다. 조금 신기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빛도 물질이다.
--- p.13

과학이라는 행위는 어떤 근사한 가설 하나를 줄에 묶어 천장에 매달아놓고, 그 아래 부엌에서 과학자들이 그 가설의 옳고 그름을 검증하려고 이런저런 실험과 계산을 해보는 모습에 비유할 수 있다. 그 가설이 옳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면 줄은 아래로 내려오고,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가설을 가까이 만지고, 냄새 맡을 수 있게 된다. 가설은 이제 ‘정설’ 또는 ‘법칙’으로 불린다. 누군가 오래전에 그 가설 덩이를 천장에 매달아놓은 덕분에 주방에서 비로소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데모크리토스는 ‘원자’라는 이름의 아주 매력적인 가설을 천장에 매달아준 인물이고, 그의 가설 덩어리를 주방으로, 정설로, 진리의 세계로 끌어내리기 위해 과학자들은 2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주방에서 분주하게 일했다.
--- pp.23~24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그 무엇이 존재한다는 주장만 떼어놓고 본다면 엠페도클레스와 데모크리토스와 플라톤의 답안은 기본적으로 옳다. 비록 그리스인들이 내놓은 ‘답’은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볼수록 부정확했지만 그들이 했던 ‘질문’은 아주 적확한 과학적 질문이었다. 현대 과학은 그들이 제시했던 답안 곳곳에 보였던 빈칸을 두리뭉실한 언어 대신 치밀한 수학적 언어로 채워주었다.
플라톤 이후 수천 년에 걸친 세월은 이런 빈칸 채우기에 필요한 과학적 실험 도구와 수학적 언어를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 pp.36~37

과학자가 가장 슬퍼해야 할 때는 그가 했던 일이 실패했을 때가 아니라, 무의미할 때이다. 그 결론만 놓고 보면 실패한 이론이었지만, 역사적으로 볼 때 《티마이오스》는 최초의 물질 이론을 담은 책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보석 같은 요소를 담고 있다. 특히 엄밀한 수학 증명 결과를 자연현상 해석에 적용했다는 점을 가장 매력적인 측면으로 들고 싶다. 《티마이오스》 이후 25세기에 걸쳐 물질의 본질에 대한 탐색이 있었다. 그 결론을 한마디로 내리면 이렇다.
‘모든 물질은 양자 물질이다.'
--- p.45

어떤 호텔이 있다. 이름은 파울리 호텔이라고 한다. 이 호텔에는 독특한, 절대 어길 수 없는 규칙이 하나 있다. 어떤 방이든 각 방에는 남자도 한 명, 여자도 한 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는 규칙이다. 텅 빈 방, 남자 혼자 투숙한 방, 여자 혼자 투숙한 방, 남녀 한 쌍이 투숙한 방은 있지만 남자 둘, 여자 둘이 같은 방에 들어오는 건 절대 허용되지 않는다. 세상에 어떤 호텔이, 무슨 이유로 이런 묘한 규칙을 요구할까?
--- p.78

파울리 호텔은 바로 물질이다. 물질은 원자를 조합해서 만들어졌고, 각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묶여 있는 원자핵, 그리고 그 주변을 맴도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모든 물질 속에는 그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 개수에 비례하는 수많은 전자가 있는 셈이다. 각각의 전자는 고유한 방 번호가 붙어 있는 방에 투숙하고 있다. 이 방 번호를 양자역학에서는 양자수라고 부른다. 우리 주변에 보이는 모든 물질은 일종의 파울리 호텔이다.
--- p.81

하이젠베르크가 그의 풋내기 학생에게 제시한 주제는 원자 세계의 문제도, 우주의 문제도 아니었다. 그가 내린 화두는 “자석은 왜 자석인가?”와 “왜 금속에서 전류가 흐르는가?” 이 두 문제였다. 이제 막 양자역학이란 멋진 도구가 탄생했고, 유럽의 능력 있는 이론물리학자라면 너도나도 그 과실을 따 먹으려고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던 때인데, 왜 하이젠베르크는 하필 이런 유치한 문제를 두고 고민하면서 학생에게 풀어보라고 시켰을까?
--- p.101

그 26년 동안 오너스가 과학적인 성과라고 할 만한 것을 딱히 거두었을 리 만무하다. 그가 했던 일이라고는 그저 세계 최고의 저온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장비를 설계하고, 설계를 수정하고, 장비를 만들고 관리할 전문 숙련공을 훈련시키는 것이었다. 과학자의 인생이나 그의 성취를 너무 낭만적으로 묘사하거나 영웅시하는 일은 물론 경계해야겠지만 이 대목에서 한 번쯤 가슴 뭉클해지는 감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26년이란 세월을, 딱히 세상에 자랑할 만한 논문 한 편도 없이, 어떻게 버텼을까! 오너스의 집념, 그 주변 사람들의 이해와 도움, 그리고 그의 연구실에서 하는 사업을 꾸준히 지원해주었던 네덜란드라는 국가나 레이던대학교의 제도 등을 상상해보면 놀라움과 부러움과 존경심이 한꺼번에 교차된다.
--- p.114

빛이 파동임을 증명했던 맥스웰로부터 슈뢰딩거의 양자역학 방정식 탄생까지, 그 탐구의 시작과 끝만 딱 떼어놓고 보면 천지개벽과도 같은 변화가 분명했다. 하지만 그 중간 과정을 단계별로 뜯어보면 한 알의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싹이 나고 크게 자라 마침내 참나무가 되듯 점진적인 변화의 측면도 분명히 보인다. 양자역학의 핵심 상수를 도입한 플랑크의 논문에는 막상 양자란 단어가 하나도 등장하지 않았고, 빛이 알갱이라고 주장한 아인슈타인의 논문에는 광자photon란 단어가 없다. 대신 ‘양자’는 자유롭게 사용하고 있다. 정작 ‘광자’를 공식적으로 사용한 건 1926년 미국의 물리화학자 루이스Gilbert Lewis(1875~1946)였다. (학문적) 선배에게는 매우 조심스러웠던 개념이 다음 세대에선 자연스럽게 통용되고, 이를 토대로 다음 단계로 조심스럽게 나아가는 현상은 그 당시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과학이 움직이는 모습이다.
--- p.166

우리는 은연중에 물질이라고 하면 직접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은 너비와 길이와 높이가 있는, 3차원적인 어떤 대상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있다. 현대의 물질 과학은 이런 (일상적인 경험에 근거한) 편견을 20세기 후반 들어서 극복해버렸다. 물질에는 2차원 물질, 1차원 물질도 있다.
--- p.211

자석이란 단어가 일반적으로 주는 인상은 놀라움과 경외감보다는 그저 ‘아이들 장난감’에 훨씬 가깝다. 나 역시 양자 물질을 연구하는 물리학자가 되기 전까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실 자석은 양자역학의 본성을 제대로 알아야만 간신히 이해할 수 있는 신비로운 물질이다.
--- p.234

『물질의 재발견』

필자들이 다루는 ‘물질’은 통속적인 재화, 정신과 대비되는 철학적 대상이 아니다. 종교적 영성과 대비되는 속됨을 상징하는 물질은 더더욱 아니다. 과학적 탐구의 대상이 되고, 실생활의 도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평범한 물질이다. 구리, 반도체, 절연체, 흑연, 유리, 액체, 기체, 빛, 자석이 이 책의 주제다. 이런 시시한 물질 이야기로 어떻게 책을 쓸 수 있나 의아해할 모든 사람들에게 꼭 일독을 권한다.
--- pp.9~10

이처럼 이미 산업에서 폭넓게 쓰이는 반도체는 기초과학 연구가 대부분 완성되어 더 연구할 내용이 별로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필자도 1980년대 후반 박사 과정에 진학하면서 반도체는 전공하지 않기로 결심했었다. 1983년에 삼성반도체가 64K DRAM을 국산화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반도체 분야는 기초과학인 물리학에서는 할 일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먼 길을 돌아와서 지금은 학부 과정에서 ‘반도체 물리학’을 강의하고 실험실에서는 새로운 유기 반도체 물질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으니, 필자 개인의 연구 여정 자체가 ‘반도체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다.
--- p.47

OLED 디스플레이는 유기 반도체로 만들 수 있는 여러 가지 광전자 소자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우리나라 전자 산업에서는 우리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하고 시장에서도 성공한 신기술 제품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OLED 디스플레이 이전까지 우리나라가 높은 세계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던 메모리 반도체나 LCD 디스플레이 등의 제품은 다른 나라에서 양산한 기술을 도입하여 나중에야 독자적으로 기술 고도화에 성공하여 세계적 경쟁력을 달성한 것이다. 이에 반해 OLED 디스플레이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전까지 시장에 존재하지 않거나 다른 국가에서 성공하지 못한 새로운 소자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여 상업적으로도 성공시킨 것이다. 기초 연구에 의해서 가능성이 제시된 개념을 세계 시장에서 성공하는 제품으로 만든 것은 우리나라 전자 산업계에서는 처음 경험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 p.80

흑연과 투명 테이프를 구하여, 투명 테이프를 흑연에 붙였다가 떼는 것을 반복하면 아주 미세한 검은색이 투명 테이프에 붙게 된다. 그 투명 테이프를 이산화규소(SiO2) 기판 위에 문지르면 투명 테이프에 붙었던 검은색 먼지들이 기판에 옮겨붙는데, 그 검은색 먼지들이 그래핀이다. 아주 저 예산 실험이다. 준비물은 이산화규소 기판, 흑연, 그리고 투명 테이프이다. 값비싼 최첨단 연구 장비가 좋은 연구의 필수 조건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사실 연구에는 정해진 방법이 없고, 연구의 중요도와 연구의 난이도가 꼭 함께 가는 것은 아니다. 연구 방법은 쉬울수록 좋다.
--- pp.136~137

고체를 뜨겁게 달궈 액체를 만드는 게 가능하다면, 그 반대로 (라부아지에의 상상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기체를 차갑게 냉각해 액체로 바꾸는 것 역시 가능할 텐데, 막상 기체를 액체로 만드는 장면은 영화 속 용광로처럼 익숙한 이미지로 남아 있지 않다. 왜 그럴까? 다양한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에 그 궁극적인 차이는 가열 기술과 냉각 기술 사이의 비대칭성에 있다.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라이터 하나만 켜도 몇백 도의 온도에 쉽게 도달할 수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 물도 끓일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물을 얼릴 수 있는 휴대용 도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 p.152

양자역학이라고 하면 흔히 원자 같은 미시적인 개체에만 적용되는 물리 법칙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위키피디아조차도 양자역학을 “원자나 그보다 작은 입자들의 자연 현상을 기술하기 위한 물리학 이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양자역학 이론이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우리 눈에 보이는 거시적인 물체가 내뿜는 빛의 스펙트럼 밀도(파장에 따라 방출되는 빛의 양을 표현하는 물리량)를 이론적으로 설명한 막스 플랑크의 흑체 복사 법칙이니, 거시적인 물체라고 해서 양자역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흑체 복사의 경우를 제외하면 일상에서 양자역학적 효과가 눈에 잘 띄지 않을 뿐이다.
--- pp.173~174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 주변에서 한 번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빛을 오랫동안 다뤄온 필자에게는 빛이 딱 그렇게 느껴진다. 빛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에 비유된다. 말 잘 듣는 전자는 전선에 전압만 걸어주면 그 전선이 제아무리 휘거나 꺾여 있어도 딴 길로 가지 않고 잘만 따라가는데 빛은 (우리가 경험적으로 잘 알 듯) 사방으로 흩어지거나 반사해버린다. 광학이라고 불리는 과학은 결국 이런 야생마 같은 빛을 길들여 제어하는 과학이라 할 수 있다.
--- p.222

스마트폰의 뒷면을 보면 카메라가 보기 싫게 툭 튀어나와 있다. 요샛말로 “카툭튀”라고 하는데 영어로도 “camera bump”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왜 카메라가 툭 튀어나와 있을까? 전자 소자들의 크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었고 회로 설계 최적화를 통해 핸드폰의 두께 또한 혁신적으로 얇아졌지만 빛의 굴절을 이용하는 렌즈는 그 두께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또한 카메라의 화소 수를 늘려 성능을 올리고 싶으면 센서의 크기를 키워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보니 대신 렌즈의 수를 늘리게 됐고, 결과적으로 카메라의 성능은 향상됐지만 ‘카툭튀’ 현상을 초래하게 된 것이다.
--- pp.234~235

유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질서다. 정확히 말하면 정지된 무질서다. 유리를 구성하는 분자들은 무작위적으로 어지럽게 배열되어 있지만 액체 속 분자처럼 자리를 바꾸거나 흘러 다니지는 않는다. 유리의 강도는 결정과 비슷한 수준이고 형상도 고정되어 있다. 액체의 무질서한 분자 분포 구조와 고체의 단단함을 동시에 갖는, 액체와 고체라는 두 상태 사이에 어정쩡하게 갇혀버린 물질이 유리다.
--- p.245

수동적으로 다른 물체를 보호하거나 빛의 투과를 담당하는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난 스마트 유리도 등장하고 있다. 적당한 전압을 가해주면 색이나 투과도가 변하는 유리, 기능성 코팅을 통해 스스로 표면을 청소할 수 있는 유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래의 스마트 유리는 낮에는 투명 태양전지판이 되어 에너지를 모으고 이를 투명 배터리에 저장한 후 밤에는 디스플레이나 조명으로 변하는 만능 유리가 될 것이다. 반세기 전에 유리 과학자들이 꿈꾸었던 신기술의 상당수가 이미 현실화되었으니 이런 스마트 유리가 가까운 미래에는 일상 속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
--- pp.267~268

반도체 공학자가 아니어도, 반도체 설계에 아무런 관심이 없어도 끊임없이 비트란 말을 들으면서 지난 몇십 년을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양자역학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도 끊임없이 큐비트란 단어를 들어가며 살아야 할 운명이다.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를 이길 수 있는 이유를 이삿짐 나르기의 비유로 설명했다. 힘이 아주 세고 발이 빠른 일꾼 한 명 대신 평범한 체력을 가진 일꾼 다수로 대치하자는 게 작전이었다. 현실에선 여러 명의 일꾼이 동시에 일을 하는 게 쉽지 않다. 일단 일꾼들 사이에 호응이 잘되어야 한다. 짐을 나르다가 서로 부딪혀도 안 되고, 각자 자기한테 할당된 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움직여야 한다. 다시 말하면 여러 명의 일꾼이 일을 잘하도록 컴퓨터를 잘 제어해야 비로소 여러 명이 일하는 효력이 나타나는 것이다. 지금의 양자 컴퓨터 연구 상황은 말하자면 이런 제어를 좀더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중이다.
--- pp.288~289

초전도체는 완벽한 물질 같지만, 초전도체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초전도체를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 약점 때문이다. 슈퍼맨이 크립토나이트에 맥을 못 추는 것처럼, 초전도체는 높은 온도에서 힘을 잃는다. 낮은 온도에서 놀라운 특성을 보이던 초전도체는 온도가 올라가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일반적인 전도체로 변한다. 이렇게 초전도 성질을 잃는 온도를 전이온도라고 한다. 문제는 초전도 현상이 사라지는 전이온도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너무 낮은 온도라는 점이다.
--- p.297

혹시 표준모형 안에서 암흑물질의 후보를 찾을 수는 없을까? 먼저 이미 알려진 암흑물질의 성질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암흑물질은 은하를 만드는 데 직접 관여한 게 분명하므로 은하가 형성되던 수십억 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안정적으로 존재했어야 하며, 전기적으로는 중성이어야 한다. 알려진 소립자 중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안정하게 살아 있을 수 있는 입자는 전자와 중성미자밖에 없다. 이 중 중성미자만 중성이다. 양성자도 안정한 입자이지만, 전자와 마찬가지로 전하를 가지고 있어 암흑물질의 후보에서 제외된다. 그렇다면 결국 마지막으로 남은 후보인 중성미자가 암흑물질일까? 불행히도 답은 ‘아니오’다.
--- pp.329~330

확실하게 “이것이 암흑물질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다만 이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지난 수십 년간 노력해온 결과 어렴풋이 그 그림자 정도를 보기 시작했다는 말은 할 수 있다. 비록 그 그림자가 진짜 암흑물질의 그것인지 아니면 우리의 상상력과 수학 실력의 한계 때문에 나타난 환상인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과학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어려운 문제는 우리의 지혜를 발전시킬 소중한 기회가 되어왔다. 암흑물질 문제는 현재 인류가 얻은 기본 입자와 힘에 대한 가장 정밀한 이론인 표준모형으로 도저히 해결할 수 없기에 오히려 새로운 물리학의 길이 아직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원자론으로 대표되는 물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줄 계기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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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수학은 모양 공부의 가장 근본적인 분야로, 직관에 가까운 그림들로 시작해서 가장 추상적인 개념에 이르기까지 수학의 모든 영역에서 깊디깊은 핵심을 꿰뚫고 지나간다. 수학자들조차 어렵게 느끼는 위상수학이 저에너지 물리학, 즉 거의 일상적인 현상에 가까운 물리에 적용된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랍다. ‘에너지의 모양’은 측정 가능한 현상이고, 이를 이용해서 만들어지는 ‘위상 물질’은 19세기에 정립된 전자기학만큼이나 인류 문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지고 올 것이 분명하다. 이 분야 전문가인 한정훈 교수의 직관적이면서 자세한 설명으로 가득한 이 책은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안내하는 친절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 김민형 (워릭대학교 수학과 및 수학대중교육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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