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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본점 앞에서 만나

: 어느 직장인의 로또 명당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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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38g | 110*178*14mm
ISBN13 9791168126176
ISBN10 1168126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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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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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학원의 수강생 나이는 평균 30살이니 전국으로 모집단을 넓혀보아도 비슷한 값이 도출될 거라는 가정. 그리하여 30살에 순경으로 입직한 뒤 별다른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는 이상 30년간 근무 후 경감 계급으로 정년퇴직한다는 게 교수님의 전제였다. 전제를 토대로 평균에 평균을 거듭하여 계산했을 때, 퇴직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월급과 수당이 대략 15억 정도라는 매끄러운 결론까지.
---「프롤로그 : 케이크 암살 사건」중에서

압도적인 크기의 캔버스 앞에 앉아 두서없는 문장을 펜이 닳을 때까지 써 내려가고 싶었다. 비가 오는 워싱턴 스퀘어에서 젖어가는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던 길거리 예술가와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다. 웨이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쉐이크쉑 매장에서 버거를 꼭꼭 씹어 삼키고 싶었다. 체스로 돈내기를 하는 노숙인에게 회심의 체크메이트를 선사하고 싶었다. 무료로 이용 가능한 실외 아이스링크에서 엘사처럼 얼음 위를 마음껏 누비고 싶었다. 여태껏 난 스케이트장에도 가본 적이 없었다. 뭐 그리 사는 게 바빴다고. 바쁘게도 가난하게 살았던 내 모습. 초라하지만 결코 초라하지 않은 모습으로, 오래도록 살아내고 싶었다. 그게 7박 9일간 뉴욕에서의 단상이었다.
---「고작 1번의 만남으로도」중에서

관리가 힘들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마는 진정 네 바퀴로 가는 나만의 꿈이었다. 무미건조했던 삶에 기대하지 않던 폭설이 쏟아진 후 얼었던 대지가 녹으면서 총천연색의 자연이 피어오른 것만 같았다. 라마를 필두로 잊었던, 혹은 멀리멀리 미뤄뒀던 많은 결심과 꿈들이 마구마구 싹을 틔웠다. 내일은 어딜 가봐야지. 거기서 뭘 해봐야지. 그 전에 이걸 분비하면 더 좋지 않을까? 아이디어가 샘솟았다. 자동차 한 대가 이토록 큰 기쁨을 줄 수 있다니. 이건 진정 사랑이야.
---「4바퀴로 가는 꿈」중에서

흰머리를 멋지게 올린 중년의 여사님은 꼬막처럼 입을 옹졸하게 다문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알아보기 힘든 글자를 공책에 휘갈겨 적더니 볼펜으로 글자를 콕콕 찌르며 말했다.
“자네 인생에 절대 없는 게 두 개 있어.”
“뭔데요?”
여사님은 걸걸한 목소리로 여분의 케이크를 향한 꿈에 철퇴를 내려버렸다.
“로또랑 부동산. 자네 인생에 공짜는 절대 없을 거야.”
---「낙지 다리는 8개지」중에서

서울에서 흘린 눈물은 이 도시에 바치는 구독료라 생각하니 그럭저럭 합리적으로 느껴졌다. 여기서고생하는 원대한 이유가 있을 거다. 아무 이유 없이 시련만 겪는 주인공은 없다. 로또의 신이 됐든, 창조주가 됐든, 절대자라면 그 누구든 나에게 이런 과정을 선사한 이유가 있겠지. 고향에 두고 온 오랜 벗들에게 전한 포부가 있으니, 더 이상 울고 있을 수만은 없다.
---「30살, 서울에서 울기 좋은 나이」중에서

까칠한 상사를 둔 줍줍이가 어렵게 승인받은 입사 후 첫 휴가. 만나면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껴서 수다를 떨 작정이었다. 주택에 살면서 수시로 바비큐를 해먹어본 덕에 바비큐 학과 박사학위를 보유한 줍줍이는 내가 생각지도 못한 준비물을 이것저것 많이도 챙겨 왔다. 밖에서 사면 다 돈이야, 알지? 줍줍이는 흡족한 표정으로 캐리어를 쓰다듬으며 말했고 나는 활짝 웃었다. 이번 여행, 진짜 즐거울 거야.
---「눈물의 각도는 41도」중에서

”많이 웃어라. 마음 나쁘게 먹지 말고. 꼭 좋은 일이 올 끼다. 꼭 로또 1등에 당첨될 날이 올 거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말고. 웃자. 눈은 항시 총명하게 뜨고. 오뉴월에 시장 바닥에 누워 있는 동태 눈깔처럼 하고 다니지 말고.”
오늘도 전화로 로또에 대한 신념을 전파하는 또로회의 수장이자 로또교 신자인 엄마의 말씀. 공자, 맹자보다 위대한 것은 웃자라는, 철학과를 나온 나도 알지 못했던 가르침을 전파하는 엄마의 5천 원짜리 꿈과 5천 원어치의 믿음.
---「45지 선다형」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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