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산림과 끝없는 해변에서 생활하는 동안 내 영혼, 바꿔 말해서 내 시와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땅 사이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벌써 아득한 옛날 일이 되었다. 그러나 그때 시작된 교류, 그때 얻은 깨달음, 그때 땅과 맺은 약속은 지금까지도 내 삶 속에 남아 있다.
---「1장 시골 소년」중에서
“작가의 작업은, 적어도 시인의 작업은, 신비하거나 비극적인 것이 아니라 개인적인 작업, 대중을 위한 작업이라고 나는 항상 생각해 왔다. 시와 가장 유사한 것은 빵이요 질그릇이요 서투른 솜씨로나마 정성껏 깎은 목각품이다.”
---「2장 도시의 방랑자」중에서
시가 우리 인간을 위해서 봉사할 수 있을까? 시가 인류의 투쟁에 동반자가 될 수 있을까? 지금껏 시는 비합리적이고 부정적인 영역을 실컷 걸어 왔다. 이제는 걸음을 멈추고 휴머니즘의 길을 찾아야 한다. 비록 휴머니즘이 현대문학에서 추방되었다고는 하나 인간 존재의 염원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6장 쓰러진 사람들을 찾아서」중에서
내 보잘것없는 시는 민중에게 칼이 되고 손수건이 되어, 무거운 고통으로 흘린 땀을 닦아 주고 빵을 위한 투쟁의 무기가 되기를 열망했다. 그러자 세상이 넓어지고 깊어지고 영원해졌다. 이제 우리는 대지 위에 당당히 발을 딛고 서 있다
---「6장 쓰러진 사람들을 찾아서」중에서
고통받으며 투쟁하고, 사랑하며 노래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세상에 나누어 주는 것이 내 몫이었다. 빵도 맛보고 피도 맛보았다. 시인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눈물에서 입맞춤에 이르기까지, 고독에서 민중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내 시 속에 살아 움직이고 있다. 나는 시를 위해 살아왔고, 시는 내 투쟁의 밑거름이었다.
---「8장 암담한 조국」중에서
참혹한 전쟁이 발밑에 다다랐을 때, 침략자들이 민중과 문화를 파괴하려 했을 때, 소련의 작가들은 싸우고 쓰러지고도 또 싸우고 승리하면서 10월 혁명의 숭고한 휴머니즘과 그대의 유산을 지켜 내기 위해 자신의 피와 말과 사랑과 열정을 바쳤다네. 책은 강해졌고 도시와 시골과 마을을 침범했으며 도서관과 길과 집과 병원과 공장을 채우며 먼 지역까지 다다랐네.
---「9장 망명의 시작과 끝」중에서
사람은 사람일 뿐, 그 외의 어떤 규칙이나 호칭이나 딱지를 붙이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누구나 성당에 들어갈 수 있고, 인쇄소에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누군가를 체포하거나 추방하려고 시장을 면담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누구나 웃는 얼굴로 시청을 드나들 수 있기를 바란다. 곤돌라를 타고 도망가는 사람도, 오토바이를 타고 뒤쫓는 사람도 없기를 바란다. 또 대다수 사람들이, 아니 모두가 말하고 읽고 듣고 번영하기를 바란다. 내가 생각하는 투쟁이란 모든 투쟁을 끝내기 위한 투쟁일 뿐이며, 강력한 대응이란 모든 강력한 대응을 끝내기 위한 강력한 대응이다. 나는 지금까지 오로지 한 길을 추구해 왔는데, 그 이유는 이 길이 우리 모두를 영원한 사랑으로 이끌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10장 여행과 귀환」중에서
나는 독창성을 믿지 않는다. 독창성이란 급속도로 몰락해 가는 우리 시대가 만들어 낸 미신에 불과하다. 나는 개성을 믿는다. 예술 창조에서 어떤 언어와 형식을 사용하든, 또 예술품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개성은 드러나게 마련이다. 그러나 독창성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관념은 근대의 발명품이자 속임수의 산물이다. 시인들 가운데는 한 국가나 한 언어권이나 전 세계의 계관시인으로 등극하고자 열망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선거인단이나 찾아다니며 경쟁자가 될 만한 사람을 음해하기 일쑤이니, 제대로 된 시가 나올 리 없다.
---「11장 시는 직업이다」중에서
그대들에게 말을 건네면서, 그대들과 함께하면서, 나의 시와 투쟁이 그대들의 생각과 마음과 마주하게 하면서 나는 누군가의 마음을 다치게 하거나 그대들의 그 어떤 꿈도 깨지 않기를 바랐다. 그대들의 가슴을 옥죄는 숨겨진 의문에 대한 답을 나의 말에서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새로운 질문과 또 다른 불만족이 그대들에게서 깨어나기를 바란다. 삶과,기쁨과 세상이 주는 고통이 매일 대문을 부수고 우리의 집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 삶은 밤이면 죽고 새벽이면 다시 태어나는 신비로운 실체로 이뤄져 있다. 그러니 이제 갓 찾게 된 해답과 더불어 새로운 질문이 태어나길 바란다.
---「12장 희망과 고난의 조국」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