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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마를 바꾸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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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5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392g | 130*200*18mm
ISBN13 9791163168645
ISBN10 1163168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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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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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그렇지 않습니까. 우리 솔직해져봅시다. 아이들은 종종 부모의 품을 떠나고 싶어 하고, 때때로 부모들은 자기 자식을 버리고 싶습니다. 부모와 자식은 서로 말하지 못하는 욕망을 숨기고 있죠. 부모를 바꾸고 싶다, 자식을 바꾸고 싶다. 더 직설적으로 말해볼까요? 부모를 버리고 싶다. 자식을 버리고 싶다. 언제든 기회가 된다면. 저는 그게 나쁜 일도, 숨겨야 할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욕망이죠. 저 마이클 천은 그러한 이해 아래에서 입양이라는 제 삶의 숙명을 잘 헤아리고 있습니다. 저를 버리고 싶었던 것이죠. 하지만 원래의 부모 밑에서 그대로 자랐다면 저도 아마 부모를 바꾸고 싶었을 것입니다. 겪어본 적 없는 삶이지만 반드시 그러하리란 생각이 듭니다.

단지 누군가의 육체에서 떨어져나왔다는 사실로 평생 부모와 자식이 된다는 사실이 더 희한합니다. 떨어져나온 뒤부터 서로 다른 삶이라면, 그 인연을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어둘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친구와 동료, 애인이나 아내를 자신의 선택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부모 또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설하자면 이렇습니다. 자식이여. 그리고 부모여. 서로에게서 자유로워질 기회, 그 기회를 제가 만들어드리겠습니다.
--- p.11

“성공이 그렇게 중요해?”
“바다야.”
마이클 천은 토스트를 입에 물며 천천히 목소리를 내리깔았다. 흔들리는 통유리가 그의 등 뒤에서 위태롭게 서 있었다.
“백인들은 망해도 재기할 수 있어. 하지만 말이야. 나는 아니다. 나 같은 유색인종, 특히 입양아 출신의 코리안은 한번 망하면 다시는 일어설 수 없어. 온갖 구설수가 다 따라붙는다. 그래도 넌 다행인 줄 알아.”
“내가 뭘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데?”
“바다 네가 내 딸이라는 사실. 넌 실패를 걱정할 필요도 없어. 태어날 때부터 성공했으니까.”
마이클 천은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 그가 잠시 커피를 들이마시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지진 났다고 그렇게 뛰어다니지 마. 천바다, 넌 이 마이클 천의 하나뿐인 딸이야. 넌 어디에서도 그렇게 다급할 필요가 없어.”
“그게 아빠가 말하는 다행이라면 난 전혀 다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날 이후부터다. 천바다가 흔들리는 것을 무서워하게 된 것은. 자신의 두 발로 딛고서야 할 단단한 땅, 버티고 설 수 있는 버팀목이라 믿었던 그것이 이토록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 그날부터.
--- p.231

토스트는 천종환을 들여다보았다. 그녀의 눈 속으로 물비린내 섞인 바람이 불고 있었다. 그 바람이 천종환의 잿빛 머리칼을 흔들고 있었다. 그 흔들림은 다른 모든 흔들림과 결이 조금 달라서, 토스트는 도리어 안정감을 느끼고 말았다. 이런 게 가족에게서 느끼는 편안함이라는 것일까. 미국에 있는 조부, 조모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토스트는 제 마음속을 가만히 헤아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면 마이클 천이 자신을 먼저 지탱해주기 전에, 자신이 먼저 그의 버팀목이 되어줄 수도 있지 않을까. 이제까지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다는 것이 도리어 이상하게 느껴졌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아니요. 꼭 다시 올게요. 그동안 조심히 잘 계세요.”
토스트는 비장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천종환이 그녀를 말없이 그저 바라만 보았다.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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