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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태양 1~2 세트

절반의 태양 1~2 세트

[ 전2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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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792쪽 | 130*210*6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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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주인어른은 약간 미쳤다. 해외에서 너무 오랫동안 공부한 그는 사무실에서 혼잣말을 하고, 인사해도 대답하지 않을 때가 있으며, 머리카락이 덥수룩하다. 숙모가 그렇게 말해 주었다. 그녀는 으그우를 데리고 길을 걸으며 나지막하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분은 좋은 분이야. 네가 일만 잘한다면 배불리 먹을 수 있어. 고기도 매일 먹을 수 있을 거야.”.
--- p.9

올란나는 대저택 담장에 모인 거지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몸뚱이와 동냥 그릇에 파리 떼가 가득 뒤덮여 있었다. 님 나무 잎사귀에서 향긋하고 시큼한 향기가 흘러나왔다.
“난 백인과 달라.”
올란나가 작게 말하자, 모하메드가 흘낏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야 당연하지. 당신은 민족주의자고 애국자잖아. 그리고 얼마 후에는 자유의 투사인 교수님이랑 결혼까지 할 거고.”
--- p.87

“자매도 왔어요?”
“네, 쌍둥이 자매요.”
그녀는 중요한 사실이라도 되는 양 잠시 멈추었다 다시 말했다.
“카이네네와 올란나. 올란나는 신의 황금이라는 서정적인 의미이고 제 이름은 이제 신께서 무엇을 주실지 기다려 보자는 훨씬 실용적인 의미지요.”
리처드는 그녀가 입 한쪽 끝을 끌어올리며 짓는, 뭔가를(어쩌면 불만을) 숨기는 냉소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시간이 그에게서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누가 언니인가요?
리처드가 묻자 카이네네는 눈썹을 치켜뜨며 말했다.
“누가 언니냐고요? 대단한 질문이군요. 제가 먼저 나왔다고 들었어요.”
--- p.108

“저 여자가 자랄 때는 화장실에서 일을 본 다음에 하인들이 이케를 닦아 줬다고 들었어. 게다가 부모가 저 여자를 대학에까지 보냈다며? 이유가 뭐야? 여자는 교육을 너무 많이 받으면 안 돼. 이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여자는 머리가 크면 남편한테 덤벼드는 거야. 내가 그런 며느리를 어떻게 보겠니?”
큰마님이 윗옷 자락을 집어서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계속 말했다.
“대학에 가는 여자들은 남편이 쓸모없어지면 내팽개치지. 아마 아이도 제대로 못 낳을 거야.”
--- pp.161~162

“모하메드?”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공항 도로에 이보족 시신이 널려 있대.”
그때 비로소 올란나는 이것이 이슬람교 학생들이 벌이는 단순한 데모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려움 때문에 목이 탔다. 그녀는 그의 두 손을 꼭 움켜잡으며 사정했다.
“우선 친척들부터 구해야 돼, 제발.”
모하메드가 사본가리로 자동차를 몰았다. 먼지가 쌓인 노란 버스가 옆을 빠르게 지나갔다. 정치인들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주민들한테 쌀과 돈을 나누어 주면서 선거 운동을 할 때 사용하는 버스 같았다. 한 남자가 버스 문 밖에 매달려서 입에 확성기를 대고 하우사 말로 천천히 소리쳤다.
“이보족을 몰아내자. 이단을 몰아내자. 이보족을 몰아내자.”
--- p.266

2권

아버지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런 여자랑 관계를 맺고 우리 어머니 친구분들이 사시는 동네에 집까지 사 주셨다는 건 정말 불쾌한 일이에요. 아빠는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회사에서 그 집으로 갔고 운전사는 그 집 에다 주차했어요. 그건 우리 어머니의 따귀를 때리는 격이에요.”
아버지 눈길이 아래쪽을 향하고 있었다.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남자의 시선이었다.
“아빠한테 어떻게 하라고 말씀드리진 않겠지만 뭔가 조치를 취하셔야 할 거예요. 우리 어머니가 힘들어하세요.”
올란나는 “조치를 취하셔야 할 거예요.”라는 말을 일부러 강조하며 말했다. 지금까지 그녀는 아버지에게 이런 식으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아버지에게 말을 거는 일 자체가 거의 없었다. 올란나는 가만히 서서 아버지를 물끄러미 바라봤고 그도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사이에 공허한 침묵이 맴돌았다.
--- pp.110~111

오데니그보가 시선을 피하며 신문을 펼쳤다. 순간 충격이 서서히 번져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그의 딱딱한 동작은, 그 얼굴에 떠오른 공포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은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는 의미였다.
“당신 아말라한테 손댔구나.”
올란나가 말했다. 질문이 아니었다. 그러나 대답을 듣고 싶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길,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느냐며 화를 내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안락의자에 앉은 채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볼 뿐이었다.
“당신이 아말라한테 손을 댔어.”
--- pp.35~36

리처드가 식탁에 앉아 있을 때 현관 종소리가 울렸다. 그는 라디오 소리를 줄이고 작업하던 원고를 정돈하고 나서 현관문을 열었다. 해리슨이 서 있었다. 이마와 목덜미와 두 팔 그리고 카키색 반바지 밑으로 드러난 두 다리가 피투성이였고 붕대로 감겨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리처드는 기절할 뻔했다.
“해리슨! 맙소사!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안녕하세요, 주인어른.”
“공격을 받은 거예요?”
해리슨은 안으로 들어와서 누더기 가방을 내려놓고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리처드는 해리슨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가 두 팔을 들어 머리에 묶은 새빨간 붕대를 푸는 순간 이렇게 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그러면 안 돼요. 지금당장 운전사를 불러서 병원으로 가요.”
해리슨이 붕대를 홱 잡아당겼다. 머리는 깨끗했다. 상처도, 피 흘린 자국도 없었다.
“이건 홍당무 즙이에요, 주인어른.”
--- pp.160~161

에지마 음, 마음 단단히 먹어. 약해지면 안 돼. 으그우가 죽었어.”
올란나는 그 소식을 인정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느껴지는 건 단단히 움켜잡은 카이네네의 손밖에 없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대답했다.
“아니야.”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아니야.”
올란나가 재차 말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마두가 당번병을 통해서 보내온 소식이야. 으그우는 현장 기술부대에 있었는데 지난주에 대대적인 공격을 받아서 그 부대에 대규모 사상자가 나왔어. 병사 중 극히 일부만 돌아왔는데 으그우는 없었어. 시신을 찾은 건 아니지만 다른 시신들도 대부분 못 찾았어.”
카이네네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말했다.
“신원을 파악할 정도로 온전한 시신이 별로 없었어.”
--- pp.32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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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게 삶을 묘사하는 대단한 소설이다. 열정적인 지성으로, 개인적 체험에 근거해 한 시대의 초상을 그려 낸 이 소설은 20세기 고전들의 훌륭한 후계자다.
- 조이스 캐롤 오츠 (작가)
이 새로운 작가는 지혜를 들려주는 고대 이야기꾼들의 재능이 있다.
- 치누아 아체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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