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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빠진 소녀

악시 오 저 / 김경미 | 이봄 | 2023년 06월 0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5 리뷰 31건 | 판매지수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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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488g | 140*210*20mm
ISBN13 9791190582704
ISBN10 1190582708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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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따르면, 바다의 신 용왕의 무자비한 화를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은 오직 용왕의 진정한 신부뿐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동쪽 바다에 엄청난 폭풍이 불어닥치고 천둥 번개가 하늘을 가르고 바닷물이 해안가로 넘치면 사람들은 신부를 뽑아 용왕에게 바친다. 어쩌면 제물을 바친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 신화를 얼마나 믿느냐에 따라.
--- p.9

전에 본 적 없는 광경이다. 곡선 지붕과 홍예다리로 이뤄진 미로 같은 전각들이 무지개의 둥근 호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삼층 높이의 기둥에 매달린 등불은 불붙은 배의 돛처럼 황금빛으로 반짝인다. 도시를 관통하는 수로에는 거목의 빛나는 가지처럼 더 많은 등불이 떠 있다. 밝은색 물고기들이 하늘이 바다라도 되는 듯 바람을 따라 헤엄친다. 구름 같은 고래들이 머리 위에서 여유롭게 떠다닌다. 그리고 멀리서 용이 땅에서 풀려난 연처럼 허공에서 미끄러진다. 이토록 아름다운 광경을 또 볼 수 있을까. 이토록 무서운 광경도.
--- p.55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어.”
신의 말이 옳다. 그의 말대로 나는 연약한 인간에 불과하다. 어떻게 그 여인을 도울 수 있을까. 그녀를 찾아낸다 해도 내가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내 눈물밖에는. 하지만 그녀는 이미 수없이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희망의 끝자락에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이 마지막 기도뿐이었다…… 신들에게 비는 마지막 소원.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예요. 당신이 나를 도와준다면.”
--- p.152

“미나!” 고개를 돌려 보니 탈이 폭죽 더미를 들고 있다.
자객이 다시 칼을 휘두른다. 나는 빌린 단검으로 막아보지만, 그의 힘에 밀려 단검이 부러지고 만다. 자객이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칼을 높이 든다. 그때 다이가 앞으로 튀어나와 자객의 팔을 잡고 세게 물어뜯는다. 악 소리를 지르며 자객이 칼을 떨어뜨린다. 나는 재빨리 그 칼을 집어 그의 두꺼운 옷을 뚫고 마룻바닥으로 찔러넣는다.
“지금이야!” 내가 소리친다.
탈이 폭죽을 불속에 던지자 쾅하는 소리와 함께 터진다. 가게는 화염에 휩싸이고, 우리는 독한 연기에 반쯤 그을린 채 기침을 하며 앞으로 굴러 나온다.
--- p.221

심청은 치마를 만지작거리다 말고 내 손을 잡는다. “내가 정말 존경하는 또 한 사람은 바로 너야. 네가 날 대신해 나섰을 때 너무나 많은 감정이 휘몰아쳤어. 안도, 감사, 죄책감. 그리고 네가 뱃머리에서 뛰어내린 순간 나는 평생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에 휩싸였어. 희망. 너는 기적을 믿게 해.”
--- p.269

“미나!”
신이 가장 가까운 건물의 지붕 위에 서 있다. 지붕에서 뛰어내린 신은 땅에 구른 후 달려와 나를 끌어안는다. 땀과 피와 소금 냄새가 난다. 나는 그를 꼭 끌어안고 그의 심장박동에서 힘을 얻는다.
신은 팔을 풀며 용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선다. “미나를 다치게 두지는 않을 거야.”
--- p.293

“미안해요.”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하자 나는 돌아서서 용궁 계단을 뛰어올라가 용왕이 내민 손을 잡는다. 용왕이 나를 이끌고 계단을 올라가 대문을 넘는다. 용의 커다란 몸이 공중으로 날라올라 우리 머리 위를 미끄러지듯이 지나가자 바람이 불어온다. 생각이 흐려진다. 가슴이 텅 빈 것 같다. 마지막 순간 나는 뒤를 돌아본다. 신이 용궁 문 밖에서 고개를 숙이고 서 있다. 우리 사이에 문이 닫히는데도 그는 끝까지 고개를 들지 않는다.
--- p.295

변화는 서서히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지 몇 주 만에 내 소원으로 온 땅에 변화가 생긴다. 폭풍으로 나무가 뿌리째 뽑힌 곳에 하룻밤 사이 묘목이 자라난다. 가뭄으로 하천과 강이 다 말라버린 먼 내륙의 수로에 물이 가득차고, 곧 물고기와 새들이 북적인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북쪽에서 우리를 침략하기 위해 만든 무기가 모두 산산조각났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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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한국의 가장 유명한 고전소설 중 하나인 『심청전』을 찬란하게 재조명한 이 작품은 오래도록 사랑받는 고전을 보존하는 동시에 현대 독자들에게 심청전을 새롭게 각인시킨다. 악시 오가 만든 환상의 세계는 독특하고 매혹적이며, 나는 이 세계의 모든 것을 너무나 사랑하게 되었다.
- 엘렌 오 (『김주니를 찾아서』의 작가)
예술적인 문장, 놀라운 세계관, 응원할 만한 여주인공 등 이 이야기는 모든 것을 갖추고 있으며 그 이상이다. 스토리텔링의 놀라운 성취이자 손에서 내려놓을 수 없는 책. (…) 정말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 칼린 베이런 (작가)
내가 어렸을 때 읽었으면 좋았을 아름답고 매혹적인 이야기. 악시 오 작가는 한국 신화를 자신의 목소리로 매끄럽게 엮어냈고, 독자들에게 오랫동안 추천하고 싶은 진심 어린 이야기를 선물했다.
- 엘리자베스 임 (작가)
판타지 분야에서 빛나는 진정한 보석 같은 이야기. 악시 오 작가는 한국 고전소설 『심청전』을 멋지고 강렬하게 재구성하여 독자들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앞으로 몇 년 동안 다시 만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인 캐릭터들이 가득한, 잊을 수 없는 기발한 세계로 독자들을 데려다준다.
- 저넬라 앤절리스 (작가)
스튜디오 지브리의 팬을 위한 완벽한 책.
- 나탈리 응안 (작가)
신과 영혼, 놀라운 반전, 뒤섞인 운명의 세계로 빠져들 준비를 하라. 『바다에 빠진 소녀』는 용감한 여주인공이 활약하는 숨막히는 영화 같은 동화다.
- 트레이시 치 (작가)
매혹적인 세계관,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 기억에 남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바다에 빠진 소녀』는 독자들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기쁘고 놀라게 할 것이다.
- 줄리엣 마릴리에 (작가)
사랑, 가족, 희생에 대한 놀랍고 상상력이 풍부한 이야기. 악시 오의 서정적인 문장은 신들이 살아 숨 쉬는 특별한 신화의 세계로 안내하며, 운명을 바꾸려는 한 소녀의 결단은 여러분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 준 CL 탄 (작가)
『바다에 빠진 소녀』는 한국 신화에 뿌리를 둔 신령한 곳에 대한 묘사로 나를 사로잡았고, 사랑의 힘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나를 감동시켰다. 아름다운 작품이다!
- 쟈오 재이 시란 (『아이언 위도우』의 작가)
희생, 사랑, 운명에 대한 기발하고 창의적이며 절묘하게 쓰인 이야기. 『바다에 빠진 소녀』는 숨막히는 모험과 판타지 로맨스가 한데 어우러진, 완전히 매혹적인 작품이다.
- 스테파니 가버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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