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유의 관계와 비교의 문화가 어쩌다 불신과 숫자 만능 사회를 만들어버렸다. 신뢰와 연대가 보상은 고사하고 박탈감, 소외감, 억울함만 안겨준다. 돈이 신이 된 대한민국 사회에서 우리는 모두 ‘벼락부자’를 꿈꾸지만 실제로는 ‘벼락거지’ 꼴을 면하려 있는 힘을 다해 뛴다. 냉정과 열정을 넘나드는 이 책에서 저자는 저신뢰 사회를 극복하고 한국형 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한국형 공동체의 핵심 가치는 신뢰에 기반한 다양성 확장이다. 나는 최근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성공 사례에서 희망을 읽는다. 양궁, 쇼트트랙, 펜싱 등 세계를 제패한 스포츠에서 BTS, 조성진, 임윤찬은 물론,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성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숫자에 발목 잡힌 각자도생의 굴레를 벗어 던지고 서로를 존중하고 각자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건강한 사회로 가는 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여럿이 읽고 토론하기 좋은 책이다.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
벼락거지를 피하고자 아등바등 열심이다. 돈을 알려주고 불려주겠다는 소음도 많다. 그리하여 파이어족의 경제적 자유는 모두의 꿈이다. ‘자산=행복’은 의심되지 않는다. 모두가 숫자로 검증되는 돈의 양에 사활을 건다. 도대체 어쩌다 한국이 믿을 건 돈뿐인 저신뢰 사회가 됐을까 싶다. 개발협력 전문가인 저자는 빈곤·격차 등 숱한 후진국형 사회문제에 한국 사회의 오늘을 비춰본 듯하다. 풍요 사회의 역설을 비웃듯 숫자화된 불신·불만을 끄집어낸다. 즉 주술적 성공 신화가 숫자적 중간·평균의 집단 강박을 낳았다는 의미다. 비교를 위한 숫자만큼 설득력 있는 절대기준도 없는 까닭에서다. 이렇게 중간·평균의 기본값을 흡수한 우리는 시나브로 돈의 노예로 전락한다. 해법은 뭘까. 연대·협력을 통한 공동체의 복원을 내놓는다. 구태의연(?)한 제안임에도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인간 중심의 공동체에서 숫자를 대체할 실낱같은 희망도 찾아볼 수 있어서다.
-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사회경제학자)
30대 후반인 필자는 동년배나 더 젊은 세대를 염두에 두고 썼겠지만, 이 책은 입이 근질근질해도 “라떼는 말이야”를 차마 늘어놓지 못하는 50대 이상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모든 것이 숫자, 아니 돈으로 표시되는 사회.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달려간 곳이 겨우 여기였을까? 아니면 한평생 달려가지 못해서 젊은 세대와 함께 이런 지옥에서 헤매는 것일까? 유신세대와 386세대는 열정을 갖고 민주와 평등을 위해 헌신했던 세대들이었다. 그런데 왜 부모로서 그들은 자식들을 뒤처지면 죽는다며 무한 경쟁에 몰아넣었을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둘 수는 없지 않은가. 도대체 이해하기 힘든 젊은 세대들. 그들의 현실과 고민을 이해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같이 찾아보려는 사람들이 꼭 보아야 할 책이다.
-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