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하루하루가 흘러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사서 기쁘다가도 왠지 모를 불안감에 초조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생활’ 자체는 좋아해도 청소만큼은 언젠가부터 잘 모르는 일, 생각하기 싫은 일로 변해 갔다.
---p.17 「1장 집안일이 싫어서 집안일을 ‘습관화’하기로 했다」 중에서
사실 책에서 “스스로에게 솔직해져라.”라는 문장을 볼 때마다 뜬구름 잡는 소리 같아서 고개를 갸웃하곤 했다. ‘스스로에게 솔직하지 않을 수가 있나?’라고 생각했었으니까.
그런데 서툴렀던 청소도 해 보고 속에 있던 말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적어 보면서 깨달았다. 나는 일상에서 겪는 일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게 조금씩 진짜 나의 마음을 살필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여태껏 내 마음은 ‘지금 이 순간’에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pp.24-26 「1장 집안일이 싫어서 집안일을 ‘습관화’하기로 했다」 중에서
나는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 조바심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막상 매일매일의 생활을 살펴 만든 계획표대로 지내 보니 ‘이일엔 이만큼만 시간을 써도 되겠네.’, ‘이렇게 시간을 나누니까 나한테 꼭 맞는구나.’ 싶었다. 조바심을 낼 필요가 없었다. 예전에는 집안일을 하면서도 이 일에 이렇게 시간을 들여도 괜찮을까 싶어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서 집안일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기분 탓이었을 수도 있겠구나. 집안일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했던 이유를 비로소 깨달았다.
생활 계획표에 그려 넣은 대로라면 집안일은 24시간 중 아주 잠시니까 걱정을 내려 두고 집안일에 마음을 쏟을 수 있었다.
---pp.35-36 「1장 집안일이 싫어서 집안일을 ‘습관화’하기로 했다」 중에서
덤벙거려도, 효율이 떨어져도, 어설퍼도, 서툴러도, 중요한 건 마음이 얼마나 그 순간에 머물러 있는가다. 때로는 무심히 흘려보내도 좋다.
하지만 단 한 번뿐인 삶이니 단정히 정리한 머리가 흐트러져도, 조금 부끄럽더라도 마음 가는 일에 정성 듬뿍 쏟기. 늘 잊지 않고 싶은 마음가짐이다.
정성스러운 생활은 사람 수만큼이나 많아서 늘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해진다.
---pp.64-66 「2장 애쓰지 않아도 개운할 수 있다니」 중에서
행복은 바로 꺼내 볼 수 있는 곳에 두자. ‘이렇게 옆에 있잖아.’ 하고 잊지 않기 위해. 행복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 습관적으로 꺼내 보는 거다. 이런 소소한 습관도 시간이 흐르면 차곡차곡 쌓여 단단하고 묵직해지겠지. 그 묵직함이 마음을 잠재워 주리라 믿는다.
---p.75 「2장 애쓰지 않아도 개운할 수 있다니」 중에서
일본 전통주를 좋아하는 나는 매일 저녁에 기울이는 반주가 너무나 좋다. 소소한 안주 하나, 두부를 보기 좋게 튀겨 낸 두부튀김과 절임 반찬, 그리고 맛 좋은 전통주만 있으면 눈물이 핑 돌 만큼 행복하다. 식사의 마무리는 밥과 국. 이렇게만 먹어도 충분히 든든하다.
중요한 건 식사를 얼마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느냐여서, 반찬이 어제와 같아도 괜찮다. 술만 날마다 달라진다면야. 식사 메뉴는 같은데 술만 달라지는 것이 흔한 풍경은 아니지만 내가 좋으면 그만이다.
---p.94 「2장 애쓰지 않아도 개운할 수 있다니」 중에서
생활, 기분, 취향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 때마다 조금 더 나 자신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면 어떨까? 생활은 완성되지 않으며, 물 흐르듯 언제까지고 자연스레 흐를 뿐이다. 사실은 이렇게 단순한 일인 것을. 생활을 빈틈없이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느꼈고, 늘 완벽을 유지하려고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다. 물 위에 드러난 모습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살림을 돌아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변해도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며 몸에 들어간 힘을 빼면 마음이 한결 평온해진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즐기면 그만이다. 어쩌면 나에게 다정해진다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pp.113-114 「3장 습관처럼 비워서 생활에 어울리는 만큼만」 중에서
욱신욱신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서 ‘이건 필요하고, 저건 버려도 돼.’ 하고 골라내기를 거듭했다. 어느샌가 나는 버릴 물건과 함께할 때의 내 마음을 돌아보고 있었다.
처음 샀을 때는 이랬지. 한창 쓸 때는 이랬는데.
하지만 지금은 괜찮아. 이제 없어도 돼.
이 과정을 되풀이했다. 덕분에 물건은 물론이고 지난날을 비워 내는 연습도 할 수 있었다.
물건을 비웠더니 감정도 정돈되었다. 흘러넘치는 감정을 살피고, 꼭 쥐고 있던 감정을 비로소 털어 낼 수 있었다.
---p.124 「3장 습관처럼 비워서 생활에 어울리는 만큼만」 중에서
청소로도 물건을 정리할 때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남 탓을 하게 될 때는 더러워진 창문을 닦는다. 마음에 난 창이라고 생각하면서 반짝이도록 닦아 본다. 신문지와 걸레만 있으면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청소인데, 이렇게 창 하나만 깨끗이 닦아도 기분이 사뭇 달라진다. 창문 너머로 바깥 풍경이 빛을 발하면 마음도 맑게 갠다.
---p.148 「3장 습관처럼 비워서 생활에 어울리는 만큼만」 중에서
저마다의 생활 방식에 따라, 어디에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집안일의 양은 달라진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매일 하는 일을 반복하며 조금씩, 넓고 얕게 집안일을 하고 싶다.
글자로 나열하면 해야 할 집안일이 산더미인 듯 보이지만 전부 성심성의껏 하는 건 아니다. 꽤 거칠게 겉핥기로 집안일을 해치운다. 마치 네모난 공간을 둥그런 걸레로 닦듯이 군데군데 빈틈이 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집안일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pp.160-161 「4장 하루하루가 쌓여 ‘정성스러운 생활’이 된다」 중에서
몇십 년 동안 나로 살아왔건만 정신을 차려 보니 나에 대해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니, 아차 싶었다. 물건을 애지중지하기 전에 나 먼저 소중히 돌보았어야 했다. 나인데 내가 아닌 듯한 기분이었다. 이 사람은 대체 누굴까?
나에게 크게 관심을 둔 적이 없으니 내가 정말로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볼 기회도 없었다. 나에 대해서는 당연히 내가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방치된 나는 빳빳하게 굳어 버린 스펀지처럼 아무리 물을 부어도 빨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낯선 나를 알기 위해, 하루의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내가 어떻게 느끼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방법은 무척 단순했다.
---p.175 「4장 하루하루가 쌓여 ‘정성스러운 생활’이 된다」 중에서
생활 속에서 나만의 넉넉함을 발견했을 때의 느낌은 신기하게도 마치 상처가 아물 때와 비슷했다. 아파서 힘이 바짝 들어갔던 곳이 조금씩 아물어 긴장이 풀리고 몸이 편안해졌다.
내 곁에 당연하게 자리한 넉넉함은 공기처럼 어디에든 있지만 보이지는 않아서 곁에 있음을 이내 잊곤 한다. 사소한 일이어도 지금 어떻게 느꼈는지 되묻고 마음을 느끼면 이내 ‘지금’으로 돌아올 수 있다.
몸에 깃든 긴장을 풀고 가뜬하게 살고 싶다. 생활을 가꾸는 데 푹 빠져 지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어떻게 느끼는가?’ 이렇게 흔한 생각 속에 나의 행복과 평온이 있었다.
---pp.184-186 「4장 하루하루가 쌓여 ‘정성스러운 생활’이 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