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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152쪽 | 300g | 153*220*10mm
ISBN13 9791192655338
ISBN10 1192655338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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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을 거들었다.
“다엘, 너 잠든 지 삼 년 지났어. 우리 엄마가 너한테서 나노 세포만 왕창 빼먹고 냉동 수면 기계에 집어넣어 버렸다고. 너 삼 년 만에 깨어난 거야.”
“뭐?”
다엘은 기가 막혀 메이슨을 노려봤다. 유주의 수술이 끝나면 풀어 주기로 해 놓고 결국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소니! 소니는?”
다엘이 소니를 찾으며 유주를 봤다. 유주는 모른다는 의미로 고개를 저었다.
“너 찾으러 다시 올 줄 알았는데 안 왔어. 뭐 왔으면 연구소로 잡혀갔겠지만.”
다엘은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진화 인간이라고 해도 갓 태어난 어린애다. --- p.11

“끔찍한 건 분열이 한 번에 그치지 않는다는 거야.”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은 다시 넷으로 분열했다.
“규칙도 없고 주기도 제각각이야. 이제껏 잠잠하다가 왜 동시에 분열을 하는 걸까?”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계속 자기 복제를 하다가 갑자기 죽어. 그것도 거의 동시에.”
나노 세포를 이식받은 사람들은 자기 복제를 계속하다가 별다른 징후도 없이 죽었다. 연구소와 정부에서는 이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이 사실이 모두에게 알려지면 엄청난 혼란이 생길 테니까. --- p.18

다엘의 나노 세포를 이식받은 지구인들은 신체와 뇌 기능이 월등해지긴 했지만, 진화 인간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텔레파시 능력도 없었고, 피부 조직이 실리콘처럼 변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진화 인간들처럼 살을 깎아 내 분열 시기를 늦출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분열 형태였다. 진화 인간인 다엘의 경우, 몸이 둘로 나뉘며 분열하는 것까지는 도플 인간들과 같았다. 하지만 나뉜 뒤 두 개체의 크기가 달랐다.
진화 인간의 분열은 마치 효모처럼 작은 새끼를 낳는 출아법에 가까웠다. 즉 모체가 누구인지 구별이 가능했다.
하지만 나노 세포를 이식받은 지구인들은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 둘 중 누가 본체인지 알 수 없었다. --- p.23

우습게도 도플 인간들을 가장 심하게 차별하는 건 본체로 등록된 도플 인간이었다. 도플 인간에게 서로는 형제도 자식도 아닌, 말 그대로 둘 중 하나가 죽어야 사는 도플갱어일 뿐이니까. --- p.49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의 영향 아래 있는 미성년자들에게 나노 세포 이식 수술을 한다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식을 받는 아이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그 아이들이 입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자 위기감을 느낀 학부모들이 자녀의 나노 세포 이식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
어느새 제대로 된 부모라면 막대한 빚을 내서라도 자식의 미래를 위해 나노 세포 이식과 분열 억제제를 지원해 주는 게 옳다는 분위기가 되었다. --- p.58

현재 진화 인간에 대해 아는 건 본부와 연구소 관련자, 몇몇 국가의 수장들 정도였다. 일반인들에게 진화 인간의 존재는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다.
“우리는 권력자 뒤에 숨어서, 그들만 조종하면 되는 거야. 본체 등록제를 정착시키고, 분열 억제제를 공급하는 것도 우리는 나설 필요가 없단다. 그들이 대신해 줄 테니까.”
존재하지 않으면서 지배한다!
“신은 모습을 드러낼 필요가 없단다.”
소니는 순간 해나가 정말 신처럼 보였다.
“지금보다 더 많은 수의 지구인들을 나노 인간으로 만들어야 해. 그래야 지배하기가 쉬울 테니.”
해나가 분열 억제제를 들어 보이며 소니의 귀에 속삭였다.
“우리는 신이 되기 위해 지구에 온 거란다.”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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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 인간』 표지에는 반드시 ‘자기 전에는 읽지 마시오.’라는 안내가 있어야 한다. 순식간에 끝까지 읽게 만드는 흡입력 강한 결말에 전편까지 결국 다시 펼치게 된다. 작가는 『비누 인간』, 『진화 인간』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어떤 걸까’,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진화는 무엇일까.’, ‘사랑받을 가치는 누가 정하는가?’ 등 현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이제 『도플 인간』에서 깊은 울림으로 답을 건넨다. 상상도 못 한 진실과 SF의 서늘한 매력이 책을 덮고도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 이시내 (초등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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