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기본적으로 ‘지위’에 집착한다. 나 자신과 나를 둘러싼 사물의 지위를 확립하려는 마음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다. 순위 상승에 대한 욕구는 특정 조직과 국가가 자체를 개선해 나가는 데 효과적인 동기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순위표가 정확하고, 실제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맹목적인 믿음이다. 특히 순위에 집착한 나머지 진정으로 중요한 목적을 놓치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는 이를 경계해야 한다.
--- 「1장 〈순위에 대한 집착〉」 중에서
우리는 어떠한 요소를 직접 측정할 수 없는 경우 ‘간접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예를 들면 그 사람이 얼마나 인기 있는지 알기 위해 소셜 미디어 친구의 수를 확인하는 식이다. 그러나 측정하려는 대상과 간접 측정 요소 사이에 연관성이 없을 수도 있고, 간접 측정은 현상의 일부를 표현하기 때문에 진실과 본질을 드러낸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프록시(대체 지표)가 우리가 알고자 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때는 언제이고, 본질을 심각하게 호도할 때는 언제일까?
--- 「2장 〈아주 위험한 프록시 지표〉」 중에서
개인이 지닌 차이를 무시하고 그룹 평균과 개인을 동일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일부러 모호하게 에둘러 말하고 싶은 한편 수학적으로 정확하다는 인상을 풍기고 싶을 때 ‘평균’이라는 단어만큼 유용한 것은 없다. 단 하나의 숫자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우리 두뇌에 부담을 덜 준다. 하지만 그 숫자가 단순화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평균은 결국 그 집단에 속한 누구도 대변하지 못할 수도 있다.
--- 「3장 〈숫자 하나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중에서
우리는 정보가 넘쳐나는 복잡한 세계에 대처하기 위해 주위의 사물을 특정한 카테고리로 분류해 인식하고 대처한다. 이에 따라 세상을 쉽게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도 간단해진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은 현실을 왜곡할 가능성이 있다. 경계선은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가 아무런 비판 없이 받아들이면 경계선 효과는 생각보다 커질 수도 있다. 90점은 1등급이지만, 89점은 2등급이다.
--- 「4장 〈경계를 뛰어넘다〉」 중에서
숫자로 측정하려는 행위 자체가 현실을 왜곡하거나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 내는 경우도 있다. 숫자는 인간을 대표하지 못하기에 매번 인간 시각에서 해석되어야 하고, 여러 각도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우리는 일상을 수치화하는 도구에 의존하는 것에서 멈추지 말고, 행동을 통해 통찰력과 직관을 얻어야 한다. 다양한 의학적, 신체적 수치보다 스스로 컨디션이 좋다고 느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더군다나 우리는 어떠한 알고리즘으로 수치를 계산해 총점을 내는지 알지도 못한다.
--- 「5장 〈숫자가 지배한 일상〉」 중에서
우리는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숫자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여론 조사가 누구를 대상으로 선정했는지, 선정 과정은 어떠했는지 의문을 품어야 한다. 표본이 완벽하게 모집단을 반영하도록 구성된다 해도 결과를 의심하고 회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표본에 문제가 생겼을 때만 여론 조사 결과가 잘못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중 많은 사람이 여론 조사에서 거짓말을 할 준비가 되어있다.
--- 「6장 〈여론이 부재한 여론 조사〉」 중에서
돈이 발명된 이후로 인류는 숫자를 두고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이제 숫자는 행복, 고통, 선호도, 경험의 질, 예술적 가치와 같은 질적 영역으로 범위를 확장했다. 무언가를 선호하는 의식이 절반 정도 형성되면, 나머지는 최근의 경험이나 즉각적인 맥락을 더해서 완성된다. 그래서 숫자는 객관성뿐만 아니라 주관성도 담고 있고, 때로는 신뢰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 「7장 〈지금 당신의 기분은 몇 점입니까?〉」 중에서
베이즈 정리는 우리가 지닌 직관에 객관적 사실을 더해서 미래를 예측하는 방법이다. 기존 과학에서 인간이 자기 생각으로 추정한 내용은 확률 계산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 데이터는 인간에 의해 해석될 때까지 어떠한 성격도 메시지도 담고 있지 않다. 그러나 결국 해석은 인간이 하는 일이다. 과학이라는 객관의 세계에서도 해석은 필연적으로 주관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 「8장 〈사실일 확률이 높다〉」 중에서
우리는 신념에 반하는 정보를 맞닥뜨릴 때 인지부조화를 겪고, 불편함을 완화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를 회피하거나 외면한다. 숫자가 잘못 쓰이거나 지나치게 강조된 탓에 현실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는 것은 물론 위험하다. 하지만 숫자가 우리에게 무언가 중요한 사실을 제시할 때, 우리가 기록하지 못하고 놓치거나, 무시하거나 외면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경솔한 결정과 판단은 재앙과 극단적인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
--- 「9장 〈숫자 따윈 관심 없다〉」 중에서
인간 두뇌 시상하부에 있는 편도체는 우리에게 공포심과 두려움, 불안을 안긴다. 즉, 통계가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해도 우리의 두뇌는 계속해서 두려움을 만들도록 설계되었다. 비행기 사고나 폭력 범죄보다 식중독과 비만이 더 일상적인 위협이지만 이러한 이야기들은 언론의 헤드라인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우리는 자신의 위치를 올바른 시선에서 바라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불안 마케팅에 더 이상 당해서는 안 된다.
--- 「10장 〈안전을 말하는 숫자들〉」 중에서
한 사람이 마음속에 품은 진리는 그 사람의 배경과 기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 안에 내재한 직관적이고 감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은 편안하고 유혹적이다. 하지만 자신의 직관이 옳다고 확신할수록 안 좋은 상황에 빠지게 된다. 비판적 시각으로 통계를 바라본다면 우리는 누군가의 의도가 담긴 숫자를 가려낼 수 있다.
--- 「11장 <통계적 사고가 중요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