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안으로 들어왔으니, 먼저 속세에서 묻혀온 티끌을 씻어 보는 건 어떨까요. ‘성당’이란 용어는, 글자 뜻대로 해석하면 ‘성스러운 집’이란 뜻을 갖습니다. 성당 밖의 풍진세상과 구별되는 신성한 공간이지요. (중략) 성수를 찍어 십자의 성호를 긋는 행위는 성스러움을 방해하는 사악한 기운을 물리침으로써, 심신을 깨끗이 씻어내는 의미를 갖는다고 하는군요.
성당마다 성수반을 갖추어놓고 있지만,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성수반처럼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문화재 수준의 것도 있고, 신자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조촐한 것도 있습니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시설이 성수반이니, 거기에 담긴 물의 특별한 의미를 생각하면서 찾아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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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제단 장식을 보면 그 성당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지, 혹은 무엇에 봉헌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교 성인의 이름을 딴 성당이라면 해당 성인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테고, 그리스도교의 중요한 개념(예컨대 성 십자가라든가, 성 삼위일체라든가 하는)에서 이름을 딴 성당이라면 그 개념이 중앙 제단에 반드시 표현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가톨릭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나 성모 마리아의 일생과 관련된 내용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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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성기 시설이 발달한 요즘 세상에야 공간이 아무리 넓어도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렇지 못했던 중세~근세 시대에는 사제의 설교를 성당 구석구석까지 전달하는 데 어려움이 컸을 것입니다. 사제의 설교는 중앙 제대(성당의 가장 앞부분)에서 이루어지는 게 일반적인데, 아무리 목청이 좋은 사람이라 해도 육성으로 맨 뒤의 사람에게까지 들리도록 하는 건 힘들었겠지요.
그래서 성당 안에 설치한 것이 설교단입니다. 신자들을 내려다볼 수 있는 위치에 설치해 목소리가 멀리까지 전달될 수 있도록 한 시설로, 규모가 큰 성당에는 대부분 있다고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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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가톨릭 성당에는 ‘십자가의 길’이라고 하는 열네 군데의 기도처가 있습니다. 예수가 빌라도의 법정에서 십자가형을 선고받은 뒤 십자가에서 사망하여 무덤에 안치될 때까지의 과정을 ‘예수의 수난 과정’이라고 하는데, 수난 과정 중의 주요 사건 열네 가지를 묵상하면서 기도할 수 있도록 표시해 놓은 것이 ‘십자가의 길’입니다. 가톨릭 신자들은 예수가 수난 과정에서 겪은 고통을 마음으로 함께 겪으며 기도를 올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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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안팎에서 혹시 열두 명이 모여 있는 성화나 성상을 보았다면, 일단 예수의 열두 제자(12사도)가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거기엔 미묘한 문제가 있는데, 나중에 사도 중의 한 사람인 가리옷 유다가 스승인 예수를 배신하게 되므로, 그를 포함해서 열두 제자를 기리기 어려워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바울을 그 자리에 넣기도 하고, 드문 경우지만 나중에 추가로 사도가 된 마티아를 넣어 숫자를 채우기도 하지요. (중략) 그러면 예수의 열두 제자가 표현된 성화나 성상을 보면서, 누가 누구인지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가장 확실한 것은 각자의 이름을 분명하게 밝혀 놓은 것일 텐데, 그런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지니고 있는 물건을 통해서 누구인지를 짐작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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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대개 불칼)과 방패, 창 등의 무기를 들고 있는 천사는 미카엘입니다. 때로는 승리를 상징하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기도 하지요. 그는 다른 대천사에 비해 용맹하고 단호한 성격의 전사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그는 주로 악천사를 가차 없이 무찌르는 모습으로 그려지며, 때로는 용이나 괴수를 밟고 있기도 한데 그것들은 악천사를 상징합니다. 이것은 아마도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이 구절과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하늘에서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미카엘과 그의 천사들이 용과 싸운 것입니다. 용과 그의 부하들도 맞서 싸웠지만 당해 내지 못하여, 하늘에는 이제 그들을 위한 자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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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이라서 ‘알렉산드리아의 카타리나’라고도 불리는 성 카타리나(성 캐서린)는 그리스도교를 박해한 로마 황제 막센티우스 때 순교했습니다.
그녀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 황제는 아사형을 선고했으나 비둘기가 먹을 것을 물어다 주어 굶어 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뒤 못이 잔뜩 박힌 수레바퀴에 묶어 굴려 몸이 찢기도록 했지만 천사가 나타나 수레를 부수는 바람에 목숨을 건졌고, 결국 참수되어 순교했습니다.
그래서 그녀의 제일 중요한 상징물은 부서진 수레바퀴이며, 칼과 종려나무 가지도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략) 수레바퀴가 중요 상징물인 성 카타리나는 수레 제작자의 수호성인으로 여겨졌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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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교에서의 삼위일체란, 성부(하느님)와 성자(예수)와 성령(하느님의 영혼을 의미하며, 주로 비둘기의 형태로 표현됨)이 동일한 위격을 갖는다고 믿는 것으로, 제1차 니케아 공의회에서 공인된 개념입니다. (중략) 삼위일체를 표현할 때는 대개 성령(비둘기)을 맨 위에 배치하고, 왼쪽(보는 이 기준)에 예수를, 오른쪽에 하느님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예수는 십자가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고, 하느님은 천구(우주의 지배자임을 상징)를 들고 있는 경우가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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