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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세트

시티 픽션 세트

[ 전5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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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624쪽 | 110*165*55mm
ISBN10 8936439324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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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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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타원형 화단에는 백여개쯤 되어 보이는 줄기들이 솟아올라, 중간쯤에선 하트나 긴 혓바닥 모양의 잎사귀로 벌어지고, 끄트머리에선 색색가지 점이 표면에 찍힌 빨강, 파랑, 혹은 노랑의 꽃잎을 펼쳤다. 그리고 빨강, 파랑, 혹은 노랑의 그늘진 목구멍에서는 금빛 가루가 묻어 있는, 곤봉처럼 끝이 살짝 부푼 곧은 막대가 올라왔다.
---「큐 가든」중에서

그도 자기에게 남겨진 유품을 받은 셈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진실을 말해주었다. 그녀는 애인과 다시 결합하기 위해 인도에서 내려섰던 것이다. 남편인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도에서 내려섰던 것이다.
---「유품」중에서

그렇지만 머리가 커진 후로 로라와 로리는 슬그머니 산책하러 나왔다가 이따금 이 골목을 지나가기도 했다. 역겹고 지저분한 골목이었다. 골목을 빠져나올 때는 저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그렇지만 모름지기 사람은 어디든 가봐야 하고, 무엇이든 보아야 하는 법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이 골목을 드나들었다.
---「가든파티」중에서

어쨌거나 그들은 아마추어였고, 아마추어에 대한 혐오야말로 내 인생의 주된 열정이었다. 이것에 덧붙여 또다른 괴벽도 작용했는데, 그것은 실물보다 재현된 대상을 선호하는 나의 타고난 성향이었다. 실물의 결함은 표현이 부족하기 쉽다는 점이었다. 나는 나타난 사물이 좋았다. 그때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사물이 실재하는가 아닌가는 부차적이고 거의 언제나 쓸데없는 질문이었다.
---「진품」중에서

「뉴욕」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꼼짝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그의 여윈 얼굴은 태연했고 어둑한 잿빛 눈은 평온했다. 동요하는 기색이라곤 전혀 없었다. 그의 거동에 조금이라도 불안, 분노, 초조, 혹은 불손의 빛이 있었더라면, 다시 말해서 약간이라도 평범하고 인간적인 면모가 있었더라면 나는 틀림없이 그를 사무실에서 사정없이 내쫓았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키케로 석고 흉상을 문밖으로 내쫓을 생각을 하는 편이 차라리 나을 지경이었다.
---「필경사 바틀비」중에서

문들은 굳게 닫혔고 해는 졌으며 모든 시간을 견뎌내는 회색 강철의 아름다움 말고는 이제 어떤 아름다움도 없었다. 심지어 그가 감내할 수 있었던 비애조차도 그의 겨울 꿈이 만발했던 환상의 나라, 청춘의 나라, 풍요로운 삶의 나라에 남겨진 것이었다. “오래전에,” 그가 말했다. “오래전에 내 속에 무엇인가가 있었지만 이제 그것은 사라졌어. 이제 그것은 사라졌어, 사라졌단 말이야. 난 울 수 없어. 마음을 쓸 수도 없어. 이제 그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야.”
---「겨울 꿈」중에서

「도쿄」

아름답게 살고 싶어요.
---「여학생」중에서

때로는 발이 걸려 비틀거렸지만 앞섶을 여미고는 다시 아무 말 없이 계속 달렸습니다. 눈물이 마구 솟구쳐 지금 생각하면 뭐랄까, 지옥의 밑바닥에 떨어진 듯한 기분이었어요. 이치가야 부근의 시영 전차 정류장에 다다랐을 때에는 숨 쉬는 것조차 곤란할 정도로 몸이 힘들었고, 눈앞이 몽롱하니 어두웠습니다. 분명 정신을 잃기 일보직전의 상태였습니다. 정류장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습니다. 지금 막 전차가 지나간 것 같았습니다. 저는 마지막 하나의 염원으로, 오빠! 하고 힘껏 목소리를 쥐어짜서 불러보았습니다. 하지만 쥐 죽은 듯 조용했습니다.
---「아무도 모른다」중에서

저는 오징어를 단념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가능한 한 주위의 아름다운 설경을 잔뜩 바라보았어요. 눈동자뿐만 아니라 가슴속까지 순백의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해 집에 도착하자마자, “새언니, 제 눈을 보세요. 제 눈 속에 무척이나 아름다운 경치가 한가득 보일 거예요”라고 했습니다.
---「눈 오는 밤 이야기」중에서

그날 밤 그 작은 도시는 구석구석까지 전소됐습니다. 동이 틀 무렵, 대위는 잠이 깨어 일어나 여전히 타고 있는 대화재 참사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문득 자기 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술 시중을 들던 그 여인을 알아보았지요. 그는 왠지 많이 당황한 기색으로 일어나더니 도망치듯 대여섯걸음을 걸어가다가 다시 되돌아와, 윗옷 안주머니에서 제 친구인 백엔 지폐를 다섯장 꺼내고 바지 주머니에서 저를 꺼낸 뒤 여섯장을 포개어 반으로 접어서 갓난아기 속옷 안의 살갗 닿는 등 쪽에 푹 쑤셔넣고는 황망히 도망갔어요. 제가 행복을 느낀 것은 바로 이때입니다.
---「화폐」중에서

「파리」

나는 밤을 열렬히 사랑한다. 사람들이 조국과 애인을 사랑하듯 나는 본능적이고 물리칠 수 없는 깊은 애정으로 밤을 사랑한다.
---「밤: 악몽」중에서

소설은 읽는 사람을 전제로 쓰이게 마련이고, 소설이 조금이라도 길어지면, 읽는 사람이 이야기꾼의 말을 가로막고 나서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그래서 나는 다음에 펼쳐질 이야기, 당신은 소설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소설이 아니거나 아니면 형편없는 소설인 이야기 속에다 독자라 할 수 있는 인물을 집어넣었다.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이것은 소설이 아니다」중에서

「더블린」

그녀는 노스월 선착장에 몰려드는 사람들 사이에 서 있었다. 그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고, 그녀는 그가 항해에 대한 무슨 얘기를 거듭거듭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블린」중에서

자동차들이 작은 탄환처럼 일정하게 네이스로路의 파인 길을 달려 더블린을 향해 질주해 들어왔다. 인치코어의 언덕 꼭대기에는 결승점으로 향하는 자동차들을 보기 위해 구경꾼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었고, 이 가난과 무기력의 경로를 따라 유럽대륙의 부와 산업이 속도를 높였다.
---「경주가 끝난 후」중에서

꼬마 챈들러는 걸음을 빨리했다. 평생 처음으로 그는 옆을 지나쳐가는 사람들보다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꼈다. 처음으로 그의 영혼은 케이플가의 그 께느른한 촌스러움을 역겨워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성공하고 싶으면 떠나야 했다. 더블린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턴 다리를 건너면서 그는 강 하류 쪽의 선착장 방향을 바라보았고 그 가난하고 일그러진 집들이 딱하다고 생각했다. 그 집들은 강둑을 따라 뒤죽박죽 엉겨붙어서, 먼지와 매연으로 뒤덮인 낡은 코트를 입고, 해가 지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다 밤의 첫 한기가 닥쳐와서야 비로소 일어나 으스스 몸을 떨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한 무리의 뜨내기들처럼 보였다.
---「구름 한점」중에서

그녀는 손을 허공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다가 아래로 내려 받침 접시 한개를 잡았다. 손가락에 말랑말랑하고 축축한 물질이 느껴졌고, 그녀는 아무도 말을 하거나 가리개를 풀어주지 않아서 놀랐다.
---「진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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