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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의 즐거움

: 우리가 사랑한 작가들의 매혹적인 걷기의 말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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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0월 1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84g | 126*188*20mm
ISBN13 9791168341395
ISBN10 1168341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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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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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돈이 많아도 산책에 꼭 필요한 여유, 자유, 독립은 돈으로 살 수가 없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야말로 산책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산책자가 되려면 하늘에서 은총이 내려야 한다. 직접 하늘의 축복을 받아야 한다. 산책자 가문에서 태어나야 한다. 산책자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기」중에서

혼자 걸어서 여행할 때처럼 그렇게 내가 완전히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었고, 감히 표현하자면 그렇게 완전한 삶을 영위한 적도, 그렇게 철저하게 나 자신이 되어본 적도 없었다. 걷기는 나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주었고 정신을 깨워주었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 나는 생각조차 할 수가 없다. 내 이성이 발동하려면 내 몸도 움직여야 한다.
---「장 자크 루소, 고백록」중에서

진정으로 걷기를 즐기는 사람은 그 자체가 즐거워서 걷는다. 그는 걷기가 요구하는 육체적 강인함에 대한 자기만족을 넘어 잘난 체하지 않는다. 다리의 근육 운동은 다만 걷기가 자극하는 ‘두뇌 운동’이나 걸으며 떠오르는 조용한 명상이나 상상에 따르는 부수적인 것으로 여기며, 꾸준하게 땅을 밟고 나아가면서 지적인 균형감을 유지한다.
---「레슬리 스티븐, 걷기 예찬」중에서

어렴풋한 내 생각들을 가시 같은 껄끄러운 논쟁에 얽매이게 하기보다는 순풍에 떠돌아다니는 엉겅퀴처럼 그냥 놔두고 싶다. 그저 내 방식대로 하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홀로 있을 때만 가능하고 원치 않는 동반자와 있을 때는 불가능하다. (…) 공기의 느낌, 구름의 색조에 물든 당신의 상상력이 있을 텐데, 어찌 그 감흥을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윌리엄 해즐릿, 홀로 가는 여행」중에서

침묵의 순간들이 자주 다가왔고 옆에 같이 걷던 사람조차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 같았다. 일행들은 사방에 어둠이 엄습하는 것을 느끼면서 점차 어둠을 받아들이며 각자 걸어가기 시작했고, 땅 위를 움직이는 몸뚱어리는 넋 나간 듯 떠다니는 영혼과 분리된 듯했다. 심지어 길조차 우리 뒤편으로 사라지게 되자 우리는 길의 흔적도 사라져버린 어둠의 밤바다를 몸으로 부딪치며 나아갔다. (…) 눈으로 불빛을 확인하자, 머리가 깨어나 불빛이 자리할 세상의 모습을 그려냈다. 분명히 저 아래로 언덕이, 그 밑에는 마을이, 그리고 그곳으로 가는 길이 구불구불 나 있었다. 세상 모습을 그리는데 불빛 열두 개 정도면 충분한 셈이었다.
---「버지니아 울프, 밤 산책」중에서

도보 여행은 그 본질이 자유로운 것이기에 자기 마음이 이끄는 대로 가다 서다 하며 혼자 떠나야 한다.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속도로 갈 수 있고, 보폭 빠른 사람을 쫓거나 어린 소녀의 보폭에 맞춰 종종걸음을 할 필요가 없게 된다. 보이는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그 결을 따르고, 부는 바람에 맞춰 피리 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도보 여행」중에서

여기에서 나는 내가 속해 있는 모든 곳에서 요구하는 것을 다 내려놓는다. 더 이상 긴장 상태로 돌아가는 기계도 아니다. 하루하루가 온전하게 다 내 것이고, 시공간의 모든 족쇄에서 벗어나 유쾌한 기분에 이런저런 사색에 잠겨 들판을 거닌다. 고개 숙인 채 걷다 보면, 땅과 하늘과 강이 서서히 저녁 기운으로 물들고 나 역시 이들을 따라 걷는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벵골의 모습」중에서

혼자 계속 걸어갔다. 빠른 걸음으로 들판을 가로지르며 얕은 계단을 뛰어 넘고 웅덩이가 나타나자 잽싸게 건넜다. 마침내 그 집이 보였다. 발목이 아프고 스타킹은 더럽혀진 데다 운동의 열기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그곳에는 제인만 빼고 모두 모여 있었다. 그녀가 나타나자 다들 깜짝 놀랐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날씨도 궂은데 혼자 3마일을 걸어왔다는 걸 허스트 부인이나 빙리 양은 믿을 수가 없었다.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중에서

여기라고 뭐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나는 혼자서 밖으로 나가도 되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외출을 했다. 너무 즐겁고 들떴다. 혼자 런던을 걷는 것 자체가 모험 같았다. 나는 곧 서점이 늘어선 패터노스터 거리에 이르렀고, 존스라는 사람이 운영하는 서점에 들어갔다. 나는 작은 책을 한 권 샀다. 내게는 사치였지만 언젠가 배럿 부인에게 주거나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무미건조해 보이는 존스 씨가 책상 뒤에 서 있었는데, 그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람이고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샬롯 브론테, 빌레트」중에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사리를 밟아 특유의 향을 느끼면서 잔인한 기쁨을 맛보았다. 따스한 햇빛과 향긋한 공기로 가득 찬 공터에는 야생 생물이 햇빛 아래 자유롭게 어우러져 있었고, 빛을 받아 생기 있는 허브와 꽃 들도 보였다. 이러한 삶, 적어도 이 산책만큼은 모두 마거릿이 바라던 대로였다.
---「엘리자베스 개스켈, 남과 북」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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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곳에서 이곳으로, ‘아직도’ 걸어오는 중인 옛사람들이 있다. 『걷기의 즐거움』은 그들의 건강하고 온화한 발소리를 담은 책이다. 걷기는 생활을 흐르게 한다. 책을 읽다 “가장 가벼운 사람은 즐거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는 문장에 놀랐다. 어쩌면 내가 이번 생에 유일하게 바란 건 가벼워지는 일이 아니었을까? 무거운 영혼은 움직일 수 없다. 기쁨도 자유도 없다.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다는 것이 생의 축복임을 보여주는 책을 만났다. 일상이 갑갑하게 느껴질 때마다 들고 나가고 싶다. 오랜만에 마음이 정화되는 독서를 했다. 인생이 흘러가는 것임을 감각하고 싶다면 이 책을 곁에 두어야 한다. 읽다 보면 당신도 걷고 싶어질 것이다. 가볍게!
-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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