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핌·오렌지빛이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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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32g | 128*188*30mm
ISBN13 9788937445965
ISBN10 8937445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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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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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는 랄프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던 플랫폼에 다시 서 있었다. 그들이 페라리 팀의 새빨간 차를 몰아 공동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하자고 이야기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0.1초의 오차도 없이 결승선에 함께 들어온 그들은 두 대의 페라리를 나란히 편대 주행해 서킷을 돌며 관중의 환호에 힘입어 세차게 깃발을 흔들 것이다. 포디움에 올라 서로의 얼굴에 샴페인을 뿌릴 것이다. 가끔 서로를 추월하려다 사고를 내고 팀 라디오로 서로에게 욕을 하며 대기실의 정수기들을 박살 낼 것이다. (……) 과거에는 시간이 지금과 다르게 선명했던 것 같다고 그들이 꿈꿔 온 그들보다 더 나이 든 조슈아가 안경을 닦고, 지하철이 도착하고 차창에 기대 책을 읽고 몇 정거장을 지나쳐 집에 돌아 올 때까지 랄프의 목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머리 전달 함수」중에서

요 요 요. 베리 화이트의 낭송처럼 그는 그토록 무거운 밤보다도 더 깊이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지하철에 앉아 잠들어 있었다네 서서히 누워 가듯이 교차하는 터널 팔짱을 지르고 거의 의자에서 떨어지기 직전의 그의 옆자리에서 샨츠가 눈물을 흘리고, 반쯤 떠진 눈으로 차갑고 기다랗게 샨츠의 머리칼을 기어오르는 유령의 손가락을 살피며 그는 꿈인지 아닌지 다시 눈이 감기고 그가 꿈, 지하철이 마주 달려오고 두 지하철이 맞부딪쳐 불빛의 휘날림이 그려 내는 회화의 차원으로 들어설 동안 홀로 남은 눈동자로 휘날림에 하나하나 베어 가며 샨츠는 차창을 바라봤다.
---「졸려요 자기」중에서

비키와 응우옛은 손을 잡고, 촉감으로 오가는 온기가 그들 주위의 추위와 박물관이 모두 가상임을 상기시키고 손을 놓고, 난간에 몸을 기대고 어깨를 기울이고 무슨 이야기를 했었는지 비키는 대화 내용보다는 말소리와 함께 흘러나오던 담배 연기, 담배 연기 뒤로 맴돌던 응우옛의 얼굴, 응우옛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밤을 구성하는 그래픽들, 박물관 섬의 긴 회랑을 둘러싼 강줄기 너머 저 먼 골목에서 미끄러지고 있는 바이크 테일 램프 불빛이 물고기 같다고.
---「핌」중에서

샨츠는 메일을 읽었다. 짧았고 아마 그래서 울지 않을 수 있었다. 냉장고에 기대 앉아, 하스를 쓰다듬으면서 잠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손깍지에 차오르는 부드러움과 골골거림만이 주위 가득 아주 잠시. 바닥이 미세하게 울려오고 눈높이보다 높이 떠다니는 고양이 털. 지속되는 냉장고 진동, 베란다의 걸레 냄새. 식탁 위에 오렌지. 샨츠는 신체에서 삶이 잘려 나가는 기분을 느꼈다. 피가 흐르듯이 샨츠의 얼굴에서 표정이 지어지기도 전에 너무 빠르고 너무 많은 감정들이 흐느끼며 기억과 미래의 틈새에서 멸망하고 있었다. 샨츠는 존재할 필요가 없었다.
---「오렌지빛이랄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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