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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필 사인본 ,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시선 49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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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25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12쪽 | 168g | 104*182*20mm
ISBN13 9791167902290
ISBN10 1167902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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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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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계실 때 선생님이 그랬다 / 시인은 불행하다고 / 그림자가 없다고 // 꿈에서 맞은 매는 아직 얼얼한데 / 사랑이나 마음 같은 단어들은 / 강화도 펜션에서 보이는 나라처럼 멀고 // 나는 불판의 연기가 / 그쪽으로 날아가는 게 미안해서 / 평소보다 허겁지겁 고기를 먹으며 // 북쪽의 조그만 마을을 / 안개가 가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행복」중에서

이리 오라 하면 저리 가고 / 멀리 가자 하면 집에 가고 / 넌 나보다 말을 안 듣네 // 이럴 때 누군가는 신문지를 크게 말아 / 콧잔등을 때리라고 말했지만 // 그건 멍멍이를 위한 걸까요 / 신문지를 위한 걸까요 // 걸어가자 길멍 / 겨울에는 눈멍 / 바다에서 물멍/ 강 건너면 불멍 // 당신을 기다리는 나 // 오늘도 흐리멍
---「멍」중에서

너는 운다 // 그저 입을 다물고 싶었을 뿐인데 / 나도 모르는 단어들과 / 나도 들어본 적 없는 욕설들과 / 뒷주머니에서 꺼내본 적 없는 진심이 / 언제 귀에 들어간 걸까 // 조금 시간을 돌리고 싶을 뿐인데 / 내가 모르는 사람들과 / 내가 알 수 없는 사건들과 / 전혀 생각한 적 없는 과거들이 / 언제부터 너를 괴롭힌 걸까 //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 당신이 울고 있다
---「아무도 모른다」중에서

위층에 코끼리가 산다 // 코끼리는 사막이나 열대 우림에 서식하는데 / 가족과 서식지를 잃고서 밀렵을 피해 / 우리 동네로 건너온 모양이다 // 코끼리는 물과 먹이를 구하러 / 이틀 동안 잠을 안 자고 이동할 수 있다 / 그래서 낮에도 걷고 밤에도 걷는 걸까 // 코끼리와 싸우러 올라간 적이 있었다 / 문을 두드려도 나오지 않았다
---「층간 소음」중에서

걔 지금 뭐 할까 // 네가 사준 핸드폰으로 / 애인이랑 넷플릭스 보겠지 // 어쩌다가 이 모양이냐고 / 혼자가 정신 건강에 좋다고 / 나는 마음에 없는 말로 / 기름을 들이붓지만 // 너는 뜨겁지 않겠지 / 내가 어떤 말을 지껄여도 /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람의 말 한마디가 / 조금씩 살을 태운다
---「오래」중에서

학원에 등록한 날, 원장 선생님이 이름을 묻길래 ‘민구’라고 답했다. 이어서 성을 묻길래 ‘민’이라고 했다. 선생님이 나를 교실로 데려가더니 아이들에게 소개했다. 오늘 새로 온 민민구 학생을 환영해주세요! 농담인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진지했다. 수업료 봉투에도 ‘민민구’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정정하고 싶었다. 저는 민민구가 아니에요. 수백 번 고민하다가 학원을 그만두었다.
---「에세이 - 별명」중에서

별명이 없다. 이별 인사 없이 떠나버렸다. 이젠 이름으로 불린다. 이름으로 불리는 게 마냥 좋지만은 않다. 이름으로만 불린다는 건 그에 걸맞은 관계를 설정한다는 의미이다. 즉, 일하자는 거다. 돈을 벌어야 시를 쓰니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에 치중하면서 살고 싶다. 별명을 불러도 좋은 친구가 그립다. 나를 뭐라고 불러도 좋은 사람들. 나는 친구가 될 준비가 됐다.
---「에세이 - 별명」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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