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분절하여 살펴보거나 우리의 감정과 행위의 반복을 살펴보면 쉬지 않고 애도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끝없이 과거의 행동 패턴이나 관계의 갈등과 고통을 반복하는 것도 애도이고,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위 역시 애도입니다. 무의식적 애도이면서 복수의 차원도 애도에 포함합니다.
--- p.30, 「나를 위해 책임을 다하는 것」 중에서
애도는 감정만이 아니고 실천의 영역입니다. 실천은 노동을 포함하지요. 애도의 노동은 굳이 그것을 기억하고 그것을 위한 어떤 행위들을 해 나가는 것입니다.
--- p.63, 「함께 울어야 할 때」 중에서
증상으로서의 애도는 멈추지 않는 곡소리를 내며 스스로 말라 가고 결국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한 곡을 하는지도 모른 채 고통스러움을 지속하는 일과 같습니다. 과거 속에 영원히 갇힌 채 현재가 없어지지요.
--- p.112, 「증상으로서의 애도」 중에서
우리가 겪는 고통과 상처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사실은 오히려 고정된 관념과 지배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회를 맞게 합니다. 내가 묶여 있는 고리가 절대적인 어떤 고통이나 사슬이 아니라는 점은, 그것들로부터 또 태연하게 놓이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 p.124, 「보이지 않는 아이들」 중에서
저는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행복’이 존재한다고 믿지 않습니다. 오직 이 순간 내가 만족스러운지 불만족스러운지, 더 나아가 내가 불행을 느끼는지가 실재라고 생각합니다.
--- p.135, 「빈 곳을 채우다」 중에서
우리가 행하는 모든 애도의 의례 행위는 죽은 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 자신을 위한 것입니다. 죽은 자를 위한 기도와 염원들이 여러 종교적인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그 본질은 남아 있는 자, 산 자를 위한 애도입니다.
--- p.140, 「죽은 자를 그리다」 중에서
고통을 겪는 가족들도, 그들과 연결된 주변의 사람들도 누군가를 잃었을 때 잃은 사람을 위로하고 함께 애통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고통에서 함께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우리가 겪는 슬픔과 비극이 상징화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애도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상처나 트라우마가 아닌 삶의 한 질곡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 p.147, 「마음껏 애도할 권리」 중에서
그렇게 그녀는 헤어짐을 결정했고 지금껏 부여잡았던 대상을 향한 환상을 포기하며 상실을 겪었습니다. 남편을 상실한 것 이전에 자신의 표상을 상실한 것이 우리 개인에게는 훨씬 더 강력한 상실감을 안겨줍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의 환상을 잃었고 남편도 잃었습니다. 아무것도 남지 않은 듯 모든 것을 잃은 듯한 그 지점에서 어쩌면 주혜 씨는 비로소 자신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p.167, 「환상을 버려야 내가 산다」 중에서
모자라서가 아니라, 결핍에서가 아니라 초과적 만족과 초과적 범람으로 인해 많은 증상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더 넘쳐나는 만족의 부유물들이 온 사회를 뒤덮는 것 같기도 합니다. 볼거리, 먹을거리, 입을거리, 정보, 육체적인 것, 정신적인 것, 이루 말할 수 없이 초과적인 것들이 넘쳐나는 요즘, 무엇을 더하고 자꾸 보태어질수록 더 허기가 집니다.
상실을 애도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잃어지지 않는 것을 잃어야 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삶의 과업입니다.
--- p.184, 「잃어야 할 것은 잃어야 한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