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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몸 안에 있다

: 의사이자 탐험가가 들려주는 몸속에 감춰진 우리 존재와 세상에 대한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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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408g | 140*210*16mm
ISBN13 9788934966807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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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가 인체를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주었다면, 삶은 인체가 부분의 총합보다 큰 존재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 우리 몸속의 숨겨진 세계도 우리를 둘러싼 자연계만큼 주목과 경탄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 몸과 우리 삶의 진짜 이야기는, 안과 밖 모두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으니까.
--- p.18

배관 문제를 해결하는 리처드처럼, 산을 넘나드는 바실리와 올가처럼, 의사는 지형과 지류를 훤히 알고 있어야 한다. 카테터를 삽입하는 심장전문의도 비슷한 기술을 구사한다. 카테터를 관상동맥으로 밀어 넣어 심근경색을 일으킨 혈전을 찾아갈 때, 분기점에 이를 때마다 적절한 길을 택하면서 점점 더 작은 혈관으로 접어들다가 드디어 조영제가 멈춘 지점에 도달한다. 까다로운 배관 문제를 해결하고, 치명적인 질환을 치료하고, 오지의 험한 산을 지나다니려면 배관공, 의사, 산행자는 하나의 물길에서 한 발짝 물러나 흐름이 맞물리고 갈라지는 큰 그림을 봐야 한다. 유역을 손바닥처럼 알고 있어야 한다.
--- p.55

우리는 시계처럼 박자에 맞춰 움직이는 존재다. 내가 의대에서 인체에 관해 배운 것은 리듬이 거의 전부였다. 어른의 심장은 1초에 한 번 정도 뛰어 시계의 초침과 박자가 비슷하고, 폐가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리듬은 파도가 해안에 밀려오고 밀려가는 리듬을 닮았다. 둘은 신체의 가장 근본적인 리듬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에 대해 기본적으로 검사하는 ‘활력징후(바이탈 사인)’에 포함된다. 팔뚝에 압박대를 감싸 혈압을 재고, 심장과 폐의 리드미컬한 북소리를 살펴 기초적인 건강을 확인한다.
--- p.89

나는 또 하나의 청진기일 뿐이었다. 그것도 꼭두새벽부터 질문 세례를 퍼붓는 청진기. 그럼에도 나는 오전 9시까지 할 일을 끝내야 한다는 다급한 마음으로, 테드가 눈을 뜰 때까지 그의 다리를 살살 두드렸다. 매일 아침 그를 현실로 복귀시켜 야윈 살갗에 차가운 청진기를 갖다 대고, 마른 목구멍에 불빛을 비추고, 움푹 꺼진 배를 손으로 눌러댔다. 몽롱한 잠기운이 가시고 나면, 암 환자의 가혹한 현실이 새삼 다시 실감되면서 날마다 끔찍한 재진단을 받는 기분이리라. 나는 입맛이 어떤지(언제나 전혀 없었다), 통증이 어떤지 묻고는(변함없이 지속됐다), 다른 환자를 깨우기 위해 급히 자리를 떴다.
--- p.132

의대생 시절에 나는 특정 체액에 마음이 ‘끌려서’ 전공을 선택하는 의사도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체액마다 나름의 오묘한 방식으로 진단의 실마리를 제공하니 흥미가 동할 만하다. 감염내과의 고름부터 이비인후과의 콧물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의 수많은 배설물, 분비물, 화농은 의사가 질병을 진단하고 치유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체액은 보통 버려지고 천대받는 존재이지만 의사가 다루는 필수 재료로, 저마다 고유한 언어로 의사에게 속삭이며 환자의 문제를 알려준다. 전문의가 된다는 것은 특정 체액의 언어에 능숙해진다는 것으로, 그 색과 질감과 굳기의 해석법을 배우고 일생 동안 그 비밀을 궁리한다는 의미다.
--- p.185

거친 털이 테두리에 살짝 붙어 있는 커다란 발자국에 나는 불안했다. 고래를 찾으러 넓은 바다를 한 번 볼 때마다 뒤도 한 번씩 돌아보았다. 주변에 흩어져 있는 하얀 얼음덩어리 뒤에서 고개를 내밀고 우리를 엿보는 북극곰이 있을 것만 같았다. 허먼은 북극곰이 바다표범을 사냥 중인 것 같다면서, 북극곰은 짐승의 지방 부위를 항상 먼저 먹는다고 했다. 이뉴피아트인들과 마찬가지로 곰도 지방을 노리는 것이다. 북극지방에서 가장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다. 곰이 부근에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내 뱃살과 옆구리 살이 새삼 새롭게 보였다. 모두 생존에 필요한 양식이었다.
--- p.207

간호사들이 ‘거머리 모텔’이라고 부르는 그 용기에는 그날 분량인 24마리의 거머리가 들어 있었다. 한 시간마다 한 마리씩 손가락에 붙여줄 녀석들이다. 거머리는 그날 아침 병원 약제과에서 성형외과 병동으로 직접 가져온 것이다. 일반 약은 보통 공기 압력을 이용해서 수송하는 기송관 시스템을 통해 약제과에서 병동으로 전달하는데, 거머리처럼 연약한 생물은 그렇게 거칠게 빨아들이는 방식으로 전달하기에 적합하지 않다. 거머리는 건강하고 배고픈 상태로 병동에 전달되어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거머리의 식욕이 곧 치료제로서의 효능이기 때문이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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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여행가가 인체를 탐험하는 장엄한 여정. 자신의 몸과 그 작동 방식에 대해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 수 블랙 (《남아 있는 모든 것》 저자)
“유혹적이고 서정적인 책이다. 다른 문화권 속 저자의 경험은 보이지 않는 몸에 풍부함과 깊이를 가져다준다. 강과 지류, 흐름과 막힘, 상명하복의 뇌 조직 등 신체와 의학에 대해 그가 생각하는 방식은 특별하다.”
- 메리 로치 (《인체재활용》 저자)
“훌륭하고, 인상적이며, 독창적이다. 신체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한 정보로 가득하다.”
- 케네스 S. 브레처 (문화인류학자)
“우아하고, 우아하고, 우아하고, 매우 즐거운 이야기들. 다 읽은 후에도 이미지들이 오래도록 남는 유쾌한 산문.”
- 니콜라 트윌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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