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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습기 다이어트

[ 양장 ] 위픽이동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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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1월 1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72쪽 | 148g | 100*180*12mm
ISBN13 9791168127463
ISBN10 1168127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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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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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 졸려? 자려고?”
“응, 왜?”
“아니, 제습기 틀어두려고.”
“제습기? 틀면 되잖아.”
“혹시 우리 딸 미라 되면 어떻게 해!”
재밌다고 깔깔거리는 엄마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우리 엄마 농담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차라리 미라 되면 좋겠네! 나 잘 거니까 불도 꺼줘.”
--- p.6

난 미라가 되고 말았다. 무척 피곤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는데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가벼웠다. 방이 아직 밝아서 오래 잔 것 같지도 않았다. 짧고 굵게, 아주 끝내주는 낮잠을 잤다고 생각했다. 침대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고 주방으로 갔다. 물을 마시려던 순간 너무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컵을 떨어뜨렸다. 내 비명을 듣고 안방에서 드라마를 보고 있던 엄마가 놀라서 괜찮냐며 소리를 질렀지만 답할 수가 없었다.
--- p.7

“혹시 모르니까 병원에 가볼까?”
“병원은 무슨 병원. 갔다가 연구 대상이 되면 어떻게 해? 피부가 많이 창백하긴 하지만, 칙칙한 것보다는 낫지. 네가 그래도 키는 크잖아. 마르니까 정말 모델 같다. 지금 있는 옷은 다 버려야겠어. 이 옷도 너무 커서 어깨가 훤히 보이네.”
밖에 나가려 해도 입을 옷이 없었다. 바지는 하나도 맞지 않았고, 티는 포대를 두른 것만 같았다. 속옷도 맞는 게 없어서 급한 대로 엄마가 한 번도 입지 않은 속옷을 입었으나, 이것도 줄줄 흘러내리기는 마찬가지였다.
--- p.14

가슴도 작아지고 가슴둘레도 줄어서 브래지어는 어떤 걸 살까 하다가 브라렛으로 주문했다. 그다음에 떨리는 마음으로 옷들을 구경했다. 후드 티, 골지 티, 니트……. 예쁜 옷들이 아주 많았다. 프리 사이즈, Free, 내 것이 절대 될 수 없었던 자유. 나는 사람이 아니게 되고서야 자유를 얻었다. 상세 사이즈를 보지 않고 디자인만 보고 고른 건 처음이었다. 품이 넉넉한 후드 티, 제일 작은 사이즈의 고무줄 청바지 하나씩을 장바구니에 담고 엄마 카드로 결제까지 마쳤다.
--- p.15

작년 추석 때 큰엄마가 살이 급격히 쪄서 나타난 나를 보며 경악을 하더니, 내가 아니라 엄마를 향해 아무리 고 3이라고 해도 몸 관리는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걱정하는 척 엄마의 속을 긁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꼭 한소리 했다. “이렇게 찌면 대학교 들어가기 전에 죽겠어.” 아직도 그 말이 생각난다. 살이 쪘을 뿐 어디 아프거나, 움직이기 버겁지 않다고 말해도 살이 찐 상태가 유지되면 고혈압이니, 당뇨니, 지방간이니 이런저런 병에 걸릴지 모른다고 덧붙이는 통에 아예 입을 다물었었다. 살이 찌면 찐 대로, 빠지면 빠진 대로 어떻게든 속을 긁는다.
--- p.30

미라인 걸 들킬까 전전긍긍하던 게 무색하게도 어느 날 갑자기 뉴스에 ‘제습기 다이어트’가 등장했다. 제습기를 켠 채로 자고 일어나면 미라가 되는데, 사람들은 그걸 미라화(化)가 아니라 ‘제습기 다이어트’라고 불렀다. 시도한 모든 사람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건 아니었다. 원인도 방법도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로또처럼, 아니 로또보다 더 낮은 확률로 미라가 되는 것 같았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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